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일기] 마약으로 인한 해고자는 실업급여를 못받을 수도 있다

in #kr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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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7일 마약일기

우성이(*서울시공무원간첩조작사건의 피해자)가 일하는 사무실에 들렀다. 이제 먹고사는 문제를 진지하게 걱정해야 한다. 우성이와 뭘 좀 같이 일할 방법이 없을까. 우성이는 나를 보자마자 익히 내 근심이 무엇인지 알겠다는 표정으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꺼냈다.

우성이는 작은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여행객들의 짐을 호텔에서 인천공항까지 옮겨다주는 봉고차의 운전사가 필요한데 나보고 같이 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월 200만원 정도는 줄 수 있다고 한다. 그래. 이거라도 할 수 있으면 너무나 다행이지. 1종 보통 운전면허를 따두기를 잘했다.

당장 굶어죽지는 않겠구나. 내가 잘하는 취재일은 앞으로 못하는 신세가 되었지만, 당장 목구멍에 거미줄 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조금 위안을 받는 것 같다. 한겨레가 6월치까지의 월급은 주었다. 긴급 해고가 되면 법적으로 한달치의 월급은 주도록 되어 있나보다. 일단 이달까지는 좀 집에서 쉬자. 11년간 정말 밤낮없이 일만하며 살지 않았나. 나도 좀 쉬는 기간을 갖자.

그래도 실업급여라도 받으면서 일자리를 알아보자. 나는 내 의사와 상관없이 해고된 것이니까 실업급여는 받을 수 있겠지? 고용노동지원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아무 생각없이 품었던 희망은 가벼운 바람 한번에 저멀리 날아간다. 전화기 너머 상담사로부터 날아온 의외의 바람.

“무슨 사유로 해고되신건가요? 그것도 참조사항입니다.”

상담사의 질문에 뭐라 답해야 하나 당황스럽다. 어떡하지? 차마 마약 때문에 해고됐다는 말은 못꺼내겠다.

“......”
“일단 오셔서 상담 받으셔야 정확하게 실업급여 지급 대상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본인 과실 등의 책임으로 해고되셨다면 관련 법상 실업급여 지급 불가 대상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법이 다 있었구나. 나는 내 과실로 해고되었다고 봐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실업급여도 못받는건가. 우성이를 만나 실낱같은 삶의 에너지를 얻는가 싶었는데, ‘너 따위가 무슨 힘을 내려고 해? 그냥 죽어’ 하고 말하는 것 같다.

이제 제법 햇볕이 따갑다. 푹푹 찌는 날씨가 곧 찾아오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