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이후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는가? <일반의지 2.0> 리뷰

in #kr6 years ago (edited)

아즈마 히로키의 <일반의지 2.0> 리뷰입니다.

아즈마 히로키는 게임, 애니, 만화등 서브컬쳐를 인문학의 재료로 삼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동물화 하는 포스트모던>에서 오타쿠문화를 재료로 포스트모던 사회의 신자유주의화를 지적했던 히로키가 이 책에서는 정보화 시대의 새로운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이 책의 핵심은 사회계약론자 루소의 일반의지 개념의 현대적 재해석이라고 할 수 있어요.

-루소의 사회계약론과 일반의지 개념

같은 사회계약론자라고 해도 홉스, 로크, 루소가 그리는 국가의 형태는 아주 다른데요.

홉스는 자연상태의 사람은 끔찍한 만인끼리의 투쟁상태였기에 지옥과 같았고, 그래서 인민은 자연인으로서 누리던 권리를 모두 국가에게 양도한 것이라고 보았어요.

반면 루소는 인민이 자연권을 국가에게 양도한 것이 아니라고 해요. '일반의지'에 양도한 것이라고 해요. 일반의지란 인민의 총체적 의지라는. 루소가 만든 개념인데요. 국가는 일반의지의 대리자일 뿐이라는게 루소의 생각이에요.

이게 무슨 차이냐면요. 홉스의 국가론에서는 혁명이 일어날 수 없어요. "너네가 얘(정부)를 왕으로 정했으니까. 얘 말 잘들어!" 이런거죠.

하지만 루소에 따르면 지도자(정부)는 국민의 일반의지를 수행하는 대리자일 뿐이에요 만약 지도자(정부)가 일반의지에 반한다면, 언제든지 인민이 정권을 교체할 수도 있어요.

이 일반의지 개념은 나중에 프랑스 시민혁명의 사상적 근거가 되기도 해요.

일반의지라는 것이 무엇인가? 루소는 일반의지는 여론과는 달리 분명히 실재하는 것이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보았어요.

아즈마 히로키는 이 책을 통해 현대사회는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일반의지가 가시화된 시대2.0가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가령 구글의 검색 시스템은 사용자의 검색기록을 토대로 맞춤 검색어를 찾아주고, 쿠팡도 각 고객에게 맞춤 구매정보를 제공하죠. 프로이트는 억압된 욕망은 무의식을 거쳐 꿈으로 나타난다고 했는데, 현대사회는 프로이트가 말한 욕망과 무의식이 데이터베이스화 된 시대에요. 그리고 데이터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가시화 된 일반의지를 드러낸다고 하는것이 이 책의 내용입니다.

-소통없는 민주주의의 실현, 일반의지 2.0의 시대

루소는 직접민주주의를 주장하며 영국의 대의제를 비판했는데요. 동시에 민주주의 사상가라고 하면 흔히 떠올려지는 이미지와는 달리 그는 정당이나 의회결사를 반대했어요.

이 지점에서 루소는 한나 아렌트의 공공성론과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정치란 공공적 장소에서의 소통이라고 얘기하는 아렌트와는 반대로 루소는 '소통 없는 민주주의'를 이야기합니다. 이런점 때문에 루소는 미숙한 사상가였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데요. 아즈마 히로키는 가시화 된 일반의지 2.0의 시대야말로 루소가 꿈꾸던 민주주의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합니다.

동시에 히로키는 오히려 아렌트나 하버마스의 담론, 공론장의 논의를 통한 정치만으로는 현대 정치의 많은 문제들을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얘기해요. 가령 테러와 같이 대화를 거부하는 정치적 의사표현에 대해 시원스러운 해답을 줄 수 없다고 해요.

아즈마 히로키는 20세기의 사회는 서방과 동방, 보수와 혁신, 체제와 반체제, 국가와 시민처럼, 알기쉬운 이항대립 구조를 통해 공적인 장에 이를 수 있었지만, 21세기의 사회는 훨씬 복잡해졌을 뿐만 아니라 그 복잡성이 새로운 정보기술로 인해 지나치게 있는 그대로 가시화 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같은 나라 사람이라도 서로의 흥미와 정보원이 다르고, 각자의 선호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현대사회의 시민은 논의의 장 자체를 신뢰할 수 없게 되었고, "의견은 달라도 우린 한 공동체로서 대화하고 있다"는 전제나 출발지점조차 애매해지는 것이죠. 아즈마 히로키는 아렌트와 하버마스가 이상으로 삼은 공론장 개념은 현대시대에선 작동하지 않는다고 비판합니다.

오히려 사적 이해만 표현해내는 것 같은 일반의지2.0이 생산적인 논의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트위터, 페이스북등 인터넷 미디어는 논의와 합의를 통하지 않은 자기 생각을 표출하게 하죠. 히로키는 이것이 루소가 말했던 소통이 없는 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 해석합니다. 일반의지2.0이 마침내 루소가 이야기한 소통이 없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거죠.

-현대사회는 '총기록사회'

그리고 현대인들은 소셜에 자신의 모든 삶을 기록합니다.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개인정보를 기록하죠.

조지오웰은 정보를 통제하고 감시하는 빅브라더의 출현을 예견했고 지금도 일각에선 감시사회론이 떠돌지만, 히로키는 현대인의 삶을 모두 감시의 축으로 이해하는데는 무리가 있다고 보아요. 페이스북과 인스타에 일상을 올리고 지나치다 싶은 개인의 정보를 나열하는 것은 국가권력에 의한 감시도, 대기업의 정보착취도 아니라, 자율적인 프라이버시 양도의 모습을 띄고있고, 각국정부는 오히려 이런 변화에 소극적이고, 최대한 변화를 억제하려고 하고, 21세기의 시민은 새로운 프라이버시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나아가 현대사회는 유투브를 재생하면 비슷한 영상이 재생목록에 들어가고, 모든 소비행동이 수집되어 데이터가 되죠. 내가 나를 표현하는 표현사회를 넘어서, 환경이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습성을 기록하고 데이터화해두는 '총기록사회'가 되었다고 얘기합니다.

이렇게 수집된 모든 기록 데이터베이스화 되어 욕망을 표현해내고, 이것이 일반의지를 가시화합니다.

-정부2.0은 동물화 된 인간의 대리 역할만 할뿐인가?

아즈마 히로키는 루소에 따라 일반의지2.0를 수행해야하는 국가를 정부2.0이라고 합니다.

정부2.0의 역할은 기존의 국가의 모습과는 다르게. 인민의 욕구를 읽어내고 서비스화해주는 형태일 것이라고 해요.

히로키는 전작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에서 포스트모던 사회가 시장주의에 봉사하게 되는 점을 지적했는데요. 그렇다면 정부2.0 역시 동물화 된 인민의 욕구 충족만을 위해 봉사하게 되는 것인걸까요?

히로키는 이것에 대해 가치중립적인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욕망의 데이터베스화와 이것이 가시화 되는것, 또 총기록사회의 등장은 기업의 소비자 관리를 강화하는 측면이 있지만, 반대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세심한 복지 또한 가능케 한다고 말입니다.

일반의지2.0의 시대는 시장 원리주의와 연계될 수도 있지만 사회민주주의와도 연계될 수 있는 이데올로기적으로 중립적인 변화라고 이야기합니다.

-결론

바야흐로 집 밖에 나가지 않는 사람들도 정치적 표현을 자유롭게 던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히로키는 이것이 정보화 시대가 마침내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한다는 뻔한 이야기를 하려는게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정치의 개념이 새로워져야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가시화 된 인민의 욕망에 심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응답해야할지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히로키는 굉장히 개념을 잘 설명하고 친절히 이해시켜주는 특징이 있어서 저처럼 철학을 깊이 알지는 않지만 관심은 있으신 분이 쉽게 읽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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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네요. 쓰신 글 보고 장바구니에 책을 추가했습니다!
(아쉽게 아직 전자책이 없군요 ..)

긴 글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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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잘 읽었어요 직접 읽고 싶어졌어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