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T History: 어둠의 세력이 키운 익명화폐
블록체인史
어둠의 세력이 키운 익명화폐안녕하세요! KEEP!T입니다.
지난 블록체인사에선 암호화폐의 탄생 배경과 비트코인이 가진 익명성의 한계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프라이버시를 추구하는 사이퍼펑크들은 암호학을 접목한 디지털 화폐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죠. 하지만 비트코인은 이들이 원하는 프라이버시를 보장할 수 있는 익명화폐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블록체인으로 인해 화폐 흐름의 추적이 가능한 투명화폐(?)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물러날 사이퍼펑크 운동가들은 아닙니다. 이들은 비트코인 이후 화폐 흐름의 추적이 불가능한 익명화폐를 만들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합니다. 이 익명화폐의 역사에 대해선 이전에 킵잇에서 다룬 익명화폐의 역사 시리즈(1편 - 5편)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번 칼럼은 익명화폐의 역사 6편 격으로 익명화 기술의 개괄적인 흐름을 정리하고, 지난 시리즈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을 보충하도록 하겠습니다.
1. 블록체인 초기의 역사 그리고 다크넷 마켓
블록체인 초기의 역사는 딥웹
의 역사를 따라갑니다. 딥웹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월드와이드웹(www) 또는 표면 웹(surface web)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인터넷 세상을 말합니다. 딥웹은 일전에 블록체인사 4편에서 소개해드렸던 토르 브라우저와 같은 특수한 브라우저로만 탐색 가능한 곳입니다. 아직 법과 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인터넷 세상에서 긱(Geek)
들이 활개치는 세상, 이른바 '긱들의 놀이터'가 딥웹이었던 것이죠. 1990년에 월드와이드웹이 나오면서 서서히 인터넷이 보급되고, 인터넷은 일반 사용자에게도 친숙해졌지만, 딥웹은 여전히 일반적인 사용자들이 접근하지 않는 '그들만의 세상'으로 남게 됩니다.
딥웹(Deep Web)
: 구글처럼 일반 검색 엔진으로 검색 결과가 나오는 웹을 표면 웹이라 부르는 반면, 딥웹은 검색 엔진으로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는 웹을 일컫는다. 용어가 비슷한 다크넷, 다크웹 중 가장 넓은 범위로 쓰이는 의미이다.
긱(Geek)
: 하나의 분야에 심취한 괴짜들을 이르는 말. 일반적으로 한 사회 내에서 긱은 비주류에 속한다.
그런데 이 딥웹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는 '다크넷'이란 세상이 존재합니다. 법의 감시망을 피해 익명으로 활동하는 자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이 다크넷이죠. 이 곳엔 해커그룹으로부터 봇, 불법거래, 포르노, 도박 사이트, 익명 정치 포럼 등 다양한 형태의 사용자들이 존재합니다. 법의 감시망을 피해 익명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어쨌든 불법적인 활동과 연관이 깊습니다. 여기서 무기, 마약, 포르노, 스너프 필름 등의 불법 상품 거래를 주고 받는 곳을 다크넷 마켓이라고 합니다. 심지어는 청부 살인 의뢰마저 이곳에서 이루어진다고 하니 무시무시하지 않나요? 하지만 블록체인 초기 성장에 다크넷 마켓이 굉장히 지대한 공헌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바로 다크넷 마켓의 기축통화가 비트코인이었기 때문입니다. 2013년 비트코인 붐이 일어나기 전까지 대부분의 비트코인 물동량은 이곳 다크넷 마켓과 사토시 다이스란 비트코인 도박 사이트에서 이루어졌죠. 불법 거래를 하는 이들에겐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는 화폐가 필요했고, 그들에 의해 비트코인의 수요가 증가했던 것입니다.
2.돈 세탁
나는 인류의 강요와 억압의 사용을 폐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경제 이론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노예 제도가 거의 모든 곳에서 폐지 되었듯이, 다른 사람보다 위에 있는 한 사람에 의한 폭력, 강압과 모든 형태의 무력을 끝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가장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무력 사용은 기관과 정부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이것이 현재의 노력의 요점입니다.
정부를 변화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정부의 마음을 바꾸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나는 무력을 체계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경험을 주기 위한 경제적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로스 울브리히트-
2013년 10월까지 다크넷 마켓에서 가장 거대한 시장은 '실크로드'란 웹사이트였습니다. 이곳에서 사용자들은 비트코인을 기축 화폐로 불법 상품을 주고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판매자가 마리화나를 100 비트코인에 판다고 올려놓으면, 구매자가 100 비트코인을 주고 구매하는 식이었죠. 그들의 신분은 드러내지 않은 채로 말입니다. 이후 판매자는 자신의 비트코인을 비트코인 환전 사이트에 가서 달러로 교환합니다. 이러한 교환 방식이 최초의 비트코인 시장을 형성했고, 이후 비트코인 환전 사이트는 거래소로 발전하게 됩니다. 다크넷 마켓이 최초의 비트코인 시장이고, 비트코인 환전 사이트는 최초의 비트코인-실물 화폐의 통로였던 셈이죠. 나카모토 사토시의 의도와는 다르게 비트코인을 키운 최초의 세력이 어둠의 세력이란 점은 흥미롭지 않나요?
그러나 이 어둠의 세력은 얼마 안 가 덜미를 잡히고 맙니다. 2013년 10월, 미 연방수사국 FBI에 의해 실크로드의 운영자 로스 울브리히트가 체포된 것입니다. 이후 실크로드는 폐쇄되고 실크로드가 보유한 모든 비트코인은 압수됩니다. 이 사건은 비트코인이 공권력에 의해 추적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린 상징적 사건이었습니다. 그 후 다크넷 마켓에서 활동하는 어둠의 세력은 공권력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방법에 더욱 골몰하게 됩니다.
그들의 의도가 그다지 순수하진 않았더라도 사이퍼펑크의 이해관계와 일치하는 지점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추적이 불가능한 익명화폐에 대한 요구였습니다. 비트코인 이후 익명화폐의 폭발적인 등장과 발전은 여기서 시작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오늘날 대시, 모네로, 지캐시, 코모도와 같은 익명성을 강화한 화폐들입니다.
3.코인 믹싱
코인 믹싱 계보도
첫 번째로 등장한 익명화 기술은 코인 믹싱 기술입니다. 코인 믹싱은 비트코인의 추적을 어렵게 하기 위해 초기에 개발되었던 익명화 기술입니다. 여러 명의 사용자가 같은 금액의 비트코인을 서로 교환해서 출처를 알기 어렵게 만드는 기술이지요. 예를 들자면, 병수가 1+1 비트코인, 호식이가 1+1 비트코인, 예진이가 1+1 비트코인을 제출합니다. 그 후 병수의 각 1 비트코인은 호식이, 예진이에게 갑니다. 마찬가지로 호식이의 비트코인은 병수, 예진이에게, 예진이의 비트코인은 병수, 호식이게 갑니다. 셋은 각자 원래대로 2 비트코인을 갖지만, 비트코인의 출처는 세탁이 됩니다. 코인 믹싱은 바로 이런 원리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코인 믹싱은 믹싱에 참여하는 사용자의 숫자와 코인의 수량이 늘어날수록 추적이 어려워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후 코인 믹싱 아이디어는 대시, 코모도에게 계승되어 각각 마스터노드 믹싱, DEX(탈중앙화 거래소) 믹싱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카드뉴스] 블록체인 상식사전 (18) 익명/암시장 by. @keepit
코인 믹싱에 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익명화폐의 역사 1편에 나와 있습니다.
오늘의 블록체인사는 여기까지 입니다. 지금까지 따라와주시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 다음 시간엔 바이트코인, 모네로의 크립토노트 기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blockchain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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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역사~ ^^
감사합니다!!
항상 좋은 글 만날 수 있어
행복합니당~ ^^
잘 읽었습니다~^^ㅎ
감사합니다 yoon0862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