.......긁

in #krlast month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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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쉬는 기간을 가지면서 읽을 책을 3권 빌렸다. 그 중 한권인 <내게 무해한 사람>을 새벽에 일어난 김에 읽게 되었다.

일단은 말하자면

너무나 감정적인 소설이다. 우리는 이런걸 감성소설이라고 하지. 일단은 첫 단편인 <그 여름>은 흔히들 말하는 퀴어소설인데.... 이걸.... 이렇게 간략하게 쓴다고? 몰입이 되지 않았다. 앞전에 정유정 작가의 소설을 읽어서 그런지 이건 거의 줄거리 요약인가 싶은 마음. 이걸 더 길게 한권의 소설로 썼다면 좋았을텐데. 이상하게 몰입이 되지 않는다.

왜 때문인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두 주인공 중에 한 여자의 시선으로 계속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둘이 사랑에 빠지는 것부터가 뭔가 억지스러웠다. 물론 사람은 3초만에 그 사람에 대한 정의가 내려지는 시각적 동물이지만 뭐랄까 내게는 부족한 서사......

그리고 헤어지는 것도 구질하게 느껴졌다. 그냥 사랑이 식었다고해... 구구절절 변명하지 말고 라고 느꼈고 그래도 나름 읽을 만했다. 여기서 끝이라고?????? 그렇다. 나는 이 소설책이 단편 모음집이란걸 모르고 단지 인터넷에서 자주 거론되는 작가의 대표작이기에 빌린것이었다. 사전정보는 없었다.

뭔가 아쉽기도하고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들도 다 이렇게 조리다만 찌개처럼 밍숭하게 끝나는건가 싶었지만 참고 그 다음 단편을 읽었다. <601, 602> 이것은 집호수번호로 어린시절 옆집 살던 가정폭력을 당하는 또래 여자아이와의 자연스런 이별을... 썼는데 이게 뭐람. 보는데 고구마 백만개 먹는 기분??? 뭐지!!!!! 그런데 또 몰입하게 되는게 이 작가분이 나랑 2살 차이가 난다. 비슷한 시기에 남아선호사상을 뼈져리게 겪은 우리 시대 80년대생 여자들이 한번쯤은 겪어봤을법한 일과 말들이 대거 등장해서 내 속을 긁는다.

긁? 요즘 상대방을 긁으면 주고받는 말이라던데, 정말 긁혔다. 우리 엄마도 매번 말하던거 여기 그대롤세. 남자아이를 낳지 못한 우리의 60년대생 엄마들의 눈물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단편 말미에 결국 아들을 가지기 위해 퇴사까지 하는 모습을 보며 미친나라라는 욕지기가 나온다. 너무 사실적이잖아. 그렇다. 우리엄마도 그토록 노오력해서 남동생을 낳고 친지들 볼때 면이 섰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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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 & Love!

이제 우리한테는
'긁?' 보다 더 심한 한 단어가 있징...

" 늙? " 😱😭 ㅋㅋㅋ

앜ㅋㅋㅋㅋ

늙ㅠㅠㅠ
이제 불혹의 나이에 들어서버려서
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