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 그 뜻밖의 여정 1탄. 제 5 중족골 골절 체험기. 좋은 병원 찾는 꿀 팁(협찬 없음)

in #kr6 years ago

6월 14일

"으허어어어어엉"
넘어진 돌계단 밑에서 꺼이꺼이 울었다. 서럽고 발과 엉덩이 다리가 전부 아팠다. 1분쯤 울고 나니 현타가 왔다. 울어도 어차피 아프고, 아무도 봐주는 이 없는데 이렇게 에너지를 쓸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살짝 민망해하며 눈물을 훔치고 차로 걸음을 옮겼다. 근데... 안 걸어진다?!
중요한 서울 출장은 바로 취소. 팀장님께 전화로 보고하는 와중에도 '이 정도 아픔으로 출장을 취소해도 되는 건가?'하는 양심의 가책이 들었으니, 나는 쓸데없이 일에 너무 집중하고 있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

나를 도우러 온 고마운 팀원과 첫 번째 정형외과에 갔다. 엑스레이를 찍고, 의사선생님을 만나니 자유롭게 노니는 나의 뼛조각들을 볼 수 있었다. 참.. 주인 성격 닮아서 너희도 자유분방하구나.
제5 중족골 기저부 골절. 수술이 불가피하단다. 멍한 상태로 의사 선생님 말씀을 들었다. 수술하는 방법을 설명해 주시는데 발을 째서 나사를 박고 뭘 연결하고.. 무시무시했다. 저 공포 영화 못 봐요. 선생님 ㅠ

상담해보니 수술비는 약 130만 원이라고 했다. 부기 빠지면 입원하라고 하신다. 이번에 수술하고 나사 빼는 수술을 내년에 또 해야 한다고. 아오.. 앞이 캄캄하다. 그래도, 근무시간에 다쳐서 다행이다. 산재니까. 스스로 위로했다. 0.04% 위로가 되었다.

6월 19일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수술하기가 더 무서웠다. 어떡하지. 누군가 다른 의사 선생님께서 "수술은 안 해도 됩니다".라는 말씀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엑스레이를 한 번 더 찍기로 결심했다. 썸바디 헬프 미!

좋은 병원을 찾는 방법은 생각보다 쉽다. 지역 맘 카페에 들어가서 댓글 조사만 20분 정도 하면 바로 나온다. 카페 댓글 중에 너무나 광고 냄새가 나는 추천이 있었다. 환자인 척 추천하는 느낌ㅋ 이런 병원이 좋다. 왜냐면 이렇게 광고를 하는 병원은 의욕이 불타는 중이니까. 아마 새로 생긴 병원일 것이다.

생각대로 좋은 병원이었다. 천안에 위치한 리튼정형외과. 우리 집에서는 좀 멀긴 하다.. 원래는 인천에 있다가 천안으로 옮긴 병원인 거 같다. 건물에서 새 냄새가 났다. 이 병원.... 짚고 넘어가고 싶다. 진짜 친절했다. 아픈 사람에게 잘해주시니 평소보다 더 감동. 아프고 나니 사소한 친절과 정성이 내 가슴에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린다. 아우 명치가 울컥했다. 이 병원 곧 사람 많아질 것 같다. 그전에 나아야겠다.ㅋ 사람 많으면 힘드롱.

엑스레이를 찍고, 의사선생님을 뵈었다. 인상이 되게 좋으시고.... 어디서 뵌 느낌이다. 어디서 뵈었지? 아...테레비에 많이 나오셨나 보다. 응? 나 테레비 잘 안 보는데. 여하튼 의사선생님께 먼저 내 바람을 말씀드렸다. 약간 45도 각도로 눈치를 슬쩍 보면서. "이를테면 수술을 안 해도 된다는 결과가 있다거나 그럴 순 없겠지요?". 의사 선생님은 "이럴 경우 수술을 하죠. 뼈가 제대로 붙어야 하니까." 아... 결국 수술을 해야 하나.. 무셔웡. 그런데 의사 선생님께서 말끝을 조금 흐리신다. 흐리신다?! "수술을 환자분의 선택이지만 제 친동생이라면 수술하지 말고 그냥 뼈 굳히자고 할 거예요."

의사 선생님 머리 뒤에서 빛이 나는 줄 알았다. (하~아~♬하는 효과음도 들릴 뻔) "진짜요? 수술 안 해도 되나요?" 내 얼굴 구멍들이 일제히 확장됐다. "골절이 돼서 뼈가 조각 난 건 위험하지만, 조각들이 잘만 모이면 골진은 더 많이 나와요"라고 하셨다. (이 말씀이 다른 상황에 맞는 건 아니다. 마침 내 뼈 조각들이 다소곳하게 모여 있었다)

"아! 그리고 참고로 말씀드리는 건데요. 환자분은 발 뼈가 하나 더 있어요. 남들보다 약간 발이 넓죠."
아! ㅋㅋㅋㅋㅋ 내가 발이 통통한 건 내 탓이 아니구나. 발 뼈가 하나 더 있었구나. 다이어트 실패의 죄책감을 조금 덜었다. 그러고 보면 내 발은 공룡발에서 진화가 덜 된 건가.ㅋ

부기가 있으니 우선 반깁스 하고 뼈가 덜렁거리는 2주 동안 조심하라고 하셨다. "절대 발을 디디면 안 돼요. 칼슘이랑 비타민 D 많이 드시고요." 네 의사 선생님. 말씀 잘 들을게요 훌쩍.

밖을 보니 장마철이 가까웠다. 아.... 여름에 깁스 하겠구나. 털썩.

Sort:  

아..대단한 방법이네요~ ㅎㅎ

전 광고글을 찾으라길래 광고글을 빼고 가라고 할줄 알았는데..

광고를 하는만큼 열정적으로 치료를 해줄것이다 ㅋㅋㅋ

이마를 탁! 치고 갑니다

@poisonivy 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갓 스팀잇에 입문한 신생아라 올려주신 댓글이 큰 힘이 되네요. ^^ 팔로우 요청으로 작게나마 제 마음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스팀잇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니까요..;; 하하)

저도 팔로우하고갑니다용~
저도잘몰라요~~ㅋ소통하면 되지않을까요ㅋ

네네 좋은 생각이셔요 ^^ ㅎㅎ

Congratulations @irhsl! You have completed the following achievement on Steemit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Award for the number of upvotes received

Click on the badge to view your Board of Honor.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To support your work, I also upvoted your post!

Do not miss the last post from @steemitboard:
SteemitBoard World Cup Contest - Semi Finals - Day 1


Participate in the SteemitBoard World Cup Contest!
Collect World Cup badges and win free SBD
Support the Gold Sponsors of the contest: @good-karma and @lukestokes


Do you like SteemitBoard's project? Then Vote for its witness and get one more award!

글 재밌게 잘 쓰시네요. 귀염귀염한 늮ㅁ. ;D
쾌차하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