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life 3. 경쟁하는 아이들을 멈출 수는 없을까?

단어시험 보기 전, 정적이 흐른다.
어떤 아이는 이미 경계 태세에 들어갔고
어떤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눈치를 본다.
경계 태세에 들어간 아이는 답지를
어떻게 가릴 것인지 팔로 가렸다 책으로 가렸다.
인상을 찌푸린다. ‘야! 내꺼 보지 마!’ ‘내가 왜봐!’ 하면서 신경전을 버린다.
공부를 안 해온 친구는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이고 ‘씩씩’ 댄다.

왜 이 아이는 필사적으로 답을 가릴까?
왜 저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까?

전자의 아이는 이미 답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암묵적으로 옆에 있는 친구는 공부를 해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공부를 해온 친구는 답을 필사적으로 가리려고 한다.

내가 열심히 공부한 정답을 옆에 친구에게 뺏기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그럼 왜 옆에 친구가 본인의 것을 베낄 것이라고 생각할까?

공부를 하지 않을 친구가 커닝으로 지금 순간의 점수가 높다고 해서
그 점수가 온전히 그 친구의 것이 되는 것이 아님에도
내 답을 베낌으로써 공부한 나보다 좋은 결과가 나올까 두렵다.

공부를 안 해온 아이들 중에는 정정당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점수를 내려고 하는 친구들이 있다. 마찬가지이다.

왜 이 학생은 본인이 모르는 것을 양심을 팔아가면서 맞추려고 하는 것일까?
어떤 것이 미래에 득과 실이 되는지 아이들은 모른다.
자꾸 어른들이 점수로만 아이들을 판단하니까 이런 일이 생긴다.

무한경쟁의 시대이다.
한국에 있는 학생들은 경쟁을 하면서 큰다.
이 사회가 그렇게 만들어 버렸다.
교실에 앉아서도 옆에 있는 사람은 친구가 아니라
경쟁자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

내 옆에 있는 친구가 8점 나는 7점 부끄럽고 창피하다.
그래서 정정당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점수를 내려고
시도하는 아이들이 꽤 많이 있었다.

시험보기 전 분위기가 싸늘하다. 아이들을 멈췄다.

‘애들아 다 내려놓으세요.’
-‘왜요?’

‘왜 철수 너는 그렇게 불편하게 해놓고 시험을 보니?’
-‘얘가 자꾸 베낀단 말이에요’
-‘내가 언제!’

‘그게 무슨 상관이니?
얘가 혹시라도 너 것을 보고 100점을 맞는다고 해도
그게 이 친구에 실력이니?
그건 너 실력이지? 얘들아 너희한테는 경쟁자가 있니?
-‘ 얘요...’

‘왜 너에 옆에 있는 친구가 너의 경쟁자라고 생각해?
이 교실에 있는 친구들은 다 너희들의 친구야.

너희들의 경쟁자는 어제의 ’너‘ 야.
어제에 너보다 오늘 배운 것이 조금 더 있다면 그것으로 되는 거야.
어제에 너보다 오늘 아는 단어가 하나라도 더 생긴다면
너희는 그것으로 성장한 거야.
그러니 어제의 자기 자신과 경쟁하세요.’

아이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여기 저기 저기서 ‘아하’ 라는 소리가 나온다.

‘ 선생님은 이 시험에서 너희가 몇 점을 받는지 보다
이 시험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하나라도 더 생기는 것이 목표야.
공부를 해서 좋은 점수를 받는 다는 것은
그것들이 다 여러분의 것이 되는 겁니다.

공부를 못해 왔다면 다 틀린 것을보면서 좌절모드를 할 것이 아니라
빨리 틀린 것을 고치고 하나라도 자기 것으로 만들 생각을 하셔야 해요.
그리고 다음번에는 이것보다는 잘하겠다고 생각하고 공부를 해오시면 됩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는 공부를 못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자신을 자꾸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서
교실에서 찝찝한 마음으로 앉아있지 말았으면 해요.
자꾸 선생님 눈을 피하고 작아지고 그렇게 교실에 앉아 있지 말고
당당하게 앉았으면 좋겠어요.

그때부터 아이들은 옆 친구가 어떻게 하든 점수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시험을 못 본 친구를 놀리던 녀석도 내일 하나 더 맞으면 되겠네.
라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선생님으로써 아이들에게 시험을 볼 때
결코 점수로써 아이들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언제나 점수보다 귀하고 가치 있기 때문이다.
시험 점수가 사람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시선을 꼭 바꿔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