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주절주절] 2018-04-02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7 years ago

오랫만에 후배 한명을 만났다.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근황을 주고 받는데 이 녀석이 최근에 입원을 했다는게 아닌가.

무슨 일로 입원 했냐고 물어보니 설사가 계속 나고 그래서 장염인가 싶어서 처음에 내과에 갔단다. 그런데 열을 재보니 38도. 그래서 의사 선생님이 고열을 동반한 장염은 위험하다고 좀더 열이 나면 입원해야한다고 했단다. 이 녀석은 그 말을 듣고 일단 약을 받고 상태가 안좋아지면 오겠다하고 병원 문을 나섰단다. 

그리고 새벽, 배가 계속 아프고 토까지 하길래 죽을 것 같아서 119를 불러 병원에 갔단다. 가서 위내시경을 하고 들은 소식은 장염, 위염, 역류성 식도염... 그 주 토요일까지 입원해야한다 기에 후배 녀석은 '그럼 내일 학교는? 수업은? ' 걱정했다.

참 안타까웠다. 또, 한편으로는 안쓰러웠다. 본인의 건강보다 수업 걱정을 먼저 하다니...

이 후배 녀석은 작년 2학기는 완전 절정이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잠을 못자는 날도 많고 그러더니 결국 이번 학기 3월에 입원까지 했다. 무엇이 그녀를 괴롭힌걸까..?

이야기를 계속 하다보니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대충대충하기보다 꼼꼼히 세밀하게 안하면 불안해한다. 나는 그저 묵묵히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그녀가 아니니까. 내가 그녀의 상황이 아니니까 100% 공감하고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고 그녀는 커피를 잘 안마시게 됐단다. 저번학기까지는 거의 달고 살던 놈이, 퇴원하고 나서 커피를 먹고 싶어서 홀짝 마셨는데 바로 "설사" 그래서 그 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음식 조절을 하고 있단다.


참 이런 류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할 말이 없다. 그건 그녀의 성격이고 변할려면 바껴야 하는데 그녀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는 것은 결국 '너는 변해야 한다' 라는 말의 다른 모습이니까.

우리 둘의 차이는 이것이다.

가령 예를 들어 어떤 물건을 나는 물건을 3개 사고 싶다. 그러면 그냥 산다. 사는 이유는 내가 3개 사고 싶으니까.

하지만 이 녀석은 물건을 3개 산다면 그 이유부터 적고 그것이 타당한지 아닌지부터 고민하고 어디서 사야하나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아본 후에 산다. 

이런 나와 그녀석의 차이점이니, 내가 이해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더욱 함부로 충고 할 수도 없다. 그냥 건강하고 하는 일이 잘되고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클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