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호장룡 (臥虎藏龍) 애플(Apple)
호랑이가 누워있고 용이 숨어있다. 은거한 고수를 비유하는 말. " 영웅과 전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 "는 뜻이다.
얼마전 MS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름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했었는데 애플을 보니 생각을 고쳐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MS는 애플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
http://www.buzzclass.kr/bbs/board.php?bo_table=scott&wr_id=14&page=2
오늘 아이패드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여느 때와는 달리 시카고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발표한 이유는 뻔하다. 신제품 자체보다는 교육이 ‘화두’였기 때문이다. 사실 새로운 아이패드는 새로울게 없었다. 기능은 기존 아이패드가 가지고 있던 기능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기능적으로 새로울게 없었다는 것이다. 대신 가격이 싸다. 가격은 기존 아이패드 가격대다. 기능은 아이패드 프로 가격은 아이패드. 새로운 아이패드의 특징은 그렇게 요약된다.
앞서 말했듯이 교육이 주요 주제다 보니 아이패드의 하드웨어적인 기능보다는 새롭게 추가된 소프트웨어들에 대한 소개가 주된 내용이었다. 늘 그랬지만 자세한 내용보다는 주요한 이슈 몇가지만 짚어야할 것 같다.
Schoolwork - 학습플랫폼
한마디로 구글크래스룸 같은거다. 교사는 학생을 초청해서 클래스를 만들수 있고 기존 구글클래스룸처럼 온라인 수업을 디자인할 수 있다. 아이패드로 간단한 파일이나 링크를 제공할 수도 있고 학생들에게 과제도 줄 수도 있다. 심지어 다양한 앱스토어에 등록된 학습도구도 활용할 수 있게했다. 과제뿐만 아니라 앱스토어의 학습도구를 가지고 학생들이 어떻게 학습활동을 하는지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다음 내용을 보자.
ClassKit - 프레임워크
ClassKit은 앞선 의문에 대한 해답이다. ClassKit은 Schoolwork가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게 3rd Party에게 제공하고 있는 개발 프레임워크다. SDK 형식인지 뭔지는 알수 없지만 아마도 이거 맞추느라 교육용 도구 개발업체가 조금 바빠질 듯하다. 여튼 이런것까지라며 감탄을 하고 있는데 이제부터가 진짜다.
Classroom - 교실용 수업도구
앞의 내용들은 구글 클래스룸을 상당히 의식하며 만든듯한 느낌인데 Classroom은 애플의 그간의 장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독특한 소프트웨어다. 실시간 수업도구다. Schoolwork가 온디멘드 방식의 학습플랫폼이라면 교실에서 수업시간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도구로 Classroom이 작동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이패드뿐만 아니라 Mac에서도 작동하게 만들었다. 학생들이 아이패드로 뭘하고 있는지 모니터링도 제어도 가능하다. 앱이나 웹사이트를 띄울수도 있고 소리까지 제어가 가능하다. 아이패드를 활용한 미러링 기능의 끝판왕이 나왔다. 뭘하려는지는 자명하다. 학생들의 참여(Engagement)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애플은 그동안 미러링 기능만큼은 3rd Party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는데 이런 목적이 있었던 거다. 이 지점에서는 약간 얄밉기까지 하다.
창의성 도구 그리고 코딩 도구
그리고 마지막에 슬쩍 몇가지 도구를 끼워넣었다. 기존 앱들 중 영상, 사진, 음악, 그림 그리기 등의 도구를 창의성 학습도구로 배치한 것이다. 제공하고 있는 몇몇 영상을 보면 학습자용 어플에서 과제 등을 위해 학습자가 이런 도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코딩교육이라는 트렌디한 주제도 빠드리지 않았다. 기존 스위프트(Swift)의 플레이그라운드를 코딩교육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 Mac 컴퓨터에서 Xcode를 통해서만 스위프트를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을 아마도 iOS에서도 교육이 가능한 방식으로 새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듯 하다.
이런 갑작스런 이벤트를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우리 애플이 달라졌어요". 아니면 애플이 와신상담하고 있었던 결과일까? 여튼 애플이 그동안 잠자코 있었던 건 아니었다. 약간 타이밍이 때늦은 감은 있지만 그동안 칼을 갈고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동안 아이폰 갑질하느라 교육에는 전혀 신경 안쓴다고 타박했던 나를 용서하라.
뒤늦게 나마 구글을 따라잡겠다고 나섰으니 향후 교육시장이 어떻게 요동칠지 궁금해진다. 구글의 점유률이 꽤 높다고하더라도 기존 학교에서의 애플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아이패드 프로급 기능을 제공하는 기기가 가격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학교용, 교사용 어플리케이션에 LMS까지 제공되니 기존 학교의 선택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구글은 구글클래스룸이라는 클라우드 기반의 학습플랫폼을, MS는 메이커교육과 코딩교육을 앞세우고 있지만 애플은 이 둘 모두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다른 두 경쟁자보다 월등한 가성비의 기능성과 앱스토어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크롬북을 살 수 있는 예산에 기기당 100불만 더했을 때 훨씬 예쁜(?) 아이패드와 교육용 툴을 제공받을 수 있다면 K12의 예산 담당자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아마도 이런 미세한 판단들이 시장을 좌우할 거다.
거대한 전쟁의 서막이라는 표현으로 앞으로 다가올 K12시장을 예고한 바가 있다. 어제 애플의 발표로 일방적일 것만 같았던 판세가 좀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보인다. 당장은 변화가 미미하겠지만 몇년후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예상이 쉽지 않겠다. 궁금한 것은 구글의 반격이다. (MS는 사실 별로 기대가 안되고) 공교롭게도 에이서가 구글크롬 패드를 선보였는데 OS가 안드로이드가 아닌 구글크롬이다.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80327083123
이걸 구글의 반격이라고 봐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카운터 펀치치고는 좀 약하다. 내가 걱정할 건 아니지만 구글도 조만간 뭔가를 다시 꺼내야할 듯하다. 내게 400달러의 여유가 있다면 에이서보다는 당장 애플샵에 달려갈 것 같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가지고 있던 아이패드가 갑자기 너무 느려지고 무겁기까지 하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