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된 한반도에 살고 싶어요
그러면 통일은 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칼럼을 읽었다. 27년 전 남북 단일팀을 기억하는 당시 국가대표 선수 현정화와 그 단일팀을 취재했던 논설위원이 된 기자의 이야기다. 감동적이고, 가슴 저린다. 반드시 통일을 해야만 할 것 같고...
그런데 말입니다.
통일을 하면 뭐가 좋을까? 내 생각에는 통일을 하지 않아야 통일의 장점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통일의 장점이 뭘까?
- 남북 주민이 어디나 자유롭게 여행다닐 수 있다. 유럽까지 기차여행이 가능해진다!
- 북한에 가서 사업할 수 있다. 말이 통하는 값싼 노동시장이 열린다!
- 이산가족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죽기 전 고향땅에 가볼 수 있게 된다!
- 인구가 늘어나니 세금이 더 걷혀서 나라가 부강해진다.
- 국토가 넓어지고 국방비 지출이 줄어들면서 우리는 더 강한 나라가 된다.
다른 장점이 뭐가 있을까? 대략 이 정도라고 쳐보자. 1-3번은 통일이 되지 않아도 가능하다. 한국 위에 북한 대신 일본이 있다고 쳐보자. 무비자로 방문 가능한 일본은 어디나 우리가 자유롭게 여행다닐 수 있다. 유럽 기차여행도 된다. 일본에서는 사업도 할 수 있다. 우리 조부모도 일본에 언제든 갈 수 있다. 즉, 국경을 열고 수교한 우방과는 저 모든 일이 가능하다. 북한과 한 나라가 되지 않아도 사이만 좋아지면 된다. 굳이 통일할 필요가 없다. 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니까 사이도 좋아지지 않는 게 지금 상황 아닌가.
4-5는 통일이 되면 오히려 반대가 될 일이다. 인구가 늘어나니 세금을 쓸 일만 늘어나 나라는 평균에 수렴할 것이고, 한국이 북한과 평균에 수렴하면 갑자기 인당 GNP 1만불 대 나라로 추락하게 된다. 국토가 넓어지면서 세계 최강대국 중국과 국경을 맞대야 하고, 공군과 해군력까지 늘려야 할 상황에서 국방비 지출이 과연 줄어들지 우린 알지 못한다. 과연 더 강한 나라가 될 수 있을까?
분단을 유지한 채, 서로 다른 나라라는 것을 인정하고, 교류를 늘려나가면 어떨까. 북한이라고 부르지 말고 우리부터 북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을 인정하면 된다. 북조선에게도 우리를 남조선이라 부르지 말고 대한민국이라고 부르라고 요구하면 된다. 그리고 서로의 여권으로 서로의 국경을 넘어다니기 시작하면 문제는 조금씩 해결될 것이다.
호시탐탐 저것이 나의 땅이라고 생각하며 눈독을 들이는 짓이 통일이다. 그놈의 통일병 때문에 될 일도 안 된다. 제발, 분단된 한반도에서 평화롭게 살아가자.
개헌을 하겠다면 헌법 3, 4조를 수정했으면 좋겠다. 참고로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이고,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이다. 이래선 평화도 없고, 철도로 유럽여행도 없으며, 부자나라도 없다. 북한을 미국이나 일본보다 더 친한 독립국 우방으로 둔다면 가능한 일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