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없어요

in #kr7 years ago (edited)

@outis410님께서 제 글에 장문으로 답해주셔서 저 또한 장문으로 답을 하고자 합니다.

저는 글쟁이이기도 하고 엔지니어이기도 합니다.
원래 꿈은 글쟁이었지만 글쟁이의 꿈보다 아빠가 되는 꿈이 더 간절했기에 결혼을 했고,
가장이라는 책임으로 인해 엔지니어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꿈인 글쟁이의 삶을 버리지 못해 틈만 나면 방법이 없을까 늘 고민합니다.

결혼 전 소설을 하나 썼지만 공모전마다 예선탈락.
도전한 공모전마다 탈락해서 2년 동안 퇴고를 다시 했습니다.
그러고 다시 공모전마다 냈지만 계속 예선탈락.
저는 실력이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내가 실력이 모자라 본선도 못 오르는구나.
공모전엔 탈락했지만, 내 소설을 책으로 내줄 출판사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여러 출판사에 투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역시나 제 글은 형편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어느 출판사도 책으로 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한 전자책 출판사가 내민 손을 잡아 전자책으로 출간할 수 있었습니다.
2년 동안 대략 100권 팔렸고, 제가 받은 수입은 10만원이 전부입니다. (권당 1천원 정도가 저자 수입이더군요.)
@outis410님 말씀대로라면, 제가 이곳에 재연재중인 <사랑은 냉면처럼>으로 10만원 이상 수입이 생긴다면
이 곳은 전자책보다 더 나은 곳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내와 두 아들을 먹여살려야 하는 가장입니다.
그래서 글쟁이의 꿈을 버리고 엔지니어로 살고 있습니다.
저는 주로 플라스틱으로 된 가전제품을 설계했습니다.
경력은 16년이고 연구소에서 책임연구원(차장급)이며 기구팀 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3D설계 툴인 프로엔지니어(Creo)를 주로 사용하며 오토캐드와 일러스트레이터를 서브로 만집니다.
그냥 사무직 직장인이 아니고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살아온 개발자입니다.
바쁠 땐 매일 밤11시나 12시가 되어야 퇴근하고,
더 바쁠 땐 한 주에 한 번이나 퇴근하며 살았습니다.
그래도 결혼 전엔 잠을 줄여가며 글쟁이의 꿈을 버리지 못했고,
그 결과물로 나온 게 제 첫 소설 <사랑은 냉면처럼>입니다.
결혼하며 글쟁이의 꿈을 잠시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글을 써서는 우리 네 가족의 생계가 가능하지 않았거든요.
두 번째 소설은 써놓고도 2년 넘게 퇴고를 못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outis410님께서 소설을 쓰시니 아시겠지만, 이게 매일 한두시간 쓴다고 되는 게 아니더군요.
제가 첫소설을 쓸때 정말 너무 힘들었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11시.
소설 쓰려니 감정이입이 잘 안 됩니다.
소설 속으로 이입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2시간.
결국 2~3시간 쓰고 3~4시에 잠들었습니다.
그런데 소설이 뒤로 갈수록 이입시간이 더 오래 걸리더군요.
나중엔 소설 속으로 들어가서 내가 주인공(화자) 입장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4시간이었습니다.
잠이 모자라 체력이 떨어지고 감기를 달고 살고 곧 쓰러질 사람처럼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젠 그렇게 살 수가 없더군요. 가장이라서. 내가 쓰러질 수가 없어서. 내가 아플 수가 없어서.
네살 두살 두 아들을 키우기 위해선 글쟁이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더군요.

<사랑은 냉면처럼>은 제가 5년여 동안 쓴 소설입니다. 10만원 벌었죠.
만약 제가 아빠가 되는 꿈을 포기했더라면 저도 어디 골방에 처박혀서 글로 먹고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욕심이 많아 꿈을 두 개나 가지고 있었습니다.
꿈 하나를 이뤘으니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포기하기엔 아직 어렸고,
당장 뭘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 제가 할 수 있는 건, 집중이 덜한 서평쓰기와 에세이쓰기였습니다.
열심히 읽고 쓰고 서평쓰기와 에세이쓰기로 아직 글쟁이라는 실오라기를 붙들고 있답니다.

@outis410님 말씀처럼 스팀잇은 가난한 글쟁이에게 분명 보상을 주는 곳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먼저 쓴 글 스팀잇 19일차 | 창작자는 스팀잇에서 절대 보상받지 못한다는 다른 의미로 쓴 글입니다.
기자들을 저격하려고 쓴 글인데 역시나 모바일로 쓰다보니 퇴고를 안 해서 일이 커진 것 같습니다.
글을 쓰기 전 한 글을 읽었습니다.
아, 찾으려고 뒤져봐도 당장은 못 찾겠는데요,
그 글의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스팀잇은 가상화폐 채굴하는 곳이다. 21명이 증인이 채굴하는데 비트코인과 달리 채굴자는 10프로만 먹는다. 글쓴이와 큐레이터에게 나머지를 나눠주는데... 글쓰고 보상받는 곳이 아니다. 기자들 탓이다.' 정도의 내용이었습니다. (아, 이정도만 기억남.)
저또한 기자에게 속았기에 기자들에게 분풀이 겸 쓴 글이었습니다.
읽는 사람이 혹시나 오해할까봐 제가 글 첫부분과 마지막부분에 기자들을 언급했습니다.
기자들이 그 글을 보고 제발좀 기사를 잘 써달라고요.

그런데,
@outis410님의 글을 읽고서 생각이 많이 바꼈습니다.
아~~ 글실력이 되는 가난한 글쟁이에겐 수익이 되는구나.
아~~ 나는 글실력이 안 되는 가난하지 않은 글쟁이(희망명칭)라서 수익이 안 될 수 있겠구나.
아~~ 내 글실력이 이정도 뿐이라 내 책도 겨우 100권만 팔린 거고
아~~ 그래 내 글실력이 이정도 뿐이라 공모전마다 떨어졌고
그래 그런 거였어.
'소설 너무너무 재밌어요.'라고 말해준 독자님들의 응원에 내가 내 글실력을 너무 과대평가했구나.

저는 소설을 너무너무 쓰고 싶습니다.
그런데 쓰지 못합니다.
최근 이 생각만 하면 너무 우울했습니다.
그러다 스팀잇을 만났고,
여기가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같이 글실력이 형편없는 사람에겐 기회의 땅이 되긴 힘들 것 같았습니다.
이런 생각에 이르자 기자들에게 배신당한 느낌이었습니다.
그것 뿐입니다.

앞으로 저는 이미 출간한 제 소설을 여기에 마저 다 올리려고 합니다. (올리다 중단할 수도 있지만. 박제된다는 것 때문에.)
다 올리고 나면 2년 동안 100권 판 전자책과 비교가 될 것도 같네요.
그리고 서평과 에세이도 꾸준히 올리려고 합니다.
어떤 글을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숫자로 보여지니 습작이라 생각하고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아마도, 제가 스팀잇을 떠나는 날은 스팀잇이 문닫는 날이거나 제가 죽는 날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아,,, 너무 길게 써서 소중한 시간 뺏어 죄송합니다.
@outis410님은 글을 정말 잘 쓰시네요.
기출간된 소설을 찾아 읽어보고 싶습니다.

** 추가내용 **
연휴기간 화장실에서 모바일로 쓴 글 하나가 발단이 되어 수많은 글들이 써지고 있네요.
아~~~ 다 찾기 힘들 것 같아서 부탁 하나만 드리자면
글 쓰신 후엔 찾기 쉽게 댓글로 주소 달아주시면 제가 꼭 읽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를 언급한 글 쉽게 찾는 법을 아시는 분 계시면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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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읽었습니다.

어느 여류 작사가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조금 각색해서 소개드릴게요.
그녀는 신춘문예에 몇번을 등단하려고 노력했다가 떨어지고 지금은 작사가로 이름이 남아있는데, 몇년동안 계속 한 해 신문에 투고할 수 있는 덴 다 투고 했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아무데서도 반응이 없었죠. 그렇게 몇년을 살면서 아주 이를 갈았더랩니다.
'내가 지금은 계속 쓴맛만 보고있지만 등단만 해봐라, 거창하게 등단 소감 발표해주마' 이러구요.
하지만 생계도 무시못하고 결혼도 했는데, 하필 가난한 기타리스트 남편을 만나서.... 입에 풀칠은 해야겠기에 남편이 곡 쓰면 가사써주는 '알바'를 했었구요. 예전 시대라 작사가도 그리 고급진 직업은 아니었습니다. 무튼 그렇게 풀칠하려고 쓴 노래 가사가운데, 그녀가 그렇게 이를 갈며 준비했던 등단 소감문도 소재로 쓰였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작사가 양인자이고 그렇게 나온 노래가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되겠습니다.
먹이를 찾아서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같은 삶을 살기보단 헤밍웨이의 말년 작품 <킬리만자로의 눈>에 나오는 산정 높은 곳에서 이유도 모르게 얼어죽어있던 표범 한마리처럼 살련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죠.(표범은 보통 따뜻한 곳에서만 서식해서 그런 데 올라갈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모종의 어떤 목표를 가지고 올라간 것이리라 생각하고 거기에 감정이입을 한거죠)
뭐 결과적으로 그 노래로 인해 작사가로서 이름을 떨치고 부와 명성도 얻었지만 여전히 등단의 꿈은 간직하고 있더군요.

@outis410 님에도 댓글을 썼고 잘 아시리라 생각하지만 전업 글쟁이의 길은 그 자체가 비루하고 고난의 연속입니다. 글쟁이 뿐 아니라 예인들의 삶이 다 그러하죠. 우스갯소리로 배불러야 예술을 할 수 있는거라고 하죠.
실제로 생존 자체가 불투명했던 세계 1, 2차 대전 기간중에 전쟁 해당국가들은 문학사조가 상당히 퇴보했었고 전후의 문학사조가 암울하고 비관적이었던 것만 봐도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예술이란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 수 있습니다.
카프카는 지금은 대문호로 불리지만 살아생전 어디 출판사에 제대로 원고 한번 내밀어본적도 없고 그저 글 쓰는 게 좋아서 하루 3~4시간만 자며 글 쓰는 생활을 이어가다 결국은 요절했었죠. 썼던 원고도 사실은 죽기전에 없애버리라고 유언을 남긴걸 유족들이 발표한 것이네요.

그런 것 같습니다. 예술은 평생 생활의 고통을 짊어지고 가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권 같은 거라고요. '신경끄기의 기술'이란 책에는 작가들의 삶을 소개하며 그런 삶에서 배울 수있는게 뭔가를 역설하드라구요.

앗, 저도 어쩌면 이를 갈고 있었는지도요. 욕심 때문에 이를 갈게 됐지만 욕심을 버릴 자신도 없고... ^^
카프카의 삶을 보면 글쟁이들의 삶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나는 왜 수많은 꿈 중에 왜 하필 글쟁이의 꿈을 꾼 것인지 한스럽기도 하고요.
숫자에 신경 끄는 법을 연습해야 겠어요. ^^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좋은 댓글 잘보고 갑니다.
이를 갈다가 재풀에 지쳐 결국 현실과 타협할지 아니면
패인이 되는 한이 있어도 꿈을 기어코 이루기 위해서 해 나갈지..

저는 현재 스팀이 전문작가와 아마추어의 경계에 있는 공간 같습니다. 전문작가로 가기 전 열정만으로 버텨야 하는 분들께는 기회의 땅이 되겠지만, 정말로 전문적인 분들에게는 부가적인 소통의 공간 정도의 의미 정도만 있을 것입니다. 후자의 예로는 한국 웹툰의 거장이신 강도하 작가님이 떠오르네요. 여기서 연재를 하시기보다는 짤막한 컨셉아트나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올리시면서 적절히 활용하고 계시죠.
전자의 좋은 예도 더욱 많아지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 제 형편에 맞게 잘 활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naha 님도, @outis410 님도 두 분 다 일리있는 것 같습니다.
@outis410님 글에서처럼 "얼마나 가난한 창작자였는지, 얼마나 많은 보상을 원하는지"에 따라 다를수도 있고, 무엇보다 스팀잇 내에서의 활동도 마케팅의 일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점이 작품 자체로 평가받지 못하고 커뮤니티 활동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걸로 보일수도 있지만요.
@flightsimulator님의 https://steemkr.com/kr/@flightsimulator/3rzqwc 글도 한번 읽어주셔요
늘 국내 비 메이저 작가분들 응원합니다.

스팀잇 글들중 '나'를 언급한 글 찾기
https://steemkr.com/kr/@yhoh/6mk2gz

궁금해 하시는 듯 해서 제가 쓴 포스팅 올려봅니다. ^.^;;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저도 두 아이의 아빠로써 naha님을 응원합니다. 힘내시고 스팀잇 발전을 위해 활발히 활동해주세요. 팔로잉하고 보팅드리겠습니다. 화이팅~!!^^

저도 두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이 공간이 님과 같은 분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꿈을 응원합니다.

응원 고맙습니다. 우리 모두의 희망이 됐으면 좋겠어요. ^^

글쓰기와 소통을 함께 할 수 있는 스팀잇이 많은 분들에게 행복과 희망을 주었으면 합니다.

선 소통 후 글쓰기. ^^ 이렇게 열심히 달려봅니다. ^^

응원할게요. 홧팅!

응원 고맙습니다. 오늘도 파이팅!!

오늘 @nana 님의 글들로 스티밋이 채워지내요. 이것도 어떻게 보면, @nana님을 응원하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겪었던 아픔이 쉽게 아물지 않을순 있으나... 조금이나마 회복되길 바랍니다.

응원의 글이라 생각하고 힘내고 있습니다. 좋은 말씀 고마워요. ^^

다행입니다.!! 늦은밤 수고많으세요. 굿밤 되세요.

조급해 하지 마시고 차근차근 해보시길 바랍니다.뒤에서 조용히 응원하겠습니다.

응원 고맙습니다. 꾸준히 해볼게요. ^^

SMT, 혹은 그와 유사한 개념의 플랫폼을 이용한 전자 서점이나 웹툰 등의 서비스가 개발되면 보다 전문적인 작가님들의 무대와 수익 모델이 본격적으로 생길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현재 스팀잇은 블로깅, SNS에 이것저것 다 섞인 장소라 재미있고 다이나믹하지만 전문 작가님들이 활동하시기에는 아쉬움도 있을 것 같구요.

아~~~ 또 새로운 걸 배우네요. 그런 플랫폼이 개발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