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가?

in #kr6 years ago

1992년도에 톰크루즈와 니콜 키드만이 열연한 파앤드어웨이 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시작은 1892년 주인공 조셉(톰크루즈)의 아버지가 지주의 횡포에 항의 하다 다쳐서 위중한 상태로 집에 돌아와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조셉은 지주에게 복수를 계획하게 됩니다.
이후 스토리는 영화를 직접 보시기를 권합니다. 너무도 대작이었고 개인적으로 수십번은 본 것 같습니다.

밭을 일구고 1년동안 농사를 하지만 상류층 지주는 생산품의 대부분을 지대로 착취해가고 남겨진 것으로는 끼니를 때우기도 힘들었죠. 그러나 지주들은 지대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이들을 땅에서 쫓아내고 집에 불을 지릅니다. 이런 횡포에 항의하다 조셉의 아버지는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조셉은 아버지 복수를 시도 하지만 실패하지만 답답한 생활을 벗어나고 싶어하던 주인집 딸이 미국으로 도주하자는 제안을 하여 결국 함께 자유의 땅으로 떠나게 되죠.
미국에 건너와서도 빈민촌을 벗어나지 못하고 공장에서 노동자생활을 이어갑니다.
영화이야기는 이쯤하고 제가 이 영화를 언급한 이유는 소작농에서 공장노동자로 이어지는 끊임없이 착취를 당하는 조셉의 모습이 현재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닮은 것 같아서 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정교한 금융시스템은 매우 복잡한 구조를 통해 우리가 창출하는 부를 대부분 착취해가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한국이나 미국 같은 곳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실제 자본의 흐름을 통해 어떻게 생산활동에서 얻어지는 부의 대부분이 사회 최상위층으로 흘러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국가는 화폐를 생산합니다. 이때 생산하는 화폐의 원가 ( 원자재+인건비 ) 를 제외한 표기 가격이 국가가 취하는 시뇨리지 입니다.
즉 화폐를 발행하며 이미 막대한 이익을 취하게 된다는 것이죠. 1000페소 지폐를 제작하고 발행할때 원가 약 3페소 를 제외한 997페소가 시뇨리지가 되는 것이죠.

그런데 금본위제로 국가경제가 운영되던 시절에는 국가에서는 금을 확보해야 하고 보유고에 해당하는 가치만큼의 화폐만을 발행할 수 있었습니다. 즉 시뇨리지가 없었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특수한 상황(전쟁)에 놓이게 되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게 되어 금본위제를 폐지하게 됩니다. 즉 신용화폐가 되는 것이죠.

그렇다고 무한정 많은 화폐를 찍어버리면 바로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됩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부족한 재정을 화폐 발행으로 때우는 악습 때문에 반복적인 경제위기와 인플레이션을 만들었죠.

국내 총생산량에서 변화는 없는데 시장에 투입되는 화폐만 과도하게 늘어나며 모든 재화의 가격이 불어난 화폐만큼 상승하게 되는 것입니다. 즉 화폐의 액면 가치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아 생존의 위협을 받는 계층은 언제나 저임금노동자들과 빈민층입니다.

화폐가 늘어나며 재화의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바로 부동산입니다. 화폐가 많아지는 초기에는 시장이 과열되는 듯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유동성이 많아지며 장사가 잘돼는 듯한 착시를 일으키죠. 이것은 상가의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지게 되고 부동산 가격, 임대료 상승을 일으키게 됩니다.

건물주는 화폐팽창의 이득을 가장 먼저 얻게 되는 계층이 되는 것이죠. 이때 발생하는 이윤들은 대부분 달러화 되어 저축됩니다.

부동산과 월세 등이 상승하면 이에 영향을 받아 고정비용이 상승함으로 유통비용이 상승하게 됩니다. 이것은 결국 상품들 가격에 반영이 되어 물가 인상이 발생하기 시작하죠.
이렇게 연쇄적인 재화의 인플레이션은 결국 임금 상승까지 이어지지만 순서에서 나타나듯이 가장 늦게 도달하는 곳이 바로 임금이라는 것이죠.

부동산에서 임금으로 이어지기까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몇 년까지도 걸리는 것입니다. 이 시간 지연으로 자본을 가진 이들은 시세 차익을 남기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물건을 미리 인상하여 판매하고 있지만 월급은 인상하지 않았음으로 원가 절감이 이루어지는 것이죠.

임금 노동자는 자신이 받는 임금의 실질가치 하락으로 더 힘겨운 생활을 하여야 하고 생계 유지 조차 어려워지는 경우도 많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직장을 유지할 수 있으면 다행이고 불황으로 인하여 실직하게 되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여러 차례 반복이 되며 중산층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던 임금 노동자들도 빈민으로 전락하게 되어 사회속의 빈민이 확대 되어 갑니다.

현재 아르헨티나 통계에서 빈민이 48%를 넘었다고 합니다. 2명중 1명이 빈민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반면 부유층 주거지역은 더욱 확대되고 고급 주택들이 늘어나 최근 10년동안 부동산업계가 엄청난 호황을 누렸습니다.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을 이렇게 압축되어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곳은 남미에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부유층은 더욱더 높은 담을 쌓아 올리고 철저한 방범시스템을 갖춘 주거지역을 만들어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수십명의 사설경비원과 감시카메라, 보안시스템 속에 들어가버렸는데 밖에서 보면 흡사 게토(2차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격리구역)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둘로 나누어진 사회는 서로를 불신하고 반감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물론 고통은 빈민들의 몫이긴 하지만 부유층도 나름 항변합니다.
“ 그들은 노력하지 않으며 게으르고 스스로 자초한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 고 말이죠. 일리가 있는 이야기 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들에게 열심히 일하고 노력할 기회가 있었는지, 그리고 노력에 대한 충분한 대가가 있었는지, 계층을 뛰어 넘을 사다리가 존재하는지 사회는 고민해야 합니다.

그들을 외면할 때 결국 어떤 형태로든 사회적 대가를 치루게 된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죠.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

전세계를 누비며 빈곤퇴치에 앞장을 서던 세계적 석학 제프리 삭스는 2005년 발간된 자신의 책 “빈곤이 종말”에서 “부유한 세계가 가난한 세계를 외면한 결과로 원치 않는 대가를 치룰 것”이라고 경고 했습니다.
가난을 방치하면 결국 사회적 혼란을 발생시키게 되고 그것은 국가의 실패로 이어진다고 했죠. 실패한 국가는 극심한 경제 위기, 내전, 인종청소, 테러등이 발생하는 근원지가 되기 쉽다고 했습니다.

그는 1980년대 볼리비아 경제 고문을 맡으며 위기를 극복하도록 돕기 시작하여 유엔소속 경제 고문으로서 세계 곳곳의 경제 위기를 도왔습니다. 너무도 큰 부를 가진 부자국가들 (서유럽과 북미) 이 단지 자신들의 GDP 0.7% 정도만 할당하여 빈민국가들에게 원조를 하여야 한다고 하였지만 약속만 남발할 뿐 실행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그가 했던 불긴한 예언은 여러 형태로 이루어 졌습니다. 지속적으로 가난에 시달리던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국가실패로 극심한 혼란을 겪었으며 그 과정에서 대량의 난민들이 발생하여 전세계 부유한 국가들로 쏟아져 들어갔습니다.

현재 선진국들을 괴롭히는 난민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제프리 삭스의 충고대로 가난에 시달리는 국가들을 도와 최소한의 경제적 안정을 찾을수 있게 도와주었다면 난민들이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선진국들도 골치아픈 문제를 겪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경제문제가 유일한 원인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제프리 삭스는 경제가 안정될수록 정치적으로도 안정되며 국가실패에서 멀어진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죠.
그는 워싱턴에서 위험인물로 취급된 적도 있는데 IMF가 빈국들에게 차관을 제공하며 이자를 받는 것에 매우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빈국들은 이자를 값을 능력이 없기 때문에 차관으로서 가 아닌 원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조언으로 과거 볼리비아가 상당한 부채를 탕감 받기도 하였습니다.

현재 50년된 채무의 이자를 값 기 위해 또다시 빛을 내야 하는 악순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아르헨티나를 보면 이자부담이 얼마나 경제가 경직 될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경제 위기 속에서 매일 뉴스를 장식하는 물가 인상소식에 주름만 늘어가는 빈민들 이들을 투명인간 취급하며 외면하던 부유층은 나날 히 늘어가는 강력 범죄와 악화되어 가는 치안들로 그 대가를 치루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미 아르헨티나는 10만명당 500명에 가까운 경찰을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찰 병력을 가진 국가가 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율은 줄지 않고 있습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횡포해지고 대담해지는 범죄에 안전지역은 실종되고 있습니다.

이곳은 벌써 오래전부터 임금소득에 비해 자본소득이 너무도 큽니다.
평균 임금 노동자의 소득은 언제나 생계유지 경계를 넘나드는 수준에서 형성되어 있습니다.

올해 초에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제프리 삭스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경고 했습니다.
이대로 방치 된다면 아르헨티나도 결국은 국가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군사력으로 몰려드는 난민을 막을 수 없고 경찰력으로 범죄를 모두 막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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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니콜키드만의 광팬이었는데, 특히 파앤드어웨이에서 노출신이 인상적이었죠. 혹시 "수십번 본" 이유기... ㅋㅋ

글 너무 잘읽었습니다. 현재 계신곳이라서 그런지 더 와닿습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도 마찬가지 입니다. 벗어날래야 벗어날수 없는 착취의 경제

좋은 글 감사합니다.

국가의 무분별한 세뇨리지.
순환 경제의 시간차를 이용한 기득권 부의 축적..

국가라는 개념이 불과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현대의 인간은 놀라우리만큼 국가 이기주의에 빠져 있습니다.

10여년 전에 예측한 난민 문제라니, 소름돋네요. 그리고 보통은 다 지나고 난 뒤 뒤돌아보며, '아 그게 그때 그런 의미였구나' 깨달을 뿐인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