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세이] 친절해야만 하는 금자씨 <친절한 금자씨>
(본 게시글은 영화 '친절한 금자씨'을 본 후 작성한, 개인적 견해가 담긴 에세이입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분명히 나는 스팀잇에 영화에세이를 올린다고 했는데 안 올린지가 벌써 몇일 째인가...ㅠㅠㅠ
반성과 참회의 시간을 거친 후, 다시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시작하는
더덕이의 영화에세이,
오늘 말하고 싶은 영화는
‘복수에 대해 제대로 생각할 수 있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 이다.
#01.
함무라비 법전에 나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말은 복수의 당위성을 말해준다.
그러나 후에 간디는 ‘눈에는 눈을 고수한다면 세상에는 장님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긴다.
선현들의 말들마저 복수의 방식이나 그 자체의 정당성에 대해 끝없는 논쟁을 한다.
그만큼 복수는 어렵고, 힘들다. 그러나 금자씨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누구라도 복수하고 싶을 것이다.
복수의 실행 여부와 상관없이 상대방은 죽어 마땅할 정도로 악했으니까.
#02.
복수라는 측면에 집중해서 생각하던 중 문득 영화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왜 ‘친절한’ 금자씨라고 명명했을까?
필자는 차라리 ‘친절해야만 하는 금자씨’가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한다.
우선, 그녀는 예뻤다.
악질적인 살인행위보다 외모로 더 주목 받고 그 해 그녀의 패션이 유행될 만큼, 그녀는 예뻤다.
예뻐진 금자씨는 교도소에서 마녀라 불리는 사람을 죽인다.
그동안 마녀 때문에 힘들어했던 죄수들은 기뻐한다. 그리고 금자를 마녀라고 부른다.
모두들 그녀를 좋아하고 친절하다고 말한다.
그녀는 예쁘고 친절한 금자씨가 되었다.
#03.
사람들에게 있어 그녀는 친절해야만 했다.
물론 스스로도 모두가 기피하는 일을 나서서 할 만큼 착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착하기만 하지 않았다.
사람을 죽였다.
마녀를 죽이고 싶었던 다른 죄수들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주도적으로 나서는 금자씨를 옹호하기 위해 그녀를 감싸주고 찬양했을 것이다.
심지어 출소 후에 금자가 하는 복수를 도와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금자의 상황에 대한 공감과 동조에서 오는 느낌만으로 이루어진 건 아니었던 것 같다.
자신이 죽이고 싶었던 마녀를 대신 살해하고, 그에 따른 피해를 온전히 감당한 금자에 대한 나름의 속죄의 의미로 보였다.
#04.
필자는 이런 행동들에서 인간의 이기심을 엿볼 수 있었다.
나보다 더 강하게 행동한 사람이 있다는 것에서 오는 상대적 안도감, 목적은 이루어졌지만 그에 따른 책임은 회피할 수 있는 적절한 명분의 존재가 ‘그녀는 친절하다’라고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닐까.
시간이 흐른 뒤, 복수의 상대를 가두고 피해자의 부모들과 그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법에 맡길 것인지, 직접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처럼 보이지만 그보다 자신들에 대한 안전, 책임소재 유무,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이미 그들은 복수보다 그로 인해 찾아올 다른 위험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보다 못한 그녀는 상황을 정리하고 부모들을 이끈다.
결국 그들은 직접적으로 복수하고 한 장소에 모여 아이들을 추모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교통체증을 걱정하는 등 지극히 현실적인 말과 행동을 한다.
그들이 한 것이 진짜 복수인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실행한 후, 과연 그간의 억울함과 분노가 해소됐는지는 모르겠다.
#05.
어쩌면 금자의 복수심은 그러한 모든 어려움들을 알고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행동할 정도로 컸을 수 있다.
갈등하는 그들에게 내가 주도해서 나쁘고 위험한 행동을 할 테니 당신들은 나를 지지해달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고 책임지지 않으려 했던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친절하다고 말하고 도와줬던 것은 아닐까.
#06.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친절하다고, 착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그녀는 스스로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그녀는 친절하지 않았다. 친절해야만 했을 뿐이다.
친절한 금자씨 (Sympathy For Lady Vengeance, 2005)
스릴러, 드라마
한국 112분
감독 : 박찬욱(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친절한 금자씨 속 스틸컷)
@theduck
이영애님의 '너나 잘하세요.' 그 말을 할 때의 표정 참... 신기했습니다 ㅋㅋㅋ
역시 연기자는 연기자구나 라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잘 읽고 갑니다! 다음 글을 기대해도 괜찮죠? ㅎㅎㅎ
이영애님의 연기가 정말 인상적인 영화였죠!ㅎㅎ
앞으로 열심히 쓸테니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