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지붕] - 소나기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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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소나기가 내리는 좁은 산길을 걸었다.
후두둑 빗줄기가 땅에 닿으면
먼지처럼 연기가 피어 오른다.
흙 내음과 함께,
온 몸으로 빗물이 스며들 때면
조용한 쾌감과 정적을 깨고
산허리를 감아도는 빗소리와 함께라는
동질감이 잠깐 사이 행복할 때였다.
자연에서 자연의 씻기움을 받고
미치광이처럼 한겹 한겹
살갗마저 벗겨버리고 싶은 간절함이.
현실을 도피하고자 하는 내 바램을
이뤄줄거라는 미지의 기적이라도 일어나듯
비는 내리지만.
비가 그치면 초연해진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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