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중진은 당대표의 꿈을 꾸는가?
재미로 쓴 글입니다. 웃으면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들어가며
재보궐선거 이후 가장 큰 정치적 이벤트는 아마 각 정당의 대표를 뽑는 당대표선거일 것이다. 민주당이야 솔직히 말하면 당대표로 도전했던 사람들이 전부 다 기존 정치인이었으며, 다들 국회의원을 5선, 4선하던 정치권의 고인물이다. 인물이 익숙하면 크게 이슈가 되지 않기에 민주당의 선거는 그냥 그렇게 넘어간 편에 가깝다. 하긴 패전한 정당에서 흥행을 하는 게 이상한 것이긴 하다. 그렇다면 승리한 정당인 국민의 힘은 어떨까?
- 흥행?
여기는 이슈메이커 하나로 큰 주목을 끌고 있다. 그 주인공은 무선중진이라고도 불리고, 0선중진이라고도 불리며, 심하면 마이너스 3선중진이라는 이준석이다. 이준석은 박근혜의 2012년 총선부터 보수정당에서 청년의 얼굴마담 역할로 정계에 데뷔하였고 노원구에 터를 잡으며 국회의원 선거에 세 번 낙선한 인물이다. 인물에 대한 호불호는 있지만 이 인물은 그동안 부지런히 토론프로에서 논쟁을 펼치고 나름의 논리를 설파한 정치인이다. 그리고 그 노력으로 인해 '민주당에 실망한' 2030을 끌어와 2021년에 펼쳐진 재보선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다.
그 공로로 지금은 국민의 힘 당대표 여론조사에서 1등을 달리는 기염을 토하고 있으며, 본인도 오늘 당대표 출마선언을 하면서 대세론을 공고화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여론조사의 질이 나날히 쌓여가는 유권자들의 욕과 함께 비례하여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 보면 여론조사 1등인 그가 국민의 힘 당대표를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적어도 여론조사와 기사만 보면 말이다.
- 기사가 잘 말하지 않는 것들
그런데 진짜 그럴까? 30대 당대표, 그것도 단 한번도 본인의 선거를 이기지 못한 정치인이 이른바 '중진'들을 이겨낼 수 있을까? 이 글을 쓰는 사람은 상당히 비관적이다. 아마 실제 선거의 결과는 나경원-주호영-이준석순으로 보는데, 당대표 선거는 여론조사와 기존의 인지도와는 다르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이 선택을 해야 이길 수 있는 일반적인 선거의 경우 여론조사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대부분 여론조사의 흐름대로 간다. 그러나 당대표 선거는 당의 대표를 뽑는다는 측면에서 당원들이 뽑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민주당도 마찬가지이다. 민주당의 경우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당원 5%, 여론조사 10%의 비중으로 당대표를 선출한다. 국민의 힘은 책임당원 70%, 여론조사(국민의 힘 성향) 30%의 비중으로 뽑힌다.
이러한 룰을 본다면 이준석을 누가 지지하는지를 살펴보고, 국민의 힘에서 어떤 사람들이 당원을 이루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의 여론조사는 지금 공표한 조사중에서는 가장 신용할만한 여론조사(전국조사 레포트)에서 발췌한 조사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정당의 지지자 성향과 연령, 그리고 지역을 살펴봐야 한다. 국민의 힘은 절반이상의 당원들이 경남,북 지역에 포진되어있고 민주당 지지자들은 저당의 선거와는 관련이 없으며 대부분의 정당은 50~70대가 주력을 이룬다. 이것은 민주당도 마찬가지이다. 민주당의 경우 그나마 2016년 초에 3040이 대거 유입된 이후 그나마 조금 나아졌을 지는 모르겠지만 국민의 힘에 대규모로 새로운 당원들이 들어왔다는 뉴스는 없다. 그리고 대규모로 새로운 당원이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바로 투표권을 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렇게 뜨내기 식으로 당원이 들어왔다 나갔다 한 적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준석의 주 지지층은 2030에 오히려 민주당성향의 사람들이 지지하는 현상을 보인다. 그리고 이준석의 계파는 친유, 즉 유승민계로 국민의 힘 지지층에게는 배신자이다. 사실 배신자가 문제가 아니라 지금 국민의 힘 중진의원들 중 친박이 아닌 이가 얼마나 있는가? 하태경? 조경태? 이것뿐만이 아니라 당원들의 거의 대부분은 친박 태극기이다. 본질적으로 국민의 힘은 태극기를 손절할 수 없다.
표심의 성향을 보기 위해서는 이전 선거의 결과를 볼 필요가 있다. 자유한국당 당대표 선거를 참조할 수 있는데, 이때 황교안, 오세훈, 김진태가 나와서 황교안이 절반이상의 득표로 당선되었다. 세부득표율은 다음과 같다. (https://www.yna.co.kr/view/AKR20190227173552001)
황교안 : 당원 투표 55.3%, 일반 국민 조사 37.7%
오세훈 : 당원 투표 22.9%, 일반 국민 조사 50.2%
김진태 : 당원 투표 21.8% ,일반 국민 조사 12.1%
여기에서 황교안과 김진태의 당원 투표를 합친 게, 저 당의 친박비중이다. 조금 낮아질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상태에서 여론조사 1등이 무슨의미가 있는가. 표가 안되는데.
그리고 결정적으로 민주당 이상으로 저 당의 당원은 거수기에 가깝다. 민주당이야 당원들이 80만명쯤되고 이중에 투표인원만 40만명이지만 저 당의 당원에서 과연 얼마나 선거에 나설지는 모르겠다. 이전선거처럼 당원들이 참여하면 10만명정도인데 이정도면 조직선거가 가능하다. 그런데 조직선거가 불가능한 이준석이 과연 이들을 이길 수 있을까?
그렇다면 왜 언론은 이런 것을 말하지 않을까? 첫째로 재미있기 때문이다. 언론이 내가 말하는 사실을 모를리 없다. 선거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알 수 있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원도 하지 않은 사람이 당대표에 도전하고 여론조사에서 1등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슈를 끄는 일이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언론의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이준석의 정당활동은 대부분 언론과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활동이었다. 즉 지금의 이준석은 언론이 키웠다고 해도 무방하다. 물론 언론에 나오지 않으려는 그 당의 중진이나 초선들이 버린 기회를 주워서 잘 살린것은 개인의 역량이지만. 언론은 이준석을 통해 자신들의 힘을 재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대표선거라는 내부선거에서도 자신들이 민 인물이 당선된다면 언론의 힘은 정치계에서는 지금 이상의 힘을 가지게 되니까. 마지막으로는 20대 남성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재보선 이후로 20대가 정치권의 주목을 받는데, 20대 남성은 솔직히 바뀐게 없다. 이들은 반정부성향이다. 즉 a당이 정권을 잡으면 반a당인 것이다. 2020년 총선이 특이한 경우이지. 그 안티기질이 재보선을 통해 폭발했다는 것이 이 주목의 시작이다. 그 수혜를 20대의 대변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준석이 받은 것이며, 이준석을 넣으면 관심이 증가한다. 언론사도 국민의 힘도 남는 장사인 것이다.
- 당대표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우여곡절 끝에 당대표가 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한번 할 필요가 있다. 예상을 뒤엎고 이준석이 당대표가 되어도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당대표가 힘을 가지는 때는 지선직전과 총선직전이다. 왜 이때 힘을 가지냐면 공천권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천권이 없는 당대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없다. 지금 민주당의 당대표는 5선에 인천시장을 역임한 송영길이다. 그런데 송영길이 나서서 뭘 한다고 해서 된 것이 있는가? 오히려 더민초라는 초선들에게 치이기나 하는 게 당대표이다. 권력이 없으면, 그러니까 칼이 없으면 의원 '나으리'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의 마인드)
대선을 앞둔 당대표가 하는 일은 하나이다. '대선관리'. 즉 대선주자들 간의 룰을 정하는 일. 그리고 대선주자들의 경선과정을 잡음없이 '관리'하는 일을 할 뿐이다. 당의 혁신, 당의 개혁? 말은 좋지만 할 수 없다. 사람과 당의 역량은 정해져 있는데, 그 과정에서 이전에 했던 것을 바꾸는 것(혁신)을 한다면 과로사하기 딱 좋다. 힘든 수준이 아니라 불가능한 것이다. 대선관리만 해도 등골이 휜다. 아마 이준석이 되면 대선관리도 안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많이 졌다고는 해도 꼰대들 100명을 만나서 아무말도 못하게 어르고 달래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 사실상의 식물당대표가 될것이고 솔직히 김종인체제로 롤백하기 위한 준비단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재보궐에서 이겼던 필승구도를 다시 한번 대선에서 재현하기 위한 노정일 것이다. 되기도 어렵고, 되고 나서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당대표이다. 이점에 있어서 다른 후보들도 큰 차이는 없지만 적어도 당의 관리에 있어서 큰 누수는 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은 든다.
- 나오며
이준석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청년들이 주장하는 공정담론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망하고 얄팍한 것인지를 여실하게 깨닫는다. 이준석은 무선중진이다 어쩐다 하지만 유승민의 인턴으로 정치계에 들어와 박근혜와의 2시간 대화를 통해 정치에 입문한 성골이며 공정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능력이 있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지만. 어떤 청년이 별다른 직업도 없이 패널이 될 기회를 받으며, 3번이나 선거에 떨어졌는데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아무리 득표율 15%를 받아 선거에 쓰인 경비를 보전받아도 선거비 이외로 후보들이 쓰는 돈도 어마어마하다. 그런 자금은 어디에서 나오는건가?
정치하겠다고 뛰어든 청년들 중 이 정도로 특혜 얻은 것은 정의당 비례대표 1,2번 말고는 없다. (이름도 언급하기 싫다.) 대개 별다른 커리어 없이 정치하겠다고 달려다는 청년들 중 지금의 청년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은 솔직히 없다고 생각하지만. 누구보다 지금의 청년과 거리가 있는 인물이 지금의 청년들을 대변한다고 이슈를 끄는 상황은 한 편의 촌극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