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적게임과 스팀잇

in #kr7 years ago (edited)

며칠 전, 실행하는 스팀잇 유저와 그 선순환을 응원하는 글(https://steemit.com/kr/@haoya/4mlnjg )을 올렸습니다.
이번 글은 선한 의지의 스팀잇 유저와 그 선순환을 응원하는 글입니다.


흑적게임.
죄수의 딜레마를 응용한 게임이론적인 게임입니다. 진행 방식은 단순합니다. 저처럼 처음 접했을 때 가치관에 충격(?)을 받기 쉬운 게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단월드 같은 곳에서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0여년 전에 다른 단체에서 저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진행 방식:
두 팀으로 나누고 팀장을 뽑습니다. 각 팀은 서로 떨어져서 토의합니다.
각 팀은 '흑' 아니면 '적' 중의 하나만 선택해야 합니다. 이렇게 흑 카드 또는 적 카드를 가위바위보 하듯이 동시에 펼칩니다.
다시 토의합니다. 이렇게 총 여섯 번 흑 또는 적을 선택합니다.
마지막으로 점수를 확인합니다.

점수 계산:
우리팀과 상대팀 모두 흑을 내면: 두 팀 모두 +3
우리팀이 흑을 냈는데 상대팀이 적을 내면: 우리팀은 -5, 상대팀은 +5
우리팀이 적을 냈는데 상대팀이 흑을 내면: 우리팀은 +5, 상대팀은 -5
우리팀과 상대팀 모두 적을 내면: 두 팀 모두 -3

네, 죄수의 딜레마 게임인데요, 여기에 규칙이 하나 더 추가됩니다.
3라운드에서 추가/감소되는 점수가 2배가 되고, 마지막 6라운드에서는 3배가 됩니다. 즉, 3라운드에서 +3인 경우 2배가 되어 +6이 되고, 6라운드에서는 +3이 +9가 됩니다.


제일 좋은 것은 두 팀 모두 마지막 라운드까지 흑을 내는 것이죠. 다 같이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그러면, 죄수의 딜레마가 아니죠. 보통 1라운드는 두 팀 모두 흑을 내는데, 진행자가 처음부터 대결 구도로 진행을 하지 않더라도, 이 게임은 결국 대결 구도로 가기 쉽습니다. 심지어는 서로에게 가장 좋은 결론을 만들자고 강조하더라도 자칫 난장판이 되기 쉽습니다.

**신뢰가 깨지면 그렇게 됩니다. **신뢰가 깨진 상태에서, 내가 손해를 더 크게 받을 걱정을 하게 되면 더 파국으로 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3라운드와 6라운드에서 내 손해는 더 커지고 상대방의 이익은 더 커지게 되니까요.

blackred.png

우리팀과 상태팀은 1라운드에 모두 흑을 냈습니다. 2라운드에도 우리팀은 흑을 냈지만, 상대팀은 적을 냈습니다.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했죠. 상대방에 대한 신뢰 뿐만 아니라, 우리팀이 잘 하고 있는 걸까,라는 스스로에 대한 신뢰도 흔들리는 겁니다. 그래도 우리팀은 끝까지 흑을 내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2배의 점수를 받는 3라운드에서도 우리팀은 흑을 냈습니다. 상대팀은 또 적을 냈죠. 끝까지 흑을 내보자던 우리팀은 상대팀의 전략에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팀원 어느 누구도 이번에는 적을 내자고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때, 의도적으로 먼저, 적을 내자고 팀원들에게 제안했습니다. 결코! 이기고 싶어서가 아니었습니다. 게임이 어떻게 흘러갈까가 궁금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팀원들의 반응이 즉각적이고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단호하게 모두 "적"을 내자는 겁니다. 이 지점이 저한테 놀라웠던 순간입니다. 팀원들 모두 저처럼 게임 자체가 궁금해 했던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점수 차이가 많이 나서 미안했는지, 깎일 점수가 문제되지 않았는지 4라운드에서 상대편은 흑을 내더군요. 그런데 우리팀은 적! 5라운드 6라운드는 서로 적!, 적x3배! 우리팀은 망했습니다. 상대편도 최종 1점 획득. 폭망입니다!


게임은 게임일 뿐, 현실은 아니겠지요?
3라운드에서 2배의 점수를 받거나 깎이지 않는다면, 우리팀은 과연 4라운드에서도 흑을 냈을까요? 원래 우리팀의 방향대로 4라운드에서도 흑을 내자고 제가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상대팀은 우리를 이해해하고 동조하며 함께 흑을 냈을까요? 만약 흑을 냈다면, 우리는 상생하는 게임을 끝까지 펼쳤을까요?

현실은 더 복잡하고, 다양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공동선을 위한 의지는 자신의 손해 앞에서 얼마나 버틸까요? 상대적 박탈감에도 버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게임이론은 상대방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결정을 다루는 이론입니다. 다행히, 스팀잇은 개방되어 있고 선의의 고래분들이 있습니다. 공동선과 그 선순환을 위해 노력하는 스팀잇 유저가 공개되어 칭찬받고 귀감이 된다면, 그게 다시 선순환을 이루겠지요.

끝까지,
자신을 믿고,
상대를 믿고,
서로 상승하는 스팀잇을 기대해 봅니다.

Sort:  

스팀잇의 본 취지가 커뮤니티 구성원들 스스로 커뮤니티를 발전시키고 그 보상을 모두가 기여한 부분만큼 나누어 갔는다는 것인데...무엇이 커뮤니티의 발전을 위한 것이냐에서는 조금씩 방향성이 갈리는 듯 합니다.

그 방향성이 어디로 결집되느냐에 따라 확장할 수도 있고 더이상 뉴비를 못 받아들이고 정체될 수도 있고 있던 사람도 몰아내어 축소 되기도 하겠죠.^^

정답이 없을 뿐더러 모두가 한 가지 방향으로만 가는 것도 말이 안되고 불가능하지요. 제가 다소 흑백론적으로 단순화시키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방향은 스팀잇의 컨텐츠들이 풍요로워지는 것이고, 가급적이면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되는 것입니다. 서로 첨예한 이슈들에서도 혐오가 적었으면 하고요. 사람들은 백인백색인데 순진한 생각일까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같은 커뮤니티내에서는 혐오가 없었으면 합니다^^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감사해요 짱짱맨~♡

이해가 잘 안되는 게임입니다. 1:1구도에서 승패를 가르는 게임이라면 흑이 적을 이길 수가 없는데... 적만 계속 내는 것이 필승법이 아닌가.. 생각이듭니다. 마지막 점수에 따라 보상과 패널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했을 땐,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사회자가 처음에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다 같이 좋은 결과를 만들자고 하면서 시작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 게임은 곧 경쟁 구도가 되나 봅니다. 끝까지 흑-흑으로 가는 건 게이머로서 심심해서 그럴까요?

최종 점수에 따른 보상/패널티는 없었습니다

각양각색의 구성원들이 모여 있는 실제 사회에서 공동선을 이루기가 어렵다는 교훈을 '의도적'으로 알려주려는 게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