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전쟁사 읽기 : 세키가하라(2017)

in #kr6 years ago (edited)

저는 밀덕입니다

정확하게는 전쟁이 역사에 끼친 영향을 중심으로 세계사를 읽는게 취미입니다

최근에 본 전쟁영화 몇편을 중심으로 여기에 녹아 있는 역사적 이야기를 큐레이션 해볼까 합니다.

첫번째 영화는, 한국에 정말 안알려진 일본 전쟁영화 세키가하라(2017)입니다

<적장! 해치웠다!>



<배경이야기 > 16C 일본은 무려 100년에 걸쳐 수많은 군벌들이 난립한 전국시대를 거쳐 점차 통일정권을 이룩해 갑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대부분의 지방 영주들을 굴복시키면서 사실상의 통일정권(왜 사실상인지는 후술)을 세우는데 성공합니다.

<일본을 '사실상' 통일한 히데요시.. 이 '사실상'이 후환을 불러오나니>

하지만 이후 임진왜란을 일으키면서 국력을 소모하고, 그 자신도 노환으로 생사의 기로에 놓입니다.

이 틈을 타 가장 강력했던 지방 영주인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정권을 뒤엎기 위해 정치 공작으로 다른 영주들을 끌어들이고,

반면 히데요시의 오른팔이던 이시다 미쓰나리는 이를 파악하고 자신의 편을 끌어모아 한판 승부를 준비하는데..



영화의 출연진은 매우 화려합니다.

주연인 이시다 미쓰나리 역할로는 일본의 분위기 미남 오카다 준이치가 ,

메인 히로인 하쓰메 역할로는 '아이엠히어로'에서 절반쯤 좀비로 변신했던 아리무라 카스미가 나옵니다.

메인 빌런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일본 사극 전문배우 야쿠쇼 코지가 열연했습니다

영화 보면 이시다 미쓰나리의 잘생긴 머리통과 하쓰메의 어설프다 못해 귀여운 닌자 연기만 보입니다...



<스토리>

영화는 히데요시 정권의 비서관(지부쇼유.. 오늘로 치면 민정수석정도)였던 이시다 미쓰나리가 히데요시 사후 히데요시 정권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히데요시 정권의 만년 2인자였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히데요시 정권의 유력 영주들을 끌어들이며 자신의 세력을 불려나가고,


<도쿠가와는 이시다를 싫어하는 영주들을 중심으로 세력을 불려나간다>

반면 이시다 미쓰나리도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맞설 영주들을 끌어모읍니다.

이 두 세력은 마침내 세키가하라 벌판에서 양쪽 합쳐 16만명이나 되는 병사를 모아 일전을 벌이는데..

영화는 1시간 정도의 정치적 대립과, 1시간 동안의 전쟁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론은 스포일러라 밑에 따로 분리해 놓겠습니다



<역사 해설>

일본은 16세기 100년에 걸친 봉건체제 전국시대를 슬슬 마감하고 1600년을 전후로 중앙집권 국가로의 기틀을 갖춰갑니다.

통일의 초석을 다지며 일본 중부를 통일한 것이 오다 노부나가고, 오다 노부나가가 급사한 후 그 유산을 이어 사실상의 통일을 이룩한 것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말하는 아즈치- 모모야마 시절입니다.

<아즈치 모모야마 정권의 상징인 기후성>

다만 이 정권은 철저하게 '과도기적' 중앙집권 체제였었습니다.

노부나가건 히데요시건 전국의 영주들을 모두 복속하고 통일 국가의 기틀을 닦았다기 보다는,

그냥 상대적 강자로 군림하면서 지방 영주들의 충성 서약을 받았을 뿐이죠.

상대적 강자에 불과한 이들 정권은 보다 강한 영주가 출현하기만 하면 속절없이 무너질 만큼 취약했습니다.

<취약했던 도요토미 정권은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망 직후 붕괴돼 버린다>

실제로 오다노부나가나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일본의 정치적 최고책임자인 '쇼군'의 칭호를 받지도 못했고요.

또한, 오다 노부나가가 부하의 반란으로 급사하면서 해당 세력이 수개의 작은 세력으로 쪼개져버렸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사후에 곧바로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의해 정권교체가 돼버렸으니까요.


이 세키가하라 전투는 일본에 통일국가, 근대국가를 이룩했다는 데 그 의미가 큽니다.


**************************여기서 부터는 스포일러 입니다*************************************



세키가하라 전투에서는 도쿠가와 측이 큰 승리를 거둡니다.

<전투에 패한 이시다군의 비참한 최후>

전투 자체 초반기는 이시다 측이 밀어붙이는 양상이었지만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이시다 측의 주요 영주인 고바야카와 히데아키를 배신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이후 패주하며 달아나던 이시다는 사로잡혀 결국 참수형을 당하고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전쟁에 이긴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이후 에도 막부라 불리는 중앙집권 체제 구축에 성공합니다.(물론 완전히 봉건제를 없애지는 못했습니다.)

<도쿠가와 정권의 상징이 된 도쿄의 에도성>

일본 전체의 유력 영주들이 각각 8만명씩 도쿠가와 쪽과 이시다 쪽에 가담한 대규모 전쟁에서 승리한 덕에, 이시다 측 패장들의 영지와 재산을 몰수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앙집권 국가를 구축해 나가죠.

도쿠가와와 적대했던 영주들은 죽이거나, 영지를 전면몰수하거나, 영지를 축소하고 먼 지역으로 축소하면서 수도와 그 일대 요지를 전부 도쿠가와 일족 및 그 신하들로 채웁니다.

이에 따라 도쿠가와 정권은 수도를 중심으로 한 중앙집권적 국가를 구축하는데 성공하고, 이는 메이지 유신때까지 약 250년 가까이 이어집니다.

실제로 이 도쿠가와 가문의 영지 재배치는 매우 유효했습니다.

<무신전쟁 전후를 다룬 작품이 바람의 검심>

250년후 일본 전체가 친 도쿠가와 파로 반 도쿠가와로 쪼개져 전쟁을 벌였을때도(무신전쟁) 도쿠가와 일족(신판, 후다이)과 지방 영주들의 후손들(도자마)의 구도로 전쟁이 벌어졌죠.

여기서는 도쿠가와 막부가 무너지고, 강경파들이 정권을 잡으면서 일본은 이제 우리가 아는 제국주의 일본으로 변해갑니다.


<평가>

저는 원작 소설 '세키가하라전투'(시바료타로 저)의 팬이기에 이번 영화를 크게 기대했습니다.

실제로 오카다 준이치와 이시다 미쓰나리 캐릭터의 싱크로도 상당히 좋았구요

영화 내내 보여주는 사실적인 전쟁장면, 일본 전국시대 특유의 분위기, OST 등은 모두 좋습니다.

<일본 전국시대의 주력 무기는 칼이 아니라 총과 창이었다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일본 영화 특유의 한계에서 전혀 벗어나오지 못한 범작입니다.


주요배우들의 과도한 감정표현때문에 현대 영화라기보다는 마치 가부끼를 보는 듯 하고,

더 나아가 너무 많은 역사적 스토리를 영화속에 어거지로 넣으려다 보니 전개가 매끄럽지 않습니다.

그리고 원작 소설에서 하쓰메는 이시다 미쓰나리를 연모하기는 하지만, 영화에서는 제거해도 무방한 관찰자에 불과한데

쓸데없는 '이시다-하쓰메' 로맨스를 집어넣다 보니 영화 스토리가 산만해 졌습니다.

<일본 전쟁영화라면 역시 조총이 나와야 제맛!>

그래도 전쟁영화나 일본역사에 관심이 큰 분이라면 전쟁장면, 혹은 전쟁을 앞둔 공작 장면등이 잘 재현돼 있으니 한번 정도 보실만 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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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야 그냥 밀덕이 아니라 역사덕후인데요. 재미나게 잘읽었어요. 세키가하라 전투 다룬 저 영화도 보고 싶네요.

ㅎㅎ 꼭 추천드립니다. 전쟁장면은 볼만해요!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