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실제

한여름의 장마비가 그친것처럼 우리들의 월드컵도 이제 막을 내렸습니다. 비록 지긴 했지만 세계최강 독일을 상대로 잘 싸워준 우리 선수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보냅니다.

그동안 축구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렇게 했으면 좋겠고 저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괜히 감독을 욕해보기도 하고 내가 해도 저것보다는 잘할거라고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과연 제앞에 축구공이 있다면 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공을 몰고 십미터는 앞으로 갈 수 있을까요? 아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선수들만 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느 모 축구선수가 ' 싫으면 너희들이 뛰어보던지'하는 말도 사실 맞는 말이기는 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세상이 자신의 마음대로 되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운명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기를 바라지요. 눈앞에 있는 상대가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그러나 절대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자기의 마음도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습니다.

자신이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시간이 지나면 예전처럼 어둡고 부정적인 마음을 갖기 마련입니다. 화내지 않으려고 해도 화가 나고 슬퍼하지 않으려 해도 슬퍼하게 됩니다. 나쁜 짓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는 하지만 아무도 보지 않으면 슬쩍 나쁜 짓을 하고선 앞으로 잘하면 괜찮겠지 하고 면죄부를 주곤 합니다. 이렇게 사람은 자기에게조차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하물며 남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그 누구도 내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지요. 그래서 항상 남을 미워하고 원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저 자신의 뜻대로 상대방이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말이지요.

더 나아가서는 세상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부정하며 기득권들을 원망합니다. 그렇다고 그들은 전혀 우리를 봐주지 않습니다. 괜히 나만 그들을 미워하는것뿐이지요.

운명은 또 어떤가요.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진다고 해서 행복해지는것도 절대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인생에는 수많은 불행과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군요. 그냥 누군가의 말대로 존버할뿐입니다. 세상앞에 우리는 너무나 무기력한 존재일 뿐입니다. 세상이 고래라면 우리는 그저 개미, 내지는 플랑크톤정도 되겠군요.

장마가 시작되어 날이 개기를 너무나 바랬습니다. 빨래는 냄새가 나고 온통 눅눅해서 짜증이 납니다. 주위사람들과의 관계도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모두들 습도가 높아지니 예민해져 있습니다. 괜히 싸움나기 쉬운 날이지요. 그런데 오늘 갑자기 잠깐 날이 갰습니다. 이것은 제가 원한 일이었으나 제맘과는 전혀 상관없이 날씨가 갠것뿐입니다. 비가 그치게 해달라고 해서 비가 그쳤겠습니까.

세상은 우리의 마음대로 할수 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아니 어찌보면 아무것도 우리마음대로 되지 않다고 보는 것이 더 좋은 표현일 것입니다.

결국 우리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일 것입니다.

태어나는 것도 마음대로 태어날 수 없고 늙기싫어도 늙게 됩니다. 병이 나기 싫어도 병이 나게 되며 죽기싫어도 언젠가는 다들 죽게 되지요.

운명을 거스를 수 있는 방법은 세상에 없습니다. 아니 단 한가지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그것은 자신에게 어떤 운명이 오더라도 받아들이며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운명에 지지 않은 것입니다.
왜냐하면 운명에 맞선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