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즐거움

in #kr8 years ago

공부는 일단 나를 마주보는 즐거움을 준다. 내 안에는 누군가에게로 향해 있을 오솔길들이 있다. 그 오솔길을 발견한 나는 궁금해진다. 어디로 향할까? 무엇을 보게 될까? 알고 싶다. 품고 싶다. 커지고 싶다. 옹골차고 싶다. 날고 싶다. 그렇게 몰입의 여행을 떠난다. 일단 성경을 펼쳐본다. 한 단어에 눈이 간다. 그리스어 카이. "그리고"이다. 그리고, 누군가 어떤 말을 했다. 그리고, 누군가 어떤 행동을 했다. 내가 나고 자란 곳과는 다른 향취가 나는 단어들과 만난다. 궁금증이 깊어진다. 여행을 멈출 수 없다. 글쓰기를 중단할 수 없다. 기차가 정거장을 만나기 전까지 속도를 늦출지언정 멈추지 않듯, 한 생각이 매듭을 짓기까지 생각은 의지의 통제를 벗어나 열량을 가열차게 태운다. 책상 앞에 앉아있을 뿐인데 숨이 가쁘다. 몸은 지쳐가지만 달리는 속도를 늦출 수가 없다. 공을 몰고 가는 지 공이 나를 몰아가는 지 생각의 공은 둥글고 어디로 튈 지 예측할 수 없어 더욱 즐겁다. 골인까지 90분이 걸릴 지 120분이 걸릴 지 알 수 없지만 공을 넣을 때의 쾌감과 안도감을 떠올리며, 읽고 생각하고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