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읽어주는 남자] 방북초청과 평창이후, 문재인의 청구서
(@연합뉴스)
[1] 북한의 준비된 대화 제의, 평창 올림픽은 사태의 임시동결
2018년 2월 9일, 서해 직항로를 통해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한국에 도착했다. 서해직항로는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으로 처음 열린 하늘길이며 편명 PRK-615는 2000년 6.15 남북공동성명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서해직항로와 6월 15일 기념하는 편명, 북의 '로열패밀리' 김여정. 북한은 어느정도 구색을 갖춰 대화를 준비 해온 모양이다.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의는 위와 같은 과정에서 이미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연합뉴스, 2016년 신년사- 인민복 착용)
(@연합뉴스, 2018년 신년사- 양복착용)
북한과 같은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에서는 지도자의 복장으로 대외기조를 밝히는 경우가 잦다. 북에서 국가지도자가 인민복을 착용한 경우 주로 자주적(고립적)인 의미와 지도자의 정통성을 강조하며, 양복은 대외개방의 의지를 표현할 때 착용되는 경향이 있다. 2016년의 김정은은 인민복을 입고 신년사를 했지만, 대조적으로 2018년의 김정은은 밝은 색 양복을 착용하며 평창 올림픽 참가의사를 밝혔다. 이것이 오늘자 김여정의 정상회담 용의 타진의 시발이었다.
(@조선일보, 김정일과 김일성이 동시에 인민복을 입고있다. 이는 권력이 승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시그널이다.)
(@데일리NK, 김정일은 인민복을, 김일성은 양복을 입고있다. 이는 권력승계가 완료되었음을 보여주는 시그널이다.)
북한이 신년부터 공세적으로 대화를 제의하는 이유가 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세력 일각이 주장하는 '위장 평화공세'는 절반은 사실이다. 북한의 우방이었던 중국이 본격적으로 대북제재에 참여하고 있어 북한 경제가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미국은 대화가 용이치 않으면 곧바로 '코피 터트리기(bloody nose) 전략'에 돌입하겠다 벼르고 있는 중이다. 한반도에는 불과 한 달여전 만해도 전쟁위기가 감돌았고, 평창 올림픽에 참여를 망설이는 나라가 제법 있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북한은 이 난국에 잠깐 시간을 벌 기회로 올림픽에 참여한 것이다. 평창 올림픽은 이 상황을 해결한 것이 아니라, 잠시 '동결'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중앙일보)
[2] 여건을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 발언의 취지는 무엇인가?
정치는 거래다. 현재까지 문재인 대통령은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고 있다. 김정은에게 '채찍'과 '회초리' 중에 하나를 고르라며 점잖게 어르고 있다. 김정은도 이를 잘 알고 다소 자세를 낮추어 성의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북의 대화제의에도 즉답을 하지 않고 "여건을 만들어 보자"고 말했다. 북한이 정상회담을 늦추고 어깃장을 놓는 등 그 진통의 과정을 이용하여 정국의 주도권을 빼앗고 남남갈들을 유발할 요인을 미연에 차단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북미대화에 북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며, 남북관계 못지 않게 이 문제의 주요한 변수는 '북미대화'라는 단서를 덧붙였다. 이 기회를 놓치면, 정말 미국이 코피를 터뜨릴지 모르며, 대한민국은 여기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북에게 앞으로의 예상 손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뒤, 합리적인 선택을 하라는 암묵적 압박인 셈이다.
김정은은 사면초가에 몰렸다. 통미봉남 전략이 어그러졌다. 미국은 일단 한국과 이야기 해보라며,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몸을 풀고 있다. 북한은 중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바람에 의지할 곳이 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잠시 평창 올림픽으로 과열 상황을 냉각한 후, 김정은의 의사를 묻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나서서 북의 고립에 숨구멍을 틔워주면, 북은 그 대가로 대한민국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물었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거래 내용이 마음에 들지않으면, 언제든 대한민국이 미국에 보조를 맞춰 대북제재에 가세할 수 있다는 대한민국의 증가된 외교입지를 앞세웠다. 펜스 부통령은 때맞춰 강경발언을 해줌으로써 북한의 고립처지와 위기상황을 더욱 자극했다. 역설적으로 이 덕에 문 대통령의 거래 제안이 '약발'을 받을 수 있었다. 여기에 대한 김정은의 대답은 '특사파견과 남북 정상회담 초청' 이었다.
[3] 평창이 제공한 마지막 기회, 김정은은 오판 말아야
(@청와대 페이스북)
문제는 평창 이후의 정세다. 한 번의 선택이 이야기의 결말을 결정지을지도 모른다. 김정은이 김여정을 특사로 보냈듯, 우리 정부는 임종석 비서실장 내지는 국정원장을 특사로 파견해 북한에 의견을 전달할 것이다. 아마 그 내용에는 '대화를 지지부진하게 끌면서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 것'과 '군사의제, 특히 핵문제 논의를 피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하는 조건으로 정상회담 밑바탕을 그릴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밀고 당기기 과정의 불필요한 잡음이 정권의 동력을 갉아먹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금강산 관광재개 및 경협 복원-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6자회담의 복원-김정은의 서울 방문이라는 하나의 흐름과, 트럼프의 코피 터트리기 북폭공습-한미일의 군사적 단합-중국의 외면이 불러올 파국의 흐름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대북문제를 민족의 애착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하지 않는다. 인접한 적국을 나의 의지대로 다루는 기술. 그것이 외교기에, 막다른 길에 몰린 북한에 조그만 숨구멍을 틔워주고 문재인은 김정은에게 청구서를 들이밀 것이다.
사인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김정은의 선택이다. 단 우리가 원하는 선택지를 고르지 않는다면 우리가 더 얹을 회초리는 굉장히 매서울 것이다. 매를 덜어줄 때 줄 것 주고 끝내는 것. 어떠한 속내를 품더라도 예전처럼 쉽게 마음대로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것을 감안해서 선택을 해야할 것이다. 평창은 대결 국면을 대화로 되돌릴 마지막 기회다. 김정은은 오판하지 않길 바란다.
본 칼럼은 글쓴이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것입니다.
다양한 의견 및 관점의 하나로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치가 모두의 언어가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원주소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04098
Hi! I am a robot. I just upvoted you! I found similar content that readers might be interested in: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04098
It's me also. Thank you for your voting.
꼼꼼하게 분석한 글 잘 읽었어요~ 보팅/리스팀합니다~ 모쪼록 굿캅 배드캅 놀이의 약발이 잘 들어야 할 텐데요...^^ 어쨌든 굿캅 문께서 자기도 배드캅으로 꼽사리끼겠다고 깝쭉대던 아베의 엉덩이를 걷어차 준 건 매우 잘 한 일~^^
우리 주권의 문제이다. 내정간섭 프레임으로..크.... 아베의 심술..에 문프의 깔끔한 대응이었습니다.
‘단 우리가 원하는 선택지를 고르지 않는다면 우리가 더 얹을 회초리는 굉장히 매서울 것이다...’이 한 문장이 위의 긴 글의 수준을 알려주는군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참 난감하네요. 미국을 위시한 전 세계를 상대로 큰 소리를 치는 북이 그냥 악과 깡으로 그럴까요? 그것도 아주 옛날부터? 미국이 북을 공격? 아, 헛웃음만 나옵니다(님을 향한 헛웃음이 아니니 오해는 마시길 바랍니다) 인터넷이 발달돼 있으니 클릭 몇번으로도 우린 얼마든지 정보를 구할 수 있습니다. 서방의 편행된 시각이 아닌, 서방 세계의 마사지된 정보가 아닌 그 반대편의 정보도 얼마든지 취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마음을 열고 이쪽 저쪽의 말들을 다 들어보고 판단을 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결론은 항상 조심스럽답니다, 최소한 전 그렇단 말이죠
"미국을 위시한 전 세계를 상대로 큰 소리를 치는 북이 그냥 악과 깡으로 그럴까요? 그것도 아주 옛날부터?"에서 댓글 수준보여요. 무례하시군요. 서방이라는 단어도 정말 구시대적이구요. '벼랑끝 전술'도 가끔 진짜 벼랑으로 갈 때가 있는 법이에요. 외교에 마음을 열고닫고가 어딨습니까? 마음을 읽지마시고 글을 읽으세요. 외교는 철저히 테크닉인데. 왜 이 공간에서 가치판단을 하시는 건가요? 제 정보의 수집과 출처의편향성을 의심하는 이런 무례한 단정짓기에 정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저도 모르겠군요. 이만하겠습니다.
무례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진심으로. 잘만 쓰면 좋은 수단의 소통일 수 있으나 글과 말의 한계라는 건 인정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지요. 너무 직설적으로 쓴 글이라 우려했던 반응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됐네요. 보아하니 정치를 공부하시나 본데 공부 열심히 하셔서 중심 잘 잡으시고 우중을 리드하는 위치에 올라 서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그럼 이만...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팔로우 하고 갈게요~
네 저도 맞팔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외교 읽어주는 남자라 아주 매력적인데요. 스팀잇은 어떤면으로 보면 정치 분야에선 볼모지 같아요. 좋은 글 기대할게요. 팔로하고 갑니다 ㅎㅎ
반갑습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맞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