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소설 autobiographical novel] 인트로 #서문

in #kr7 years ago (edited)


자전적 소설  


이글의 <작자의 말>


<서문> 


      굽어진 등에 시선을 얹고는 고요히 눈을 감았다. 그 깜깜함 속에서도 그 굽어진 등은 그대로 있었는데, 나는 검은 시선으로 그 아이의 골반, 다리, 발을 찬찬히 쓸어내려 갔다. 풍덩하게 교복치마가 가린 골반에서 햐얗게 내려오는 그녀의 다리 위에 또 다른 허벅지가 꼬아져 포개어 있다. 그 허벅지 밑으로 뚝 떨어지는 새초롬한 발은 경쾌히 공기 중을 젓는다. 천-천히 그러나 경쾌하게! 다시 눈을 떴을 때 그 아이는 실제로 그런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검은 시선이 그린 환영이 마치 내 눈 앞에 나타난 것만 같았다. 꼭 앙증맞으면서도 발칙스럽기까지 한 그 존재는 꼭 그러한 행동만 했는데, 나에게 그것은 때론 참을 수 없는 것이 되어 나를 쏘아붙이곤 했다. 


     곰보의 흔적과 같은 표면에 거칠게 머물러 있는 흰 페인트, 블랙 칠판, 선생 몰래 숨어들어 있는 낙서가 적힌 교탁, 창가, 창가 너머의 구름, 커튼 자락을 수줍게 들씌우는 바람, 그 틈으로 밀려들어 오는 햇살, 살며시 햇살이 앉은 옆 파트너의 따뜻한 필통, 데구르르- 떨어지는 펜, 땅으로 팔을 뻗어 가까스로 도망치는 것을 홱 낚아채는 아이, 퀴퀴한 마룻바닥 ...

그 위에 살짝 들려 있는 그 아이의 발목. 

복사뼈까지 살짝 올라오는 희디흰 직물의 촘촘한 짜임새는 흰 발목과 퍽이나 어울렸다. 순간 나 자신마저도 놀란 것은 구름도 햇살도 마룻바닥도 나의 주의를 미처 다 끌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공간에 있는 모든 것은, 단 하나, 그 아이에게로 귀결되는 것이다. 그 순간 선생이 우리를 집중시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선생에게 주의를 환기하기 전에 또 한 번 그 아이의 뒷통수를 가볍게 스쳤다. 그녀는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나의 눈길이 시작되는 지점이면서 끝나는 지점.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