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연설] 대학 입학축사 (보팅 대신 리스팀 부탁드립니다^^)
신입생 여러분 여기까지 오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특히 부모님들 정말 애 많이 쓰셨습니다. 우리 부모님들을 위해 박수를 보내드립시다. 이제 새로운 시작입니다. 일단 많이 노십시오. 그리고 열정적으로 학업에 몰두하십시오. 4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갑니다. 붙잡지 않으면, 어느 새 취직의 멍에가 씌워져 있는 것을 발견할 것입니다.
여러분, 대학은 왜 오셨습니까? 정말 인생의 아름다운 시절을 쏟아가며 입시 공부에 매달려 여기까지 왔습니다. 대학은 과연 그럴 가치가 있을까요? 한국 사회에서 절대 피해갈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신분 상승의 도구인가요? 아니면 정말로 우리 사회도 점점 더 실력이 중요시되면서 대학을 갈 이유도 점점 사라질까요? 실제로 저는 외국 직장에서 이것을 경험하였습니다. 대학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입사할 때 한번뿐 이었습니다. 입사 이후 실적에 따라 포상받기도 하고 도태되기도 하였습니다. 아마도 우리사회가 더 성숙할수록 이러한 경향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우리에게도 다가올 것입니다.
사실은 대학의 존재 가치는 교수들이 가장 깊이 고민하는 것입니다. 현재 인터넷의 지식은 무료이고, 빨리퍼지며, 언제나 최신입니다. 여러 기업 및 비영리 단체들은 기존 대학의 전유물이었던 지식 전파의 역할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지 구닥다리 지식을 전파하는 대학에 올 필요가 어디에 있을까요? 생생한 지식을 빨리 흡수하고 적용하는 사람이 이 시대에 더 앞서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여기서 과연 대학이 어떤 곳이었는지를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대학, university의 어원은 라틴어로 사람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집단을 의미합니다. 대학의 의미 중 하나 변하지 않을 것은 바로 배우고 가르치기 위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저는 이러한 곳을 찾아 준 여러분에게 세 가지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제가 누구인지도, 무슨 말을 들었는지도 잊으시겠지만 제가 입학할 때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특히 배움의 전당에서 꼭 가져가야 할 것들을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번째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이곳에서 여러분 미래 동료를 만드십시오.
여러분, 사회와 학교가 가장 다른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혼자서는 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하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부모님이 있었지만 그래도 여러분의 노력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여러분의 꿈을 펼치기 위해서는 바로 다른 사람의 판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나만 잘해서는 안됩니다.
제 이야기를 좀 드리겠습니다.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 즈음 취직을 위해 여러 곳에 지원을 하였습니다. 한 200군데 좀 못 되게 지원한 것 같습니다. 첫 아이도 태어난지라 참 마음이 많이 조급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한 대기업에서 연락이 오게 되었고 인터뷰 끝에 입사 제안을 받으면서 길고 긴 대학원 생활을 졸업하였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은 제 동창이 이미 일하고 있던 곳이었습니다. 채용을 한다는 것은 회사로서는 첫 만남에서 청혼을 하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지원자를 잘 알고 있는 주변인의 의견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저도 취업 후 내부자의 입장에서 몇 번 다른 한국 사람의 이력서를 보고 평가를 해 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교수를 지원할 때도 마찬가지이고, 창업을 할 때도 그렇고, 또한 대통령이 되고자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의 꿈은 그것을 사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그런 면에서 여러분에게 부탁을 들어주고, 좋은 조언을 해 주고, 든든히 후원해 줄 가까운 동료의 힘이 절실합니다. 사실 같은 동년배나 업계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추천을 받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제 뇌리 깊이 박혀 있는 한 사례는 김상조 현 공정거래위원장이 야당의 공격을 받았을 때 5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지지성명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과연 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좋은 동료가 될 수 있도록 동료를 진심으로 아끼되 자신을 잘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대학이 중요한 이유는 나이를 먹으면서 이러한 동료를 얻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동료를 만드는 것은 거의 이 때가 마지막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연세대학교에 진학한 이상 동료가 예뻐보일 수만은 없습니다. 상대평가를 당하면서 아주 힘든 경쟁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설사 얼굴 한 번 본 기억이 가물가물할지라도 사회에서는 둘도 없는 반가움을 느낄 것입니다.
둘째, 교수를 잘 이용하십시오
조금 어렵고 까다롭겠지만 직장 상사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사회에 나갔다가 학교와 선생님이 그립다고 찾아오는 졸업생들이 참 많거든요. 공손하고 정중하게, 이메일도 해보고 시험지를 들고도 찾아가 보십시오. 그리고 인생 상담도 요청해 보십시오. 답변이 안 올 수도 있습니다. 생각보다 교수라는 직업이 바빠서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여러 분의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서, 무조건 귀찮아할 교수님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평소에 이러다보면 나중에 추천서 부탁하기도 쉽습니다. ^^
그런데 꼭 추천서가 필요해서가 아니고, 교수가 가끔씩 필요한 이유는 교수의 학생에 대한 평가가 정확할 때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판단하는 것은 극도로 피해 왔습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해마다 새로이 입학하는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또 졸업하는 것을 보면서 앞날을 내다보는 점쟁이 비슷한 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을 느낍니다. 물론 여러분을 오래 가까이서 지켜 본 부모님도 잘 아시지만 선생님들은 조금 더 객관적일 수 있습니다.
수업 중에서 인턴십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기업체에서 인턴십을 정해진 시수만큼 채우면 그만큼의 학점을 주는 수업입니다. 그런데 그 결과 리포트를 회사 상사가 보내오는데 그걸 처음 보았을 때의 충격과 절망감을 잊을 수 없습니다.
A: 주어진 업무에 대한 강한 책임감 뿐 아니라 업무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하면서 다양한 결과물을 내고자 한 자세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본인의 강점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감각, 기획력을 잘 발전시킨다면 빠른 성장을 하실 것 같습니다.
B: 매우 근면성실하고 창의력이 뛰어나 디자이너 및 마케터로서 뛰어난 자질을 보여 주었습니다. 특히 뷰티 카테고리와 소비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업무에 대한 적극성과 책임감이 뛰어나 퇴사가 아쉬웠던 학생입니다
C: 매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함
D: 밝고 성실함
여러분도 눈치채셨겠지만 말이 짧을수록 평가가 박하다는 뜻입니다. 결정적인 문제는 뒤의 두 학생의 경우 학교에서의 학업 태도가 그리 좋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 개인으로서는, 이 학생들이 사회에서는 자신이 맞는 분야를 찾아 학교에서는 펼치지 못했던 열정을 쏟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바램이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바깥에서의 평판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스승의 조언을 구하고, 그리고 자신을 하루하루 더 나은 사람으로 바꾸어가는 노력을 하십시오.
마지막으로, 여러분 자신과 만나십시오
이제까지 여러분이 학업에 최선을 다하도록 옆에서 격려했던 사람이 누구입니까? 부모는 어떠한 방법을 써서 여러분의 최선을 이끌어 내도록 했을까요? 여러분 부모님이 써왔던 트릭이 있습니다. 바로 대학 입시에 성공하지 못하면 네 인생은 끝이다라는 것입니다. 학술용어로는 프레이밍이라고 합니다. 제 부모님이 저에게 썼을 뿐만 아니라 저도 제 자녀에게 쓰고 있습니다. 빠르고 효과적이거든요.
이것의 문제점은 그것입니다.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없습니다. 무엇을 원하는지, 좋아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실패는 정말 끝인 줄 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안의 이상을 높게 잡고 자신을 너무 괴롭히며 살아왔습니다. 앞으로도 좌절이 올 때 정말 숨어버리고, 어떨 때는 죽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세상이 너무 빠르게 돌아간다고 불평하고,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이것 모두 오랜 기간 정말 자신의 꿈을 위해 묵묵히 실패를 견딘 결과일 뿐 그 속도 자체가 빠르게 보이는 것은 착시에 가깝습니다. 즉, 많은 사람들의 세월을 견뎌 낸 꿈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진정한 꿈이 무엇인지 탐색한 후에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긴 시간을 투자하십시오, 그리고 실패에 익숙해지십시오. 남들이 이미 간 길을 가지 않는 한 반복된 실패는 너무 당연한 것입니다.
당장 동료들의 성공에 조급해질 수도 있고, 또 불가능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잘 알고 커다란 꿈을 오래 품은 사람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틀에 박힌 조언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정말로 저는 태도가 능력과 운을 뛰어 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보았습니다.
이제 정리를 하고자 합니다. 여러분 자신과 동료, 그리고 선생님과의 관계를 잘 만드는 대학생활을 하시길 바랍니다. 연세대학교 생활과학대학은 이러한 여러분의 대학생활을 위해 아끼지 않는 지원을 해 드리고자 합니다. 저희 교직원을 대표하여 여러분의 입학을 축하드립니다. 작지만 강한 대학, 저희 생활과학대학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018.2.12 생활과학대학 부학장 이상원
"입학축사"라는 제목에 미국의 대학교 이겠거니 하고 읽어내려가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저의 학생 시절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했었는데
한국 대학의 입학축사 라는 사실에 조금은 놀랬고, 저의 편견 (한국 대학 입학/졸업축사는 재미와 감동이 없다)을 반성했습니다.
- 연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이상원 부학장 님께 허락받고 게시합니다. *
리스팀합니다. 대학생활을 시작 할 때 이글을 봤으면 참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쉽지만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남았으니 이 글에서 느낀점을 바탕으로 활동하면 되겠지요.
좋은 대학을가면 간판 이외에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위 축사를 써주신 교수님과 같은 본받고 싶은 분과 함께할 수 있을테니까요. 좋은 글 소개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대학 뿐 아니라 인생에서 "동료", "스승", "꿈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과 용기" 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Hy friend
I request for you
By friendship
I hope you are aggrey
Wow
너의 우정을 요청하고, 용서해 줘.
wow, it's amazing post,in my life , Thanks for sharing@doctorfriend.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팔로우 합니다!
Helo friend
진작에 봤으면 더 좋아겠지만
앞으로도 도움이 될듯한 글이네요!
팔로우 하고 갑니다!
팔로우 합니다 :D 저도 "진작에 봤으면"하는 생각이 들어서 포스팅 했습니다.
사회생활하면서도 굉장히 유용한 글귀입니다.
공감합니다^^
리스팀합니다:)
고맙습니다:) 팔로우 합니다.
교육에 관한 좋은 이야기. 당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읽는 것이 좋다. 우리는 부모의 경험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워야합니다. 인생은 힘들고 어렵습니다. 우리 부모님과 선생님이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즉, 우리의 일상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수 있습니다. 나는 당신의 언어로 당신이 그것을 꺼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감명깊은 연설 잘 읽었습니다^^!
이미 늦지않나싶지만, 신입생처럼 살아겟어요! 저 같은 경우는 대학을 가서 씬나게놀기도하고 열심히 살아보기도 했는막장(?) 대학생활을 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교수님을 활용해라라는 부분이 와닿았습니다 :) 좋은 분 만난 덕분에 정말 좋은 기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리스팀합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
@brianyang0912 님이 좋은 분들을 만날 만 한 분이었기 덕분일 것 입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저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겠습니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잘못된 (이라고 표현하였지만 충분히 숙고하지 않은) 방향으로 빠르게 나아가는 것보다 옳은 방향으로 찬찬히 나아가는 것이 삶에 대해서는 조금 더 의미있는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자신의 방향을 찾는 길이요,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미래의 든든한 동료를 만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자신의 방향을 찾는 길이요,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미래의 든든한 동료를 만나는 길" 이라는 좋은 구절을 하나 더 쓰시다니요!!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이미 지나간 때이지만 정말 좋은 글이네요... 고등학생 정도까진 이 글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유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바가 많아서 공유해 보았습니다.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