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이야기] 맥주의 시작편2

in #kr3 years ago

지난 글에 맥주의 기원으로 추정되는 두 지역이 있다고 했었는데요,
바로 인류 4대 문명의 발상지 중 두가지, 메소포타미아 지역과 이집트 지역입니다.

오늘은 이 두 지역의 다른 맥주 문화를 살짝 얘기해보려 합니다.

<메소포타미아>
메소포타미아는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사이에 위치합니다.
이 곳에 뿌리를 내려 문명을 이룩한 사람들이 수메르인인데요,
수메르 인들은 어떻게 맥주를 처음 접하게 됐을까요?
이 또한 정확히는 알 수 없고 추측을 하는데 과거 사람들이 즐겨먹던 곡물죽이나 빵에서 맥주를 경험하게 됐을 가능성입니다.
(곡물죽은 싹을 틔운 곡물을 햇빛에 말리고 이를 부숴 따뜻한 물을 부어 먹던 음식입니다.)

메소포타미아는 홍수가 잦던 지역인데요, 빵이나 곡물죽이 홍수로 물에 잠기거나 아니면 실수로 물에 젖게하는 경험을 통해 우연찮게 자연발효가되서 맥주를 경험하게 됐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영어로 빵을 의미하는 bread와 양조를 의미하는 brewed가 같은 어원에서 온 말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이런 이야기를 알고 보면 꽤나 그럴듯하게 들립니다ㅎ

과거에는 맥주를 액체빵, 흐르는 빵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흐르면서 맥주와 빵은 각자 갈길 가게됐죠 :) 맥주는 보리로, 빵은 밀로!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누구나 매일 맥주를 배급받았다고 합니다.
국민들은 세금으로 맥주를 냈고 노동의 대가로 맥주를 받기도 했습니다.
지난 글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맥주는 재산이자 화폐였습니다.
이런 전통은 유럽의 경우 고대국가를 넘어 중세까지도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함무라비 법전에도 맥주에 관한 여러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는데요.
맥주 제조 과정과 기타 관련 법령이 있습니다.

<수메르인의 맥주 제조 과정>

  1. 먼저 맥주 제조 과정을 보면 보리를 물에 담궈 발아를 시킴
  2. 말린 뒤 빻아서 가루로 만듦
  3. 밀이나 다른 곡물을 넣고 반죽한 뒤 구워 빵으로 만듦
  4. 이 빵을 찢어 항아리에 넣고 물을 부은 뒤 한동안 두면 발효되어 맥주가됨
  5. 이 외 벌꿀, 각종 약초나 진액 등을 향료로 넣음
    (발효 뒤 생기는 쿰쿰한 냄새를 없애기 위한 부가 첨가물로 추측됩니다)
    이 맥주를 시카루라고 불렀는데요, 수메르에는 이러한 맥주 종류가 재료에 따라 20여가지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재밌는건 술에 대한 규제가 좀 빡셌는데요,
함무라비 법전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을 살짝 보면

  1. 술집 주인이 맥주값을 곡물로 받지 않고 은화로 받거나 질 나쁜 맥주를 비싸게 팔면 익사형에 처한다.
  2. 술집 주인이 자신의 술집에서 정치적으로 위험한 회합에 참가하고 있는 손님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사형에 처한다.
  3. 맥주에 이물질을 섞어 판매한 자는 술통에 집어넣고 익사할 때까지 맥주를 붓는 형에 처한다.

수메르인들의 맥주사랑 살벌하네요...

<이집트>
이집트에서 맥주는 의미가 엄청 컸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사람들의 삶의 시작이자 끝이었습니다.
죽은 사람이 저승으로 먼 길 떠나는데 마시라고 무덤에 맥주를 함께 묻었다고 한다.

<이집트인의 맥주 제조 과정>

  1. 보리 발아 후 사루로 만듦
  2. 반죽한 뒤 빵을 만듦
  3. 빵을 솥에 넣은 뒤 따뜻한 물을 부음
  4. 개곽향(야생 풀의 일종)을 넣고 다시 한 번 끓여줌
  5. 한동안 두면 발효되어 맥주 됨

이집트에선 신전이나 궁정에서 사용하는 중요한 술일수록 정성이 많이 들어갔는데요, (당연한 부분?)
들어간 재료나 시간에 대해 세세한 기록까지 남겨져있다고 합니다.
맥주의 도수와 재료를 계산해서 주조비율까지 발명했다고 하네요!

이집트의 특이한 점이라면 만취문화가 있습니다.

이집트인들은 맥주에 취하는 것을 즐기는 걸 넘어 완전 열망했는데요,
얼큰하게 만취해보는 것이 소원일 정도였습니다.
왜냐면 취하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위에 나와있듯 맥주=돈 이기도 했구요, 심하게 취할수 있는 것도 사회적 지위가 높아야만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취해서 막 비틀비틀 걸어가는 사람을 보면
"오~ 저 사람 잘나가나?", "오~ 힙한것?"
이런 느낌이지 않았을까요ㅎ

왕 또한 술을 막 거침없이 마시면서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기도 했다네요ㅎ

또한 이집트에서 맥주는 인간과 인간사이의 모든 장벽을 허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매개체로 생각했습니다.
술에 취하면 속세에서 지친 영혼을 위로받는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초기 이집트에선 음주에 대해 어떠한 사회적 제약도 없었습니다.

훗날에는 문제가 많이 생기니 통제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제약이 생겨나게 됐구요,
현재는 이슬람교의 영향으로 거의 술을 마시지 않죠ㅎ

또 하나, 맥주에 세금을 매긴 최초의 국가는 고대 이집트입니다.
바로 클레오파트라 여왕 때 생겨난 것인데요,
공공장소에서의 만취를 막기 위해 맥주세를 도입했다고 되어있긴하지만
사실 역사학자들은 로마와의 전쟁을 위한 자금 수단으로 맥주세를 이용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급마무리?)
맥주의 시작편은 끝이구요!
다음번엔 현대로 돌아와 맥주의 맛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