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의 정전, 그리고 현대인의 소통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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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집 근처에 있는 제법 큼직한 소나무 기둥이 뚝~ 잘라져 넘어져있습니다.
이 나무뿐만 아니라 뿌리채 뽑힌 나무들까지 여기저기 널려있었습니다.

지난밤과 어제하루 제가 사는 D.C 쪽에 엄청난 폭풍이 일었지요. 시속 70마일 (112 km)를 질타하는 강풍이 불어 24시간 가까이 정전으로 고생했답니다.

학교와 관공서가 문을 닫았고 일반 가게들도 정전의 문제로 문을 닫았어요. 병원이나 기타 큰 빌딩은 정전일 경우 비상용으로 가동되는 전기 제너레이터 (generator) 가 사용되지만 일반 주택은 그런시설을 가지기가 힘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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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전기가 끊기면 난처한일이 많습니다.
한겨울인데 일단 난방도 안되구요, 온수도 나오지않습니다. 모든것이 전기로 가동되기 때문이죠.

동부 D.C쪽에 사는 65만명이 난방과 온수가 끊겨진채 각자의 집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습니다. 저희 가족도 오돌돌~ ~ 떨어가며 스웨터 껴입고 이불 뒤집어쓰고 밤을 보냈네요. 다행히 오늘 오전 복구가 되었기 망정이지 그렇지않았다면 사람들 꼴이 말도 아니었을거에요.

매일같이 사용하는 전기에너지의 사용이 우리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게해주는 하루였어요. 전기가 하루만 없어도 우리의 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하니 우리의 삶에 편의를 제공하는 기술들이 어떨땐 큰 어려움을 안겨줄수도 있음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엄마, 한국 귀신이야기좀 해주세요."

덕분에 이불 뒤집어쓰고 후래쉬전등 비춰가며 아이들에게 장화홍련전 이야기를 들려주었죠. 들어본지 하도 오래된 이야기여서 기억이 가물가물하길래 제맘대로 고쳐가며 말이에요. ㅋㅋ

오히려 24시간의 정전이 스마트폰이나 비디오게임의 방해없이 오로지 가족들과 오손도손 보낼수있었던 시간이어서 감사했습니다. 가끔씩 디지털제품들, 최첨단 기술들을 멀리하고 우리본연의 모습으로 서로에게 다가서는 시간이 가끔 모두에게 필요하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페이스북및 인스타그램과 더불어 요즘세상의 모든 SNS가 내거는 "Connect with People (사람들과의 소통)"의 슬로건이 실제로는 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SNS에 심취한 사람들이 그렇지않은 사람들보다 더 심한 외로움을 느낀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지요?

자고 일어나면 달라져있는 새로운 기술로 인해 인류의 문화는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동시다발로 쏟아지는듯한 엄청난 정보와 새로운 아이디어들의 등장, 그반면에 사라지는 또다른 기술... 어쩔수없는 현실이라며 정보 빠르고 똑똑한 사람들만 살아남을수있을것 같은 삭막한 사회에서 우리는 오늘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내글을, 또 내가 올린 사진을 좋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올리고 있겠지요.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의 소통... 어쩌면 우리는 참 아이러니한 세상, 소설같은 세상에서 살고있지않나 싶어요. SNS나 다른 디지털 개체의 소통이 옳지않다는게 아니라 스스로의 중심을 찾고 삶의 발란스를 맞추는것이 제일 중요한것 같습니다.

바람에 부러진 소나무... 뿌리는 그대로 있는데 기둥이 부러졌더군요. 가까이 가서 보니 속이 썩었는지 비어있었어요. 밖으로는 아무리 튼튼한 나무처럼 보여도 고난이 닥칠때 내실이 튼튼하지않으면 이렇게 무너질수있음을 알게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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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은 하셨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아날로그적인 시간을 보내셔서 좋으셨을거 같아요 ^^

그렇더군요. 가끔은 불편함을 통해서 감사함도 배우고 잃어버린것에 대한 애착과 향수에도 젖어보게했어요. 아날로그시절이 그리울때가 종종 있습니다.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었지요.

바람에 부러진 소나무가 인간이 살아가면서의 모습과 비슷하게 느껴지네요.. 그만큼 사는 것에 대한 문제는 쉬운게 아닌거 같아요

미국에 거주하고 계시는군요 전기가 끊어질때는 많이 불편 했을거 같으세요 전기의 소중함도 알아가면서 동시에 자연이 주는 무서움도 배우게 됩니다. 자연 앞에서는 인간은 한 없이 작은 존재이니까요 ㅜ

저는 어제 새로 가입한 뉴비입니다. 이 곳 저 곳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유익하고 좋은 내용이 많더라구요
저도 좋은 정보를 공유하고자 노력하려고 합니다 ^^
팔로우 남기고 갑니다 앞으로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ㅎ

안녕하세요, 저도 반갑습니다. 이렇게 새롭게 가입하신분들 댓글 읽어볼때 제일 신나는것 같아요. 책을 좋아하시는분이어서 유익한 내용들 많이 기대해볼께요. 환영합니다.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
글을 잘 쓰는 재주나 기술은 없지만 제가 평소에 생각하는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다른 분들의 글을 보면서 저도 성장하는 성장통이 되어 가고 싶습니다 ^^
고맙습니다 ^^

아이고 저렇게 큰 나무가 어느 집이라도 지붕을 쳤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니 끔찍합니다. 물론 Home Owner's Insurance 가 커버하겠지만 그동안의 정신적 피해라든지 이런 것은 또 상상도 못하지요.

DC 쪽에 계시는 군요. 전 미드웨스트입니다. 작년 8월에 한인과학자들의 모임이 있어 오랜만에 DC 에 가서 정작 DC 에는 이렇다하게 끌리는 식당이 없어 페어팩스로 애넌데일로 밥 먹으러 다녔던 생각이 나는군요. ^^

이렇게 큰 땅덩어리에 살면서 서로 모르던 인연이 이렇게 이어질 수 있다는게 이러한 소셜 미디어의 맛이 아닌가 싶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미국에 한인과학자들이 많이 계시는것 같아요. 자주 모임 가지시나요?
DC쪽 한국식당은 별로지만 에넌데일과 센터빌에 한인들이 집중되어있기에 한국식당이 많지요. 소셜미디어의 장점은 연결파워인것 같아요. 잘 이용하면 시너지가 크다는걸 느끼게됩니다.

한인과학자들 전체 모임이 1년에 한번 있는데 꽤 규모가 큽니다. 저 같은 경우는 회사를 대표해서 가는데 작년에는 DC 올해는 뉴욕이네요. DC 를 가면서 느끼는 것은 주변 매릴랜드를 위시해 한인 인구가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딱히 DC 자체에는 맛있는 한국식당이 별로 없는 느낌입니다. ^^

왜냐하면 DC 자체에는 한인들이 별로 안살거든요 ^^

앗,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제가 아는 분들은 다 메릴랜드, 버지니아에 사네요. ^^

세상 모든사람들의 인생은 한편의 소설일것 같아요. 크고 작은, 대범하거나 소소한 여러가지 스펙트럼의 빛을 가진 삶들이 모여있는 세상이겠지요. 우리모두가 그속의 주인공이겠구요.

고생 하셨네요. 문명속에 살다보니 그것들이 조금만 단절 되어도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더군다나 추울땐 정말...

딱 하루였으니 다행이었지만 나름대로 즐길수있었던 불편함이었던것 같아요.
개털님은 힘든일이 생겨도 명상을 통해서 스스로를 잘 다독일수있으실것 같아요. 내적인 힘을 키우는게 참 중요하더군요.

sns는 적당한게 좋아보입니다. 스팀잇에서도 뉴비가 적응 못하고 떠나는게 어찌보면 외로움의 일부. 아닌가 싶습니다. 소나무처럼 속 빈 강정이 아니게 살아야겠네요. ㅎㅎ 안부러지려면요

모든건 발란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현대과학이 만들어낸 기술적인 편리함도 과하면 해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스팀잇도 발란스를 맞추어서 활용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넘 큰기대는 실망도 같이 따르니까요.

뜻밖에가족들과좋은시간을보내셨군요 좋은글입니다 ^^

네, 오히려 가족들과 더 돈돈한 시간을 가질수있어서 즐거웠답니다.

저도 호주에 있을때 태풍이 오면 너무너무 무서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태풍이 휩쓸고간 자리는 온갖 곤충과벌레들로 뒤덮이고 .. 으윽.. 상상만해도 아찔한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ㅠㅠ 그래도 큰일 없이 지나가서 다행입니다. 그 사이 가족간 따뜻한 시간도 보내시구말이에요 ^^

하루만에 사라졌지만 좋은 경험이었어요. 다친곳 없고 피해없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sobbabi님 호주생활 이야기 궁금하네요. 호주가 그렇게 아름답다고 들었거든요. 힘든점은 없으셨나요?

3월의 시작을 아름답게 보내세요^^
@clayop님이 지원하시는 스팀마노에 관심을 가져보세요^^
https://steemit.com/steemmano/@steemmano/5abbhz 안내
https://steemit.com/steemmano/@steemmano/2018-3 신청

영국도 저렇게 강풍에 나무가 쓰러지기도 하는데 미국은 더할것같아요. 덕분에 오붓한 시간 보내셨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