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비평) 임박한 미-중 충돌과 우리의 살길

in #kr4 years ago




신종코로나의 충격이 글로벌 공급망을 훼손하고, 여러나라를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고, 중국에 대한 세계적 혐오감을 일으킬 것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이 쉽게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이전 2018년부터 미국과 중국은 경제전쟁을 하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게 단순히 관세와 무역불균형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걸린 두 강대국의 본격적인 투쟁의 시작으로 봐야 했습니다.

그렇다 해도 재선을 앞둔 트럼프와 충분히 권력을 다지지 못한 시진핑이 서로의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고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아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신종코로나는 많은 것을 바꿔버렸습니다.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다 해도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내부적 단합과 인기영합을 위해 더 강한 조치를 취하기 쉬운 상황입니다.




중국은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킬것이 확실합니다.

이 법이 통과되면 미국과 영국은 물론 서구의 모든나라와 중국의 관계는 상당히 악화될 겁니다. 홍콩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 불길한 것은 홍콩시위에 직접 개입할 태세라는 겁니다.

中, 병력 1만 명 대기…홍콩 시위 전면 탄압 우려

홍콩보안법이 통과되면 미국은 홍콩정책법에 의해 부여한 관세, 무역, 비자관련 특혜를 박탈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이 달러페그제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외국인 투자자와 기업이 빠져나가면서 동양의 런던이나 뉴욕같은 금융과 경제 중심지의 역할을 할 수 없을겁니다.

홍콩보안법 집행과 관련된 중국기관이나 중국관리에 대한 미국내 자산동결조치도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면 중국도 할 수 있는 선에서 미국에 보복을 하려 할 것입니다.





만약 중국 군경이 홍콩에 진입하는 장면이 TV에 나오면 상황은 정말 되돌릴 수 없을겁니다. 

중국이 홍콩에 직접 개입하면 중국 군경에게 폭행당하거나 학대당하는 시위대의 모습을 담은 TV화면은 반드시 나올겁니다. 이런 장면은 중국에 대한 전 세계의 혐오감을 극대화시킬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구를 중심으로 한 대 중국 경제제재가 나올 가능성부터 대만, 남중국해 부근에서 중국과 미국의 무력충돌까지 예측할 수 없는 여러 문제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극단적인 대립은 '자본주의'적으로 볼 때 서로에게 좋을것이 없기 때문에 적정선에서 서로 물러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이득이 없기 때문에 전쟁같은 극단적인 대결이 안일어날 것이라는 소리는 항상 위기상황 전에 나오는 말입니다. 1차세계대전 직전에도, 2차세계대전 직전에도 그런 말은 항상 있어왔습니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그대로 보면 됩니다. 중국이 지금 이 시국에 왜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키고 홍콩에 무력개입을 준비하고 있겠습니까? 미국과 서방이 중국이 하는 짓을 가만히 두고 볼 것이라고 오판해서일까요? 경제적으로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해서일까요?

홍콩이라는 중국 고유의 영토(중국측의 입장에서...)에서 서방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주권을 확립하는 것에 중국이라는 나라의 위신과 지정학적 이익이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이것때문에 경제적 피해는 물론 다른 위험도 감수하겠다는 것입니다. 

국가는 언제나 경제적 이익보다 국가적 위신과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우선시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양쪽 누구의 편을 들지도 않고 양쪽 모두와 관계를 유지하면서 국익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우리에게 최선일겁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장기간 해 나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한반도는 미-중 갈등상황에서 미얀마, 남사군도, 대만과 같은 곳입니다. 지정학적으로 대단히 첨예하게 부딪치는 곳입니다. 이런 곳에서 성공적으로 중립을 관철한 사례가 있다면 하나만 예를 들어 주십시오. 제가 알기로 없습니다. 만약 한국이 이런 시도를 한다면 역사에 없는 길을 개척하겠다는 것입니다.

최대한 시간을 끌겠지만 어떤 시점에서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너무나 자명합니다.





제 생각에, 중국공산당 정권이 이번 갈등에서 그대로 권력을 유지하거나 중국이 미국과 서방의 압력을 이겨내어 진정한 G2로 거듭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선 미국과 중국사이에는 뚜렷한 군사적-경제적 격차가 있습니다. 

게다가 신종코로나와 홍콩사태 등으로 악화된 대중국 감정 때문에 서구도 미국편을 들 것이 확실한 상황입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도는 물론이고 동남아 대부분의 국가들도 미국편을 들거나, 최소한 미국에 우호적인 중립을 지킬겁니다. 중국은 세계적으로 고립된 상황입니다.

미국은 이번 갈등을 패권다툼이 아니라 선과 악의 대결로 프레임을 짜기 유리한 상황입니다. 신장-위구르에서 벌인 중국의 반인권적 행위와 홍콩에 대한 무력탄압, 그간의 비민주적 체제와 언론탄압 등 중국을 인류의 적으로 보이게 만들 충분한 소재가 있습니다. 내눈에도 중국은 불쾌한 면이 많은 나라입니다.

아무리 트럼프 이후에 미국의 이미지가 훼손되었다 해도 미국은 단순히 나라 이전에 어떤 가치를 상징합니다. 이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뭔가를 상징하는 나라와 불쾌한 면이 많은 나라의 대결이 어떻게 보일지 뻔합니다.





중국은 시작하기도 전에 졌습니다. 중국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미국에 경제적, 군사적 출혈을 강요하여 함부로 자신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것 뿐입니다. 이른바 중국식 벼랑끝 전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미국도 감정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벼랑끝에 서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죠. 지금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의 위신이나 이익을 건드리면 예전처럼 인내심을 가지고 말로만 하지 않을겁니다.




이번 대결은 당분간 한국에 극심한 경제적 피해를 주겠지만 어떤 면에서 한국에 국운을 열어줄 수 있습니다. 누가 봐도 멍청하게 끝까지 중국몽을 꾸지만 않는다면요. 이번 정부가 그정도로 현실감각이 없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중국이 미국과 대결할 의지와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거나 중국공산당이 붕괴하면 북한은 동북아에서 완전히 고립됩니다.  북한이 완전히 고립된다면 어쩔 수 없이 진지하게 핵협상에 임할것입니다.

중국의 경제가 급성장한데는 국가가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고 역량을 집중하는 박정희식의 개발도상국 경제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 중국의 기업과 불리한 룰에서 경쟁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것이 없어지면 한국기업에도 큰 도움이 돌 것입니다. 또 중국 시장이 확실히 개방된다면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장점이 있는 한국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것입니다.






결국 중국은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와 정치적 자유를 존중하고, 시장을 더 넓게 개방하여 책임감 있고 호혜로운 국가로 거듭날 것인지... 아니면 예전의 모택동식 폐쇄국가로 돌아갈 것인지 말입니다. 

국제 분업체계에서 경제적 이득은 보면서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룰을 거부한다면 다른 나라들이 중국을 대신해서 결단을 내려줄 것입니다.





위 글과 다른 글들은 
저의 개인 블로그에도 올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