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문교와 골드러쉬 그리고 중국인
샌프란시스코의 대표적 상징물은 단연코 금문교(Golden Gate Bridge)다.
1933년 1월 5일에 착공을 시작해서 4년만인 1937년 4월 19일에 완공한 세계에서 가장 멋진 현수교 중 하나이다. 완공 당시 세계에서 가장 긴 주탑(227m)을 가진 현수교였고 완공 자체가 불가사의 하다고 평가 받은 다리다. (우리나라는 2012년에 완공한 이순신대교가 270m 높이의 주탑을 가지고 있다.)
가까이에서 보면 길이 227m에 달하는 주탑에 압도되고 바다와 상판이 67m 떨어져있는 아찔한 높이에 또다시 압도된다. 이 거대한 다리를 4년만에 완공한게 미스테리라고 느껴진다. 도대체 이 다리에는 어떤 스토리가 숨어 있는 것인가?
가까이에서 찍은 금문교의 주탑이다. 엄청한 높이를 자랑한다.
시간을 거슬러 1848년으로 가보자. 셔터스 밀(sutter's mill) (지금의 캘리포니아 콜로마(coloma) 지역) 에서 일하던 제임스 마셜이 사금을 발견한 것을 시작으로 캘리포니아에 금이 발견된다는 소문이 미국 전역에 퍼졌다. 이 소식은 미국 외에도 유럽, 라틴아메리카, 아시아에도 소문이 퍼져 1849년에 많은 사람들이 금을 찾는 골드러시가 이루어졌다. (이때의 사람들을 49ers라고 불렀고 현재 샌프란시스코 미식축구팀의 이름도 49ers다) 샌프란시스코는 1848년만 하더라도 인구가 1,000명의 소도시였는데 골드러시가 본격화되면서 1850년에는 25,000명으로 늘어나며 거대 도시로 발전했다.
출처 G.F. Nesbitt & Co. via Wikimedia Commons
아시아인들 중에서는 중국인이 적극적이었다. 1842년 청나라의 아편전쟁 패배 이후 국운이 기우는 가운데 중국인들은 '금산'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기회의 땅 미국으로 향했다. 초기의 금은 강바닥에서 단순한 기술을 이용해 사금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점차 금은 채광기술과 장비가 있는 회사에 의해 광산 채굴 형식으로 바뀌며 금을 가질 수 있는건 소수의 미국 자본가였다. 먼 나라에서 이민 온 자금력이 없는 중국인에게 '아메리칸 드림'은 없었다.
허나 1860년 미국 동부에서 서부를 잇는 철도건설에 중국인들이 투입되며 일자리를 얻었고 그들은 같이 몰려 살며 상점도 하고 레스토랑도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 커뮤니티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의 토대였다.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 jennbedoya, 출처 Unsplash
미국 내에서 경제적 자립을 하며 살고 있던 중국인들은 또 다른 암초를 만난다. 철도공사 이후 미국내에 경기 침체가 오자 자국민의 일자리를 뺏는 중국인들에 대한 반감정서가 생기고 미국 정치인 또한 표를 얻기 위해 중국인들을 악당으로 만들었다. 1877년 7월에는 미국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반중 감정이 격해져 샌프란시스코에서 폭동이 일어났었고 차이나타운에서 4명이 죽고 $100,000이상의 재산피해를 겪기도 했다. 결국 1882년 미국 의회는 중국인 배척법(Chinese Exclusion Act)을 제정하여 중국인의 미국 이민을 금지하고 중국인의 시민권 획득을 금지시켰다. 많은 차별과 무시속에서도 중국인들은 오히려 차이나타운에 더 모여서 결속력을 다지며 살았고 미국 경기가 다시 회복되자 국가 인프라 공사에 중국인들은 대규모로 동원되었다.
1933년에 시작된 금문교 공사에도 중국인들의 피와 땀이 서려있다. 오후 4~5시만 되면 자욱하게 깔리는 안개와 강한 바람은 다리 건설의 최악의 상황이었고 4년간의 공사기간 동안 약 40명의 중국인이 목숨을 잃었다.
안개가 자욱한 금문교 © holly mandarich, 출처 Unsplash
1943년 중국인 배척법이 철폐되기 까지 중국인은 많은 차별과 무시를 받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커뮤니티를 지키며 상황이 좋아지기를 기다렸고 중국인들은 경제적 자립을 바탕으로 오늘날까지 삶의 터전을 유지했다. 그 결과 2015년 기준 미국 통계청(census)의 조사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내에서 총 86만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중국인의 비중은 21%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인구 중 1/5은 중국인이 차지하고 있고 도시내에서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
중국 커뮤니티는 2008년 샌프란시스코 시장인 개빈 뉴섬(Gavin Newsom)과 협약을 맺어 중국인들의 취업기회를 확대하고 현지업체와의 비즈니스 확대를 추구 했다. 중국인 이민1세대가 어려운 환경속에서 삶의 기반을 마련한것이 2세대, 3세대로 이어져오며 네트워크가 형성되었고 이 물리적 기반을 바탕으로 오늘날 중국인들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신의 비즈니스 기회를 펼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속의 중국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들은 비록 금은 캐지 못했지만 후대에 삶의 터전을 마련해줬다. 중국인들이 샌프란시스코에서 계속 살게 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장기 프로젝트가 '금'을 만든 것이 아닌지 생각해본다.
오늘날에 또 다시 미국은 이민자에 대해 장벽을 쌓고 있다. 이런 시기 일 수록 우리나라 한인 커뮤니티도 서로 뭉쳐서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고 네트워크를 더 단단히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메리칸 드림을 일구신 한인 선구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후대의 한인들이 제2의 아메리칸 드림, 제3의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도록 이어지길 바란다.
한인커뮤니티 파이팅 해야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