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잘한다는건 어떤걸까?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운이 좋은거 같다. 직장에 처음 들어갔을 때 좋은 상사를 만났기 때문이다. 이분은 지금도 나의 롤모델로 남아있다. 그 분은 성과는 부하직원에게 돌리고 문제가 생기면 본인이 책임지는 조직생활에 보기드문 상사였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줄 알았다.
나는 처음 입사했을 때 매일 실수를 연발하며 적응하지 못했다. 오죽하면 퇴사할까 고민까지 했었다. 그날도 뒤쳐진 업무를 만회하고자 남들은 다 퇴근한 야심한 시간에 혼자 남아 고군분투 하고 있었다.
10시쯤 됐을 때 부장님께서 들어오셨다.
"부장님 아직 퇴근안하셨어요?"
부장님께서는 그냥 미소만 지을뿐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다.
그렇게 사무실 자리를 한번 둘러보시더니 나가셨다.
'두고온 물건이 있어서 잠깐 들르신건가?'
속으로 생각하고는 계속 업무에 열중했다. 어느정도 마무리돼서 마감하고 퇴근하려고 시계를 보니 11:00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다음날이 공휴일이라는 걸 위안삼으며 불을 끄고 사무실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로비에 도착했을 때 부장님께서 누군가를 기다시는 듯 했다.
"이제 다 끝났나?"
"부장님 혹시 저를 기다리신거에요?"
"그냥 왠지 오늘은 잠도 안올꺼 같고 해서.. 소주한잔 하러 갈텐가?"
평소에 술을 권하지 않는 부장님께서는 그날따라 나에게 술 한잔 권하셨다. 뭐 어차피 내일 쉬는날이라 별문제가 되지 않을꺼 같아 한잔하러 문을 나섰다. 그날따라 술집들이 일찍 닫아서 조금 멀리돌아 신장개업 한듯한 통닭집을 가게 됐다.
"통닭 1마리에 소주 1병이요."
주문을 하고는 통닭이 나오기전에 치킨무를 안주삼아 주거니 받거니 이미 소주 1병을 마시고 있었다.
부장님께서 넌지시 물으셨다.
"요새 무슨 걱정이 있나?"
나는 머뭇거리다 어렵게 말을 꺼냈다.
"부장님 일을 잘한다는건 어떤걸까요?"
나의 물음에 부장님께서는 고민에 빠지셨다.
"나도 예전에 그런 고민을 해봤는데 일을 잘한다는 건 어쨌든 외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거 아닐까?, 내가 자신있고 외부에서 좋게 평가해주면 그게 잘하는거지."
나는 뭔가 거창한 대답이라도 나올줄 알고 기대했으나 평범한 답에 김이 샜다.
사실 부장님은 입사동기 중에 선두주자였다. 가장 빨리 승진했고 주변에서 에이스라고 소문이 자자했다. 그런 평판에 편승해서 조언 좀 얻어볼까 어렵게 말을 꺼낸건데 평범한 대답에 약간 실망했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소주 2병이 넘어갈때 쯤 통닭이 나왔다. 통닭을 뜯지도 않고 다시 한번 용기를 내 질문을 던졌다.
"부장님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수 있을까요? 매일 실수만 반복해서..."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부장님은 답을 하셨다.
"열심히 하면 돼"
연속되는 싱거운 답변에 약간 반박을 하고 싶어졌다.
"사람들이 항상 하는 얘기는 열심히 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잘해야 된다고 얘기를 합니다. 열심히 하는게 잘하는게 아니라고 하면서요."
부장님은 씨익 웃으시면서 이야기 하셨다.
"아니야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잘하게 돼. 자기업무에 집요하게 파고들면 언젠가는 인정받게 된다는 얘기야."
난 잘 이해가 안됐지만 부장님 얘기에 계속 토를 달기도 뭐해서 주제를 바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주거니 받거니 소주 4병을 비우고는 술집을 나섰다.
다음날 출근길에 "집요함"이라는 단어가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그때부터였다. 출퇴근 때마다 산업동향을 체크하고 통계를 체크하고 각종 보고서와 논문을 틈나면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년이 지나고 나에대한 동료들과 상사들의 평판은 많이 바뀌어있었다. 내가 만든 업무 메뉴얼이 회사에 공식적으로 채택되기도 하고 보람도 있고 뿌듯했다.
회사에서 인정은 받았지만 일과 생활의 균형은 무너졌다. 업무에 치여 야근하기 일쑤고 권한이 늘어난만큼 책임도 동시에 커졌다.
요즘은 신입때처럼 다시 슬럼프가 오는거 같다.
과연 일을 잘한다는게 뭘까? 그게 중요한 걸까? 신입 때 질문을 요새 다시 반복하고 있다.
일을 잘한다는건 주변에서 인정 받는다는 뜻같아요. 혼자 아무리 잘하고 열심히 해봤자 주변에서 몰라주면 평가가 좋지는 않으니까요. 평가가 주된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것 같아요. ㅜㅜ
정말 죄송한 소리입니다만 저는 일을 오래하면서 느낀점은 어차피 봉급 생활자는 신입처럼 못해도 secreetroom 님처럼 에이스여도 남는게 없다고 봅니다. 잘난사람 나가도 휘청거리며 잘만 돌아가는게 기업이니까요....
회의감을 느끼는 중입니다ㅠ
개인적 시간 없이 너무 일에만 몰두하면 오래 일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균형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회사에서는 그럴 여유를 주지 않을 수도 있지만..힘내세요!
못보실 수도 있을 것 같아 남깁니다. 흑백사진챌린지에서 @secreetroom 님을 지명했습니다. :)
https://steemit.com/sevendaybnwchallenge/@emotionalp/seven-day-black-and-white-challenge-day02
일을 잘한다는건 퇴근할때 신나게 집에가는것입니다. ㅎ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