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투자일기(12-3 : 부채의식)
코인 구매 후, 회사 동지들과의 공적인 저녁식사 시간은 남자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오곤했다. 지금이야 달라지는 건 어플리케이션 창의 파란 마이너스 금액일 뿐이라 어려움이 덜하지만, 한두달 전의 남자는 그렇게 무디지 못했다.
구매 후 첫 회식 때는 오르는 리플을 추매하지 못하고 지켜만 보았고, 두 번째 회식에는 떨어지는 엔엑스티를 매도하지 못했다. 그래서 세 번째 회식에 대리님이 코인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 남자는 긴장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리님, 코인 하시죠? 제가 요즘 해볼까해서요.
개팅이 형이 코인에 대해 처음으로 관심을 드러냈던 그 상황과 너무나도 유사하여 남자는 그 상황이 웃겼다. 개팅 형에게는 신이나서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에 대해 설명했었었다. 그 날도 손실액을 안고 있지 않았다면, 눈 앞에 고기가 타들어가고 있지 않았다면 분명 여러모로 몸소 깨우친 것을 알려주었을 것이다.
-요즘은 하락세가 강해요. 이제 좀 괜찮아졌나 해서 다시 샀는데, 그 후로 삼십퍼센트가 빠졌네요.
그러나 남자는 간단하게 현재 재정상황에 대해 설명할 수 밖에 없었고, 한 아이의 아버지인 대리님은 코인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 있었다.
그리고 대화 후 거짓말 같이 가격 하락이 가속되어 그날도 전날 가격의 구부능선에 시세가 걸쳐졌으니, 권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남자는 스스로 대견해한 것이었다.
-이렇게 막 개팅이 형 얘기를 쓰면 어떡해유. 사람들이 소개팅 주선한 형이라고 생각할 거 아녀유. 개인 프라이버시!
-아니, 그걸로 어찌 알겠슈. 그나저나, 형한테 반토막 났다고 말해서 코인 단념시켰단 얘기 쓰니까, 귀신같이 오르네유.
-그래유? 그럼 매일 써줘슈. 떨어진다고 써줘유!
-그랬다가 매일 오르면 나는 매일 거짓말하는 셈인데, 그렇게는 못해유.
-그럼 떨어질 것 같다, 고 써줘유.그건 되잖아.
남자의 스팀잇 글을 본 여자가 타인의 신상을 언급해도 되냐며 질책했고, 오르는 시세를 보던 남자는 예상은 항상 틀리는 것인지 한탄하며 오르막길을 그리는 차트를 보여주었다.
이월 칠일의 아침,
개팅이 형과의 대화 후 십퍼센트 넘게 떨어졌던 시세는 최저점 대비 삼십퍼센트가 올라있었다.
이렇게 쓰는 동안 또 떨어진거아닐까, 남자는 두려워하며 올리기 버튼을 눌렀다. 추운 출근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