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기 1부-로마로의 도착, 그리고 남부투어(폼페이, 포지타노 해안)

in #kr6 years ago (edited)

퇴근하고 나면 밥 차리고, 밥 먹고 나면 떡실신하느라 바쁜 나,
그리고 논문 준비에 여념이 없던 남편의 여름휴가가 다가왔다. (그리고 끝났다.)
3월 말에 항공권을 결제하고서는 내내 들뜬 기분으로 있었는데
벌써 휴가를 끝내고 돌아와 (불과 며칠 지났을 뿐인데) 가물가물해진 기억을 더듬어 여행기를 쓰고 있다니-
사진 정리를 하다가, 장소 하나하나의 기억이 벌써부터 흐릿하여
얼른 여행기를 정리해보도록 한다.

생애 두번째 비행에서 150ml 짜리 세안제를 공항에 기부하고
우여곡절 끝에 이탈리아에 도착

우리의 일정은 로마 in 베네치아 out 으로 정해두어, 로마 공항에 도착하였고
테르미니역에 예약해둔 숙소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탔다.

1.jpg

2.jpg
이탈리아어는 영어도 아니면서 영어인척 하고 있어 매우 난감한데,
헨젤과 그레텔이 과자줍듯 오직 표지판의 저 노란색 "Train" 그림만 따라가면 된다.

3.jpg
남편의 얼굴은 나만 봐야지

이렇게 노란색 기차표시를 잘 따라오다보면

7.jpg
이런 기차발권기를 만나게 되고, 떼르미니역을 목적지로 발권을 하면 된다.

8.jpg
티켓을 받고 기차에 오르면 된다.
유럽여행을 했던 사람은 티켓에 스탬프를 찍고 싶어 하는데 (내 남편 포함)
저 티켓은 스탬프를 찍지 않고 그냥 타는 티켓이므로 주의!
스탬프 찍는 기기에 저 티켓이 어쩜 한치의 오차도 없이 딱 맞아 들어가지는지
(당연히 뱉지도 않음, 원래 들어가는 티켓이 아니니)
출발시간 1분가량을 남겨두고 역무원이 명찰 바늘을 이용해 빼내주어 간신히 탑승에 성공하였다.
출발부터 스릴있어, 범상치 않은 이 느낌

6.jpg
I'm in Rome!

저녁 7시 반 도착 비행기를 타고 기차까지 타고 왔는데(몇 정거장 안되기는 함)
날이 이렇게나 밝다. 이탈리아는 정말 밤까지 밝은 곳이었다.
로마의 엔틱한 건물들을 보니, 여행 온 것이 실감나기는 커녕 오히려 비현실적인 느낌이었다.
깜깜하고 꽉 막힌 비행기를 타고 있는 동안, 누군가가 주변 배경을 열심히 바꾸어 놓은 느낌?
잠이 필요하다.

9.jpg

로마에서 우리가 택한 숙소는 Augusta Lucilla Palace Hotel(아우구스타 루실라 팰리스 호텔)이었다.
떼르미니역 근처가 매우 무섭다는(...) 얘기를 듣고선, 역 근처에는 숙소를 잡지 말자는 주의였으나
로마에 가 본 남편이 괜찮다고 해서 의심반 믿음반이었는데
너무나 괜찮은 곳이었다.
역에서 도보 5분이면 충분히 가는 곳이라 캐리어 끌고가기도 괜찮았고
깊은 골목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치안 상태도 괜찮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들었던 투어의 미팅장소들이 다 가까워서
늦은 준비로 헐레벌떡 뛰어가도 느긋하게 출발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한국인들에게 소문난 곳이었는지, 우리가 체크인할 때 한국인들이 동시에 몇팀씩 와서
프론트에서 재미있어 하더라는.
직원들도 친절했다.

10.jpg

내부는 이렇고, 옆에 깔끔한 욕실과 화장실이 딸려있다.
더운 여름에 에어컨 상태가 좋아 온도 조절이 기가막혔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냉장고는 있으나, 프리져는 없었고
이탈리아 내에서 갔던 모든 호텔이 냉장고는 그리 차가운 상태는 아니었다.
(심지어 냉장고가 없는 곳도.. 이 얘기는 나중에)

Augusta Lucilla Palace Hotel
D'Azeglio, Via d'Azeglio, 24, 00184 Roma RM, Italy
augustalucillapalace.com
+39 06 4893 9942

짐을 풀고, 눈을 부치니 다음날 아침.
조식도 먹지 못하고
남부여행을 위해 신청해둔 가이드 투어에 늦을새라 허둥지둥 뛰어갔는데
저 멀리 고향의 얼굴들이 보여 반갑다.
신기하게 타지에서도 동양인들은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을 세밀하게 나눌 수 있다.
서양인들은 그렇게 나누기가 어렵던데, 아마 서양인들이 동양인을 구분하기 어려운 이유와 같겠지?

11.jpg
달리는 창 밖의 꽃들이 다채롭다

로마에서 남부까지는 차로 3시간 정도를 달려야 하는데,
우리가 이 투어의 여정에 가늠을 못하니 가이드 분이 말씀해주셨다.

"이건 마치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응, 나는 춘천에서 닭갈비를 먹고 경주에서 불국사를 본 다음에 대구에 가서 곱창을 먹고 부산에 가서 해운대를 볼거야~'
'몇박 몇일로?'
'하루에 다 할건데?'

하는 느낌의 투어예요"

12.JPG

13.JPG

14.JPG

15.JPG

화장실이 귀한 유럽에서는 기회가 있으면 틈틈히 화장실을 꼭 가주어야 하는데
남부로 가는 길에 들렀던 휴게소에서 마신 카푸치노가 (우리 입맛엔) 일품이었다.
평소에는 커피를 잘 안 마시는 우리 부부이지만
이탈리아에 왔으니 카푸치노 한 잔 해줘야지? 하고 마신 freeze cappuccino는
약간 티라미수 맛이 나는듯도 하였고, 달달한게 딱 우리 입맛이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비웃는다고 하니,
커피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로마 남부투어의 첫 일정은 폼페이

16.jpg

폼페이 내부 지도는 (부채를 안 가져온 사람에게) 아주 유용하니 꼭 챙기길 바란다.

17.jpg

햇살이 작렬하는 폼페이

20.JPG

21.JPG

폼페이에는 저런 표지판이 많은데
REG 는 도로명을 INS 는 아파트단지(...정도?)를 나타내어
뒤의 숫자로 구분하기 위함이란다.
우리나라의 도로명 주소 같은 개념이랄까

22.JPG

23.JPG

27.JPG

28.JPG

위에서만 희미하게 불빛이 들어오는 여기는 예전의 목욕탕이라고 하는데

30.JPG

29.JPG

이것이 물품보관소.
전부 다 똑같이 생겼는데 어느 칸이 내 것인지 어떻게 아는가 하면,
바로 위의 조각 아저씨들의 빤쮸를 보고 구별한다고 한다.
각각의 칸마다 아저씨 빤쥬들이 다 다른 것이 기발하였다.

31.JPG

32.JPG

실제로 저렇게 자세를 취해도 중심을 잡기가 매우 어려운데, 어떻게 만들었담?
저런 구조는 무조건 막대 같은걸로 고정을 시켜 중심을 잡아야 하지만, 저것은 청동이라 다리 한 쪽은 청동을 꽉 채우고 다른 한 쪽은 비워두는 방식으로 막대의 역할을 하여 중심을 잡는다고 한다.

33.JPG

숨막히게 더웠던 폼페이였는데,
집에서 저 빠알간 꽃을 보니 그렇게 싱그럽네

37.jpg

투어에서 먹었던 피자.
아라비아따 스파게티와 라자냐도 먹었는데,
매콤한걸 기대한 남편이 주문한 아라비아따는 내가 먹어도 밍밍한 정도였고
라자냐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라자냐 매니아인 내가 보기엔 너무 푹 익힌 정도였다.
특히나 이탈리아인들은 스파게티를 알단테(aldente)로 먹기 때문에
우리가 먹기에는 약간 생면을 씹는듯한 느낌이 나서 입맛에 맞지는 않았다.
아마도 단체식당이어서 더 그런 점이 있었던듯.

38.jpg

배도 불렀으니, 바다풍경을 보기 위해
아말피 해안도로를 달려보자

배경음악은 Celine Dion & Andrea Boceli의 The Prayer

이탈리아, 하면 생각나는 성악가 파파로티의 제자 안드레아 보첼리와
타이타닉 주제가로 유명한 셀린디옹이 부른 The Prayer를 들으며 아말피 해안도로를 달려
소렌토를 지나온다.
가이드님의 선곡이었는데, 풍경을 그냥 눈에 담기만 하는 것보다
다른 감각까지 사용하며 여행을 하면 훨씬 그 풍경이 더 머릿 속에 잘 남기 때문에 음악을 틀어주신다고 하였다.
앞으로 이 음악을 들으면, 영화와 같은 이 장면들을 기억할 수 있도록.

40.JPG

41.JPG

42.JPG

이탈리아는 레몬이 유명한 것 같은데,
그 크기가 가히 압도적이다.
사진을 보니 납작복숭아도 생각나는데, 결국 먹지 못하고 온 것이 내심 아쉽기도 하다.

43.JPG
유럽의 해안스러운 풍경

44.JPG

45.JPG

포지타노 해안가로 가기위해 끝없이 계단을 내려왔다.
더운 날씨와 원색의 꽃들이 잘 어울어진다.

46.JPG

47.JPG

48.JPG

술은 못하지만 '레몬'이라는 말에 혹해서 탄산수에 타 먹어보자고 집어든 레몬첼로와
선물용으로 그만이라는 레몬사탕을 잔뜩 사들고서는
어깨에게 미안해하며 해안가로 가본다.

49.JPG

50.jpg

포지타노 해안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레몬샤베트.
새콤하고 시원한 것이 더위를 싹 잊게 해준다.

51.jpg

52.JPG

53.JPG

반가웠던 포지타노 해안에게 adiós

포지타노 해안에 발도 담궈보고, 수영복을 챙겨온 사람들은 수영도 하고 놀다가
배를 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갔다.

오전 7시에 출발해서 밤 10시가 다 되어서야 다시 로마로 돌아온 투어.
폼페이에서의 더위 때문에 숙소에서 옷을 벗어보니 온 몸에 땀띠가 나있었고
육체적으로도 빡센 일정이었으나
로마를 깊게 공부해보고 온 것 같아 뿌듯한 하루였다.

Sort:  

으아.. 너무너무 멋지네요. 이탈리아가서 로마가 젤 좋았어요. 볼것도 많고. ㅎㅎ

저희는 베네치아요! 하필 여름에 가서 로마는 너무 더웠어요 ㅠㅠ

(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제 0회 짱짱맨배 42일장]4주차 보상글추천, 1,2,3주차 보상지급을 발표합니다.(계속 리스팅 할 예정)
https://steemit.com/kr/@virus707/0-42-4-1-2-3

4주차에 도전하세요

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감사합니다^^ 꼭 뽑혀보고 싶네요 :)

즐거운 여행 되고 계시는군요. 좋은 사진들 설명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언제 또 후편을 쓸지, 날이 더워 컴퓨터 앞에 앉을 마음이 잘 안 생기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