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에 천부적 재능이 있었다 - 잠 안와서 올리는 내 얘기
지금은 1도 관련없지만 어렸을 적 미술에 천부적 재능이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찰흙 시간. 친구들은 응가나 뱀이랍시고 길따라고 동그란 것들만 만들었다.
나는 평소 좋아하던 코뿔소를 만들었다. 선생님 크게 놀랐고 어머니가 학교를 오시게 되었다. 그렇게 미술학원을 갔다.
나의 소조을 보신 선생님이 말했다. "이 학생은 지금 예중, 예고를 시험봐도 합격할 수 있습니다."
신기한 일이었다.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나보다 훨씬 큰 어떤 형, 누나들과 함께 소조를 배웠다. 뭐 배웠다고 할 수 없다. 그 형, 누나들이 배울때 난 혼자서 찰흙과 놀았다. 학원에선 나를 물며 빨며 참 이뻐해줬다.
하지만 내 몸통만한 찰흙들과 씨름하는 것은 힘들었다. 팔이 아프다고 울면서 하기 싫다고 했다. 부모님은 그냥 나를 놓아주셨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조금 다른 분야에 흥미가 생겼다. 미술이 날 끌어당긴걸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만 그리면 친구들이 몰려왔다. 사람들이 내 주변에 몰리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사람들이 신기해 하는 모습에 별다른 고민없이 나의 진로는 그렇게 정해졌었다.
자연스래 학교 대표로 미술 대회를 나갔다. 많은 상을 받았다. 그렇게 고등학교까지 올라갔다. 무엇보다 나는 속도가 빨랐다. 남들이 한 두시간 걸리는 것을 30분이면 끝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였다. 항상 끝나고나면 더는 하고 싶지 않았다. 쉽게 얻은 것이라 그런지 마음도 쉽게 먹었다.
고등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은 좀 독특하셨다. 내가 미술하는게 못마땅하셨다. 항상 그만두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셨다. 알고보니 당신의 딸이 미술을 하다가 실패한 모양이었다. 입시미술을 할 시기가 왔었다. 한달 몇 백씩 든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렇게 대학을가도 또 그런 비용이 든다고 했다.
아버지가 실직하셨다. 부모님은 아무말도 안했지만 그냥 미술이 하기 싫다고 했다. 그렇게 정말 쉽게 그만 뒀다.
수능도 실패했다. 생각지도 않은 대학에 경영학과로 진학했다. 그렇게 7년이 지났다. 취업을 아직 못하고 있다. 힘들때면 간혹 미술이 생각난다. 평소 예체능을 하다가 그만둔 사람들은 다시 손도 안 댄다고 하더라. 나는 간혹 그림을 그렸다. 예전처럼 친구들이 내게 몰려와서 우와우와하는 소리는 없었다. 그렇게 취미생활로도 그림을 안 그리게 됐다.
못나 보일지 모른다. 남들 평생 가져보지 못한 재능을 낭비했다. 하지만 요즘에 느낀다. 한창 미술할 때 나는 미술을 지겨워했다. 내가 하기 싫었던 것이다. 핑계대기 좋은 상황도 생겼겠다. 그렇게 아무 노력없이 얻었었기에 내 손을 쉽게 떠나게 두었다.
그 때의 미술을 하던 나는, 처음 찰흙을 만지면서 혼자서 놀 때의 그런 감정은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다시할 생각은 없다. 요즘 흥미가 가는 것들이 생겼다. 재능은 없다. 하지만 애써서 노력해서 얻어가는 것들에 대한 기쁨을 이제는 안다. 마음 한쪽에 항상 자리하고 있던 그 미술을 이제는 진짜 놔줄 수 있을 것 같다.
그 미술 금손 너무 부럽습니다.! 저도 미술을 조금만 잘했더라면 인생이 바뀌어 있었을텐데... 회사다니는게...7년차인데... 좋아서 하는일이 아니어서 그런지.. 열정이 생기진 않네요..재미있지도 않고..ㅎㅎ 재능이 있어서 좋아서 할수 있는 일, 하고싶어 하는 일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이제는 쓰지 않는 손이라.. ㅎㅎ 역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시는 분들이 많진 않은것 같네요.. ㅠㅠ 시간이 또 지나면 열정이 생길만큼 좋은 기회가 오실거라 생각합니다!
와우 엄청난 재능을 가진 분이셨군요, 마땅한 재능이 없어서 부럽네용 ㅠㅠ
재능이 있다고 다 좋은건 아니군요. @milanoo님의 글을 읽기 전엔 '재능이 있으면 그냥 다 끝난거 아닌가?' 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입장도 있다는걸 알게 됐네요.
하기 싫은 것은 재능이 있던 없던 안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ㅎㅎ..
허심탄회하게 그냥 털어놓았는데 이렇게 이해해주신다니 감사합니다~ㅎㅎ 저는 누구나 재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찾아가는 중이거나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이지, @lesto님도 엄청난 재능이 있으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늦지 않았어 내동생, 사람은 취미로나 뭐로나 1만 시간을 투자하면 그 분야의 전문성을 나타내게 된다. 일반인은 인생을 살면서 취미, 전공, 직장등 3가지 이상에서 전문성을 나타내고 취미가 직장이되고 전공이 취미가 되는 일이 허다하다. 이론적으로 계산만 한다면 살면서 8~10개의 전문성을 갖추며 직장과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그러니 놓았다고 생각말고 취미로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라도 시간을 투자 하길 권고한다.
조언 감사드립니다. 항상 취미로라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