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없이 영화보기 #016] 누적 시간에 대한 환상 버리기

in #kr6 years ago




최근 이런 질문을 많이들 하십니다.

'리얼리티는 누적시간에 포함시키나요?'
'애니메이션은요?'
'영화와 미드만 누적시간으로 따지나요?'

등등

제가 몇 일 전에 'Beast Master'이란 출발드림팀과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몰입도가 엄청나서 재미있게 볼 수 있다고 추천을 드렸었는데요.

다양한 나라의 선수들과 각국의 MC들이 출연하기 때문에
영어 해설 말고도 이태리어, 불어, 독일어, 멕시코어, 한국어가 섞여 나옵니다.

50분 가량의 프로그램을 다 시청했다고 해서, 50분동안 영어 듣기를 한 것은 아니지만,
누적 시간에는 50분으로 기록을 하죠.

제가 2015년도에 자막없이 영화보기를 시작했을 때,
목표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영화 자체를 즐긴다기 보다는, 시간을 채우려는 강박관념이 많았습니다.

초기 실천자분들은 자신이 갈 길이 너무 멀고, 아무리 봐도 시간이 잘 안느는 것 같은 초조함에
100분짜리 영화를 봐도 앞 뒤에 광고나 영화제작 및 배급사가 나오는 영상을 제외시키지 않고,
100분을 그대로 기록하죠.

저는 초반부터 오버해서 기록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100분 영화면 90분만 기록을 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실제로 듣기를 한 시간은 90분도 채 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절반 이상이 대사 없이 흘러가는 영화도 있고,
음악이 많이 차지하는 영화도 있고,
대사 외에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가 정말 많기 때문이죠.

언어학자들이 모국어의 임계량으로 최소 3-4천 시간을 제시하는데,
내가 3천 시간 가량 영화를 봤다고 해서 3천시간 동안 듣기를 했다는 착각은 버리셔야 합니다.

저는 그래서 넷플릭스로 보는 영화와 미드 및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누적 시간으로 기록하되
듣기의 공백이 있는 시간을 BBC 뉴스나 유튜브를 보고 듣는 시간을 통해서 상쇄시킵니다.

이것은 영화를 계속 보다 보면 경험에 의해 대충 내가 이 정도 봤겠구나하는 '시간적 감'이 저절로 생기기 때문에
제가 알아서 시간 기록을 조절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록을 될 수 있으면 더 많이 하려는 쪽이 아니라,
될 수 있으면 좀 더 적게 기록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의 누적시간 포스팅을 보신 분들 중 느끼신 분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제가 본 것에 비해 시간 기록은 오히려 좀 덜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에 별로 연연하진 않습니다.

저는 일부러 다 시간 측정을 하지 않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1600시간 듣기를 하였지만, 중간에 드문드문 보고, 별로 열심히 보지 않은 공백기도 있었고(2016년)
흘려듣기를 한 시간, 라디오를 들은 시간, 유튜브를 본 시간 등등은 포함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가 1600시간 보다 더 많이 듣기를 하였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어쩌면 딱 정직한 시간일 수도 있겠지요.

시간을 보지 않고 영화를 보다가, 다른 할 일이 생겨 일시정지를 하려할 때,
아 지금쯤 40분쯤이 흘렀겠구나? 하고 재생 시간을 보면 정말로 40분이 흘러 있습니다.
정말 신기할 정도로 시간적 감이 많이 생깁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애니메이션을 보든, 다큐를 보든, 리얼리티를 보든 모두 시간 기록을 하셔도 상관 없습니다.
영화와 미드는 당연히 포함하는 거구요.

대신, 누적 시간에 대한 환상은 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제가 만나뵀던 분 중에
'해외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자막없이 영화보기를 하신 분 있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강연을 하고 있진 않지만, 작년에 강연을 했을 때도 오셨었구요.

그 분은 누적 2900시간 가량 영화를 보셨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포기하시더군요.
처음과 비교하여 괄목할 만 한 성과가 없다고 느끼셨답니다.

더군다나 '해외취업'이라는 '급한 목표' 때문에 시작하셨는데
당장 취업을 해야하는 분이신데, 그 초조함은 더 하셨겠지요.

그래서 20대는 졸업 후 취업이 목표라면,
학교를 마치고 취업을 한 후에 시작하시기를 추천드리고,

당장 업무 상 영어를 사용하기 위해 영화보기를 하신다면,
다른 방법을 추천드리는 겁니다.

제가 이전 칼럼에서도 말씀드렸듯이
학교나 직장처럼 당장에 영어를 써야만 하는 분,
목표가 '시험 점수'이거나 '학업' 혹은 '업무 상 영어'이신 분들은
토익이나 토플학원, 비즈니스 영어 공부가 오히려 더 실용적일 것입니다.

어찌됐든, 그 분은 왜 포기하셨을까요?

자신이 정말 2900시간 동안 듣기를 했다고 여기셔서 그렇습니다.

그 분 또한 시간에 대한 환상이 있으셨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영어를 공부하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애초에 취업이 목적이었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수단은 너무나도 많은데 판단을 잘못하신거죠.

그래서 누적시간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여러분이 시간을 오버해서 기록하는 데에 만족감을 느끼고,
3천 시간 가량이 다가오는 데도, 자신이 기대했던 성과가 느껴지지 않으면

아예 듣기 자체를 포기하게 될 확률이 큽니다.

비슷한 예로..

인생을 바꾸기 위해 독서를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돈을 목적으로 일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참 희한하게도, 그런 분들이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뀐다거나
돈을 아주 많이 버시는 분들이 잘 없습니다.

혁신 또한 열심히 일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지.. 그 결과만을 목적으로 해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인지 잘 모르겠으나,

원인이 충족되면 반드시 결과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주의사항을 지키면서 재미나게 영화를 일정 임계량이상 봤다면(원인)
나이에 상관없이 뇌를 바꿀 수 있고, 듣기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결과).

가장 중요한 것은

몰입, 그 자체입니다.

그것이 여러분들이 원하는 모든 결과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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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티밋의 좋은이웃을 소개할게요! 시간되시면 놀러와주세요
https://steemit.com/testkr-newbie/@maikuraki/5c5asu-2018-09-11

무엇인가에 몰입해서 과정을 만드는 일은~
결과보다도 중요한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