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코인의 거품이 꺼진다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2/2]

in #kr7 years ago (edited)

코인의 거품이 꺼진다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1/2]와 이어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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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한 단상]

코인의 거품이 꺼진다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2/2]

그렇게 나는 파생상품을 시작하게 되었다.

파생상품은 처음이었던 나는 정말 놀라운 바보같은 생각을 해낸다. 책에서 투자의 선인들에게 도움받았듯, 인터넷에서 고수들의 리딩을 따르면 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곧바로 아프리카 프리캡에 들어갔다. 게시판의 'XX 일 연속 수익'이니, '1달 X천만 원 수익'이니 하는 글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세상에 고수들이 정말 많구나' 하며 어느 리딩방으로 향했다.

고백하건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그가 사면 나도 사고, 그가 팔면 나도 팔았다. 나는 로켓 조종대를 넘겨줬다. 하지만, 그는 자주 틀렸다. 나는 손해를 만해하고자 계약을 늘려가며 그를 응원했다.

얼마 후 그는 쉬었다 오겠다는 말과 함께 가버렸다. 그제서야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그들이 어떻게 해왔는지도 깨달았다. 잠깐 동안 잃은 돈은 400만 원이 넘었다.

너무 순진했다는 생각에 밤새 자책하며 이제는 누구도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독기를 품었다.

그 시절 기억 속의 나는 매일 같은 모습이었다. 온종일 차트만 보고 있었다. 모니터에서 잠깐도 멀어지기 싫었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즐겨 하던 운동도 하지 않았다. 끼니는 배달음식의 연속으로 해결했다. 금, 토요일은 두 시간 만 잤다. 가족과 연락도 피했다. 생활은 정말로 엉망이었다.

광기 서린 집착 때문이었는지 나는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을 빠르게 배웠다. 한 번 궤도에 오르자, 다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시장은 언제나 내 예측을 벗어나지 않았다. 설사 벗어나더라도 계획된 매뉴얼에 따르면 해결되었다. 늦은 새벽까지 하는 트레이딩은 여전히 먹고, 자는 일보다 중요했다. 여자친구조차 뒷전이었다. 가끔 여자친구와 밤새 사랑을 나눌 때면, 답답한 마음에 미칠 것만 같았다.

세계를 상대한다는 두근거림이 나를 흥분시켰다. 로켓 조종도 뒷전이었다. 50억 꿈을 잊은지 오래였다. 시장을 이기는 일이 쉬워도 너무 쉬웠다. 금세 나는 자만에 빠졌다. 모니터 앞에서 집중하는 시간은 줄었고, 매매 신호에만 의존한 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가끔 무료함이 느껴질 때면 검증되지 않은 원칙으로 매매했다. 나도 안다. 명백한 자만이었다. 그런 날이면 얻던 수익을 모두 반납했다. 다시 나는 반성했고, 다음 날이면 승리하던 날로 돌아왔다.

자만과 반성이 우연이었을까? 아니다. 분명한 필연이었다. 이런 천성이 어딜 가겠는가. 나는 그 바보짓을 일정 주기로 반복했다. 삼 주에 한 번씩.

회상할 때마다 나는 시시포스 신화를 떠올린다. 시시포스의 바위는 저절로 굴러떨어지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반복되는 작업에 대한 그의 나태함의 결과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는 언제든 바위를 정상에 올릴 수 있다고 착각하는 중인지도 모른다. 나는 무한한 반복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터졌고, 투자액의 대부분을 잃었다. 투자 매뉴얼은 정확했다. 나 자신을 믿지 못한 것이, 손해를 만해하려는 욕심이 원인이었다. 절묘하게도 그 삼 주차 즈음이었고, 시장 추세의 역사적인 변곡점이기도 했다.

새벽의 폭풍이 끝났다. 나는 혼자였다. 느껴지는 감정이 무엇인지 형용할 수 없었다. 잠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눈앞에서 간밤의 차트가 요동쳤다. 화장실로 향했다. 샤워를 시작했다. 두어 시간은 물줄기 밑에 서 있었지 싶다.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어둠을 걷어냈다. 날이 밝자 기분이 좀 나아졌다. 오묘한 해방감도 느껴졌다. 동시에, 가슴이 먹먹했다.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창밖을 봤다. 어쩔 줄 모르는 나만 빼고 세상의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오만함을 반성했다. 패배를 받아들였다. 나는 시장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첫날의 간절함은 잊은지 오래였다.

샤워기를 잠갔다. 끝에 물방울이 맺혔다. 언젠가 절대적인 절제력을 가진다면 돌아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그런 절제력이 있다면 사는데 많은 돈이 필요할까?

나는 아마 오랫동안 오지 않을 것 같다.

그날부터 나는 크게 변했다. 내가 겪는 일의 대부분은 내가 자초한 일이라는 사실. 핑계를, 주위를 탓하지 않게 된 시기도 그 즈음이었다. 모든 것은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비롯된 일이었다.

큰 돈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세상모르는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르고, 내가 자기합리화에 능한 사람이어서인지도 모른다.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소리가 아니다. 중요하기 때문에 차갑게 다루려 노력한다는 말이다. 나는 중요한 것들을 많이 잃었었다. 하지만 배우는 게 훨씬 많았다. 잃기 전까지 무엇인지 모르는 게 문제였지만.

요즘, 누구나 암호화폐를 주제로 많은 글을 쓴다. 나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스크롤을 내리며 생각한다. 코인의 거품이 꺼진다면 당신들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끝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전부터 주변인들에게 투자를 장려하는 입장이었습니다. 당분간 상승할 거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저와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는 욕망에서였습니다. 요즘은 제가 최고로 많이 벌었던 금액 보다 더 많이 번 지인도 보입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저보다 많은 돈으로 저보다 많은 행복을 가질 수 있을지요.

여기서 글을 마무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록: 투자를 고려 중인 & 투자를 막 시작한 분들께 드리는 말
  1. 공부하세요. 입문서로 피터 린치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을 읽으세요. 두 번 읽으세요. 관심이 생긴다면 다른 책들도 읽으세요.

  2. 돈을 벌 목적을 분명히 하세요. 집, 차, 명품 등 무엇이든지 당신이 투자를 왜 하는지 잊지 마세요. 당신이 하는 모든 행동을 자각하세요.

  3. 소액으로 시작하세요. 시장에서 당신의 재산은 먼지 한 톨에 불과해요. 쉽게 날아가 버리죠. 경험을 쌓는데 수업료를 내지 마세요. 10만 원으로 수익 내지 못하면, 1억으로도 벌 수 없음을 명심하세요.(4천억이라도)
    [기사: ‘최태원의 4천억’ 어떤 선물에 날렸을까]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4994.html)

  4. 당신이 이미 충분히 먹고 살 만 하다면 좋은 취미, 습관을 가지는데 집중하세요. 무형 자산의 가치를 높이세요. 돈보다 가치있는게 무엇일지 생각하세요.

  5. 가상화폐를 자본 펌핑의 마지막 기회로 절대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했던 모든 말보다도 중요합니다. 기회는 또 찾아와요. 생각보다 빨리요. 인류의 투기욕은 항상 어딘가를 향하니까요. 이번엔 가상화폐로 집중됐을 뿐이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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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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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 넘으셨네요~ 축하드립니다 그래도 보팅은 하고가겠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투자했을때 초반에 실패가 차라리 나은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설프게 성공했을때 나중에 더 크게 다칠수있으니까요

신청 시점엔 아니었는데 넘었군요. 보팅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해요~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어렸을 적 경험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돈 버는 일보다 중요한게 많으니까요. 요즘은 다른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ㅎㅎ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늘 돈보다 가치있는것을 지향했던 저에게
시험과 같은 코인세계예요.
큰 것을 바라지는 않아요.
그냥 이것도 경험해보고싶어요.
절절한 돈이라면 아마 투자하지 못했을것같아요.

투기든 투자든 용기가 필요한데 전 소심쟁이라 -
투기하시는 분들 용기가 부러울정도로요..
이런 쓴소리도 가감없이 쓰실줄아는
실패담도 나누실줄 아는
mohomogu님의 용기도 부럽네요.
글 너무 잘읽고 가요.

제 모자란 글보고 많은 생각에 빠지셨다니 작은잎 님도 대단하십니다. 저는 경험하기 전까지 실패담은 상관없는 일인줄만 알았어요. 시간이 지나고서야 받아들이게 되더라구요.
이제는 경험할 때마다 더 많이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lalaflor님에게도 좋은 일상 가득하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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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야호야호 감사합니다! 좋은밤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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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초월하신것같아서 부럽습니다 마지막말씀이 젤와닿네요 마지막이 아니길ㅎㅎ

초월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