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별을 쫓는 해바라기 28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6 years ago

노법사란 누구인가? 대한민국 빈민 운동의 사상적 주체로 알려진 그의 얼굴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설로는 그는 가공의 인물이며, 정보부를 혼동에 빠뜨리기 위해 운동권에서 창출해 낸 허깨비라고도 전해진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가 실존 인물이든 가공의 인물이든 그의 이름을 빌려 사회주의 국가를 이루려는 혁명세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위 자생적 사회주의자라 일컫는 이들은 현 정부의 전복을 획책하고 지하 세력을 결성하여 사회적 여론의 전화를 꾀한다는 점이다.

사회주의 혁명을 모토로 소외계층에 파고들어 그들의 현실 불만을 밖으로 이끌어내며 선전선동으로 반민주 세력을 결집하여, 때가 되면 그 결집된 세력을 주축으로 사회주의 혁명의 전초기지로 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해바라기 모임 사건도 그러한 일맥으로 무지한 혹세무민을 유혹하여 부랑자 수용과 종교 공동체라는 집단 거주의 형식으로 학습과 세뇌교육을 실시, 미래의 혁명 전사를 양성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 이들이 꿈꾸는 사회주의 혁명을 위한 전환적인...

전통적인 보수 언론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는 한 일간신문에서는 해바라기 모임을 완전히 용공으로 몰아붙였다. 이제 해바라기 모임은 완전히 붕괴될 처지에 놓여 있었고, 어쩌면 난숙이마저도 위험한 지경에 빠져 있는 것이다. 나는 읽던 신문을 접었다,

나는 곤도를 잡기 위해 잠복하는 것을 하루 그만두기로 하고 나는 검찰청 앞에 나와 사람들 가운데 섞여 있는 중이다. 보도진들이며 호기심에 가득 찬 시민들이 해바라기 모임의 회원들이 나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정보부는 몇몇 핵심 인물만 제외하고는 검찰로 모두 송치했고, 검찰의 훈방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풀어주기로 결정하였던 것이다.

벌써 두 시간째 파카주머니에 손을 넣고 그들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도진들과 구경꾼들은 관리인을 붙잡고 사람들이 언제 나오는지 묻느라 정신이 없었고, 대답하기에 지친 관계자들은 신경질을 부렸다.

"벌써 뒷문으로 빼돌렸답니다."

"아냐. 아직까지는 안에 있어. 그런데 오늘은 내보내지 않는데."

"두세 명씩 승용차에 태워 안가로 데려갔다고 하네요."

"우리 책임자에게 한 번 물어봅시다."

저마다 한 마디씩 해대던 사람들이 검찰청 현관으로 몰려들자, 관리자들이 허리에 찬 권총을 풀었다.

"책임자는 사실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그들이 이 안에 없습니까?"

기자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크게 외쳤다. 그러자 사람들이 우르르 그 기자 뒤를 따라 나서며 저마다 소리들을 질렀다. 사람들이 제각기 떠드는 소리 때문에 무슨 소리인지 하나씩 가려내기는 힘들었다.

"더 다가오면 발포합니다."

관리자 중 한 명이 총을 겨누며 크게 외쳤고, 다른 관리자들도 발포할 것처럼 총을 겨누었고, 두 명이던 관리인이 어느새 일곱 명으로 늘어났고 의경들이 우리들을 에워쌌다.

그때 내부 모퉁이를 돌아 신사복 차림의 40대 중반의 사내가 우리 앞으로 나섰다.

"저는 이번 사건을 맡은 부장검사 장태성입니다. 사건 조사가 완전히 마무리된 것도 아니고 수사에 미진한 점이 있어 그 분들 모두 안가로 안전하게 모셨습니다. 여러분들을 헛걸음하게 한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리며, 아울러 이 사건이 마무리되면 정식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사건의 전모와 수사 결과를 상세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기자들이 '한 마디만...' 하는 외침을 완강히 외면한 채, 관리인들 뒤로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은 저마다 짜증 섞인 푸념들을 몇 마디씩 내뱉고는 뿔뿔이 흩어졌고, 사람들이 흩어진 뒤에는 구둣발에 밟힌 신문지들이 여기저기 나뒹굴었다.

나는 여러 모로 고생을 하고 있을 난숙을 떠올리며 검찰청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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