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THE DAY 44
건장한 다섯 명의 사내들이 가죽부대 세 개를 승합차에서 내렸다. 청와대 비서실에서 고용한 사람들이었다. 가죽부대에는 죽은 민지희의 기획사 사장과 실장, 매니저, 이 세 사람이 들어 있었다. 세 개의 자루는 미끄러지듯이 바닥으로 굴렀다.
“야! 조심해서 다뤄. 아무런 흔적도 남기면 안 되니까!”
사내들 중 나이가 든 쪽이 세 사내가 들어있는 자루를 각자의 어깨에 걸치는 부하들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나이 든 사내는 캄캄한 밤인데도 불구하고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모두 죽었나요?”
자루를 맨 세 사람과 명령을 내리는 사내의 중간 나이쯤 되는 사내가 나이든 사내에게 물었다.
“아직은 아냐! 술과 수면제를 먹고 세상모르고 자고 있지. 어쨌든 죽기 전에 최고의 접대장소에서 늘씬한 계집과 비싼 술로 배때기를 채웠으니 이렇게 죽어도 억울하진 않을 거야. 사장이라는 놈은 정말 역겨울 정도로 가관이더군. 직원들이 보거나 말거나 소파에서 계집애와 바로 한 바탕 하더군.”
나이 든 사내가 담배에 불을 붙여 물며 중간 나이의 사내를 쳐다보며 씩 웃었다. 그의 튀어나온 덧니 하나가 담배 필터를 지그시 눌렀다.
“그냥 생매장시키는 거네요. 어차피 오늘 날이 밝으면 완전히 콘크리트로 메워버릴 거니깐 아마도 몇 백 년은 이 속에 있겠지요?”
중간 나이의 사내가 지나치게 저자세로 나이 든 사내에게 설명했다.
“그러니까 겁 없이 까불면 이렇게 뒈지는 거야. 어디 겁 없이 청와대를 협박하려 들어? 제 무덤 제가 판 거지. 그런데 여기 무슨 공사를 한다고 했지?”
“그게 묘하게도 오늘 오후에 타임캡슐을 묻을 장소입니다.”
“타임캡슐이라면 서울 정도 6백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필동인가 어딘가에 묻었잖아. 1천 년 후에 개봉될 거라고 하던데...”
“맞습니다. 1994년에 보신각 종 모양의 타임캡슐 하나가 600점의 내용물을 담고 서울 중구 필동에 매설되었지요. 정도 1천 년 후인 2394년 11월 29일에 개봉될 예정이고요. 하지만 그건 공식적인 것이고, 이건 해마다 하나씩 비공식적으로 정부에서 묻는 타임캡슐입니다.”
“허허... 그런 것도 있었나?”
“공식적인 것보다 비공식적인 게 더 많은 게 저희 일이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 그런데 해마다 뭐 하러 이런 것들을 묻어?”
“그냥 비공식적인 행사죠. 저도 여기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릅니다. 모든 게 비공식 아닙니까?”
“그건 그래. 응? 그런데 저건 뭐지?”
나이 든 사내가 담뱃재를 허공에서 털다가 갑자기 맞은편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이 든 사내는 선글라스를 위로 밀어 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맞은편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중간 나이의 사내도 나이 든 사내가 눈길을 주고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헉!”
중간 나이의 사내는 갑자기 호흡을 멈추었다. 흐릿하게 반짝이던 불빛 하나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날아왔던 것이다. 그들 앞에 다가와 멎은 물체는 강렬한 빛을 쏘아댔다. 빛은 긴 촉수처럼 뻗어 나와 두 사내의 눈을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으음...”
그 빛이 어찌나 강렬한 지 두 사내는 거미줄에 걸린 것처럼 꼼짝을 할 수 없었다. 두 사내는 그 자리에서 석고처럼 굳어버린 채 어찌할 바를 몰랐다. 빛이 조금씩 눈에 익자, 그들은 그 물체를 어렴풋하게 볼 수 있었다, 그 물체는 말로만 듣던 UFO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