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지붕) 구제옷에 담긴 사연.

in #kr7 years ago

양철지붕.JPG
내 나이에 일자리도 마땅잖고
한 오백이면 동네 구제 옷가게 조그맣게 낼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모아 뒀다.
6평짜리 하나 봐 둔것도 있고, 몇개월 친구가 하는 구제가게 알바도 뛰고,
타고난 눈썰미와 몸에 배인 친절로 손님 대하는 방법,옷 디스플레이 잘하는법,
색상매치,싸이즈 눈짐작.옷 권하는센스도 익히고
가방이며,신발,모자,악세사리,토탈패션의 완성이 한곳에서 이뤄진다,
저렴한가격으로.....

첨엔 주위 시선이 부끄럽기도 하고.나이들어 초라한감도 있고했지만
남에게 손벌리는거 아니고 .사기치거나 도둑질하는거 보다는 훨씬 떳떳한
보물찾기 같은 재미에 내뜻은 완고했다.
문제는 물건을 해 오는일이였다.
친구의 도움으로 거래처도 수월히 알게되었고,
같이 작업장에가서 일을 더 배우라는 고마운말에
일주일은 그냥 도와주는 조건으로 새벽시간을 골라
차로 왕복 1시간 20분 거리의 장소로 차를타고 향했다.
추우니까 옷 단단히 입고 장갑과 자루를 찢을 칼과 마스크를 준비하라는말도 잊지않았다...

외곽도시의 구석구석을 돌아 도착한곳은
버려진 폐공장을 창고처럼 사용하는 넓직한 공간이였다.
썰렁한 바람이 실외를 방불케하고. 자욱한 먼지가 퀘퀘한 냄새와함께 온몸을 휘감았다.
커다란 자루더미가 벽쪽으로 산더미 처럼 쌓여있고.
어제 사람들이 물건을 하고간 흔적들이 질서없이 널부러져 있었다.
"우~~~~와" 입이 다물어지지않는 광경들이 두렵기까지 했다.
이저리 던져진 남녀노소의 낡은 신발들과 찌그러진 가방과 잡동사니들.
다른 사람이 고르고 남은 옷더미만큼 쌓여진 이불. 베개며.카페트의 무덤들.
정신을 차리고 사장님이 정해주는 구역에서 열심히 자루의 배를 갈라
쓸만한 옷가지나 가방,산발 등등을 빼내는 작업 이였다.
내가 찾는 입을만한 옷이 아니면 서 있는 뒤 쪽으로 힘껏던져
한곳으로 모으는것도 지켜야할 의무였다.

들은 이야기로는 제대로 마무리를 안하면 물건을 주지않는 갑질도 당연시 한다고 했다.
구부리고 반쯤서서 자루를 끌어내리고 찢고 자루안의 옷을 일일이 펼쳐서 골라내고,
다른구제가게 주인들도 구역을받아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코는 숨 쉬기가 어렵고 목은 가래가 끼고 눈은 뜰 수 없을 정도의 먼지가 온 사방을 가득 메웠다.
50~100개정도의 자루를 정리하면 건질 수 있는 물건의 숫자는
"운 좋은 날 과의 차이는 있지만 고작 3~40장.
대 여섯 시간의 고된 작업의 끝은 장갑에난 구멍과 머리에 쌓인 뿌연먼지.
얼굴에 묻은 얼룩, 몇 시간이고 참았던 소변으로 인한 아랫배통증. 다리와 팔의 후들거림,ㅠㅠㅠ
밴에 버려진 얇은 이불보를 펼쳐놓고,가격을 매긴 옷가지등을 아무렇게나 던져넣고
친구의 가게로 돌아오는데 ㅋㅋ~~ 만감이 교차했다.
돈버는일이 쉬운게 하나도 없구나! 차안에서 눈을감고 오늘의 일들을 열거해봤다.
한자루에서는 검은상복과 어르신의 틀니. 어느자루에선 반쯤 불타서 찢어진 옷들.
젖어있는옷을드는순간.악취와함께 소름이 돋았다.
간신히 구역질을 참아내며 큰 숨을 몰아쉬고는 얼른 다른자루를 칼로 그었다.
친구가 불쌍해 보였지만 내색하지않았다.

어떤자루에서는 한 사람의 인생을 본듯 깨끗한 사계절 옷들이 가지런히 포개져
여러 소지품과 같이 들어있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런 물건앞에서는 잠시 명복을 빌어주고 감사하다는 인사도 잊지않는다고 친구가 얘기했다.
그날은 횡재한 날이라나?? 억세게 운좋은 날도있단다.
호주머니에 만원짜리가 들어있는 날 또 동전이 가방에서 쩔렁거릴때, 그리고
할머니의 가방속 꾀죄죄한 복주머니에 한돈짜리 금반지가 들어있을때 ㅠㅠ
쏠쏠한 재미라고 말하는 친구를 보고 웃는데 마음이 슬픈 느낌!!

온몸이 뭉쳐서 걸음이 걸어지지 않았다.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일년을 넘긴 친구의 정신력과 의지에 찬사를 보내며
내일은 또 다른 옷 공장 체험을 위해 각오를 다진다.

그리고,
맥주캔 하나를 샀다.내일을 위한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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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친척집에 놀러갔다 옷공장 따라간적 있었는데...ㅎㅎ 거기는 이미 옷들이 쌓여있었고 옷들도 글속에 나온곳에 비하면 상태가 좋았던것 같아요. 그때 건진 후드를 아직도 따뜻하게 잘 입고있어서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아있었는데, 환경이 여락한 곳도 많군요~~

일단 어떤옷이던 가게에 걸리면 형편이 달라집니다. 덤으로 가져오는것도 있고, ..저도 그만큼 열악한지는 첨알았고
공장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인 베이스는 같다더군요,컨베이어가 설치된곳도 있고, 하지만 좋은옷 득템도
가능하지요.ㅋㅋ.좋은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셨으면 합니다.팔로우 하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