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Design] 5평 카페 이야기
무슨 이야기를 스티밋에서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작년 여름에 리모델링 했던 카페 이야기를 적어보기로 했어요.
언젠가 카페하고 싶은 분,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은 분들이 즐겁게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토란님. 저 사고쳤어요. 작은 공간 하나 마련했어요.언제 연락이 와도 반가운 J님.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리지. 부동산 계약을 벌써 해버렸다고 한다. 아무래도 직접 가서 봐야겠다. 최대한 빨리 만나자고 했다. 돌아오는 월요일에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
한 눈에 반한 것 같아요. 여기라면 시작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왔어요.J님은 아주 예전부터 자기만의 공간, 작업실을 갖고 싶어했다. 너무 클 필요는 없지만 J님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충분히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마음껏 초대할 수 있는 장소. 그래서 부동산도 들러보고 인터넷 부동산 카페, 어플도 꾸준히 눈팅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집과 멀지 않은 곳에 대한 직거래 글이 올라온 것을 발견했다. 아담한 크기에 예산도 너무 부담스럽지 않았다. 행동력 넘치는 J님은 바로 연락을 해서 찾아갔고, 직접 보니 더욱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건너편 부동산에서 집주인과 계약까지 완료!
보글보글 끓고있는 샤브샤브를 먹으며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나도 마음이 설렌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행복하다... J님이 새로 마련한 작업실이 빨리 보고싶어졌다. 안되겠다. 커피 마시러 카페를 갈 게 아니라 J님의 새로운 작업실에서 마셔야겠다. 마침 가로수카페에서 내려온 더치커피도 있다고 해서 디저트만 사서 가기로 했다. 그나저나 이 거리는 작아 보였는데 유동인구도 꽤 많고 괜찮은 가게들이 줄 지어 있다. 이 거리, J님이 고른 만큼 괜찮아보인다.
첫인상
여기에요. 아직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도 좋아요.이전 주인이 두고 간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서 둘이서 커피를 마셨다. 언제 마셔도 너무 맛있는 가로수카페의 더치커피. 그리고 내부, 외부를 하나하나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여기는 한옥의 바깥채로 보인다. 예전에는 집주인 가족들이 살았겠지. 그리고 한동안은 주인 할머니께서 식당을 하시기도 했단다. 작지만 손님이 항상 북적거리는 식당이라 이 동네에서는 아직도 이 자리는 '만나집'이라고 알고 계시는 듯 하다. 그러고보니 간판도 아직 남아있다.
괜찮다. 햇볕도 잘 들고, 유동인구도 적당해 보인다. 너무 북적이는 지하철역 바로 옆길보다 이런 분위기의 거리가 훨씬 좋다. 하지만 아무래도 내 눈에 거슬리는 건, 이전 세입자가 한 것으로 짐작되는 셀프인테리어... 벽과 천장의 도배지 상태도 안 좋고, 바닥의 데코타일도 그렇다. 나도 그렇지만 J님이 제일 싫은 건, 구석마다 치덕치덕 발라둔 핸디코트. 대체 이건 왜 그랬는지 의문이 들었다. 덕분에 아무리 바닥청소를 해도 부스러기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조명도 그렇다. 레일에는 백색전구와 전구색전구가 섞여 있는데 이것도 손을 봐야 한다. 그리고 이전 세입자가 두고 간 각종 살림도 정리를 해야한다. 그리고 저 심각한 화장실은 어쩔 것인가. 그리고 또 뭔가가 있다.
디저트도 다 먹었고, 인테리어 관련 하고싶은일/할일목록을 작성했다. 이 작은 공간에서 할 일이 너무 많고, J님이 하고 싶은 일은 더 많다. 비용이 만만치 않겠다. J님은 알고 있을까? 그래서 내가 물어봤다.
여기를 혼자 작업실로 쓰고 싶은거에요. 아니면 사업을 하고 싶은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