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인간]#7.경력이 올라갈 수록 나빠지는 것들

in #kr7 years ago (edited)

 대부분의 신입사원들이나 주니어 사원들은 경력이 늘거나 직급이 올라가면 부수적인 것들도 다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연봉이나 결정권한, 연차 등 실제로 늘어나서 좋은 것들이 많다.

 그러나, 인생이 어디 좋은 것만 얻을 수 있겠는가? 

 살아보면 볼수록 인생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 반대 쪽을 선택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놓치게 되는 것이리라.

 회사 생활도 마찬가지. 경력이 늘어날 수록 줄어드는 것들이 있다.


Photo by Heather Zabriskie on Unsplash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업무를 하는 시간보다는 회의를 하거나 결정 또는 결재하는 시간이 업무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결정권이 많은 사람일 수록 점점 더 심해진다. 하루 일정표 대부분이 회의다. 그 사이 사이는 결재나 문제점을 보고하기 위해서 부하 직원들이 줄을 선다. 

 시간이 남아도 항상 몇 십분의 자투리 시간만 남아서 뭘 하기도 애매하다.  정말 시간을 잘 써야만 한다.

 대충대충하다가는 회의한 것 말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한 인력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가능하면 자신이 몰입(flow)할 수 있는 시간을 지정하거나, 자투리 시간을 정말 잘 활용해야만 한다.

 주니어 사원처럼 집중할 수 있는 연속적인 몇 시간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 반드시 시간을 잘 관리해서 본인 역량을 키울 시간을 꾸준히 확보해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일주일에 딱 2시간을 빼서 회의로 미리 선점해놓고 본인이 혼자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야근을 할 수 밖에없다. 

 자투리 시간을 잘 사용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그 시간도 오로지 집중하기 힘들다. 부하직원들이 보고하기 위해 찾아오거나 상급자 호출, 긴급회의, 외부 손님, 전화가 불쑥불쑥 끼어 든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업무시간에는 업무처리, 즉 회의나 결재를 위해 사용하고 자신의 업무나 집중이 필요한 업무들은 야근을 하면서 처리하게 된다. 경력사원이나 관리자도 야근 싫어한다. 좋아서 하는게 아니라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

 가능한 업무시간에 최대한 처리하고자 노력해야 하고, 야근을 줄일 수 있도록 시간을 잘 써야 한다. 그냥 주니어 때처럼 살면 실력은 안늘고 시간은 없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안된다는 보고만 듣게 된다.

 병원의 의사들은 하루 종일 아프다 죽겠다는 말만 듣고 산다. 이게 엄청난 스트레스다.

 시니어가 되거나 관리자가 되면 부하직원들이 하는 보고들이 대부분 어떤 문제가 발생해서 큰일 났다는 얘기거나, 납기까지 그 일을 처리할 수 없다는 얘기거나, 고객사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얘기들, 안된다 큰일났다 문제다라는 얘기들만 하루 종일 듣게 된다.

 부하직원들이 대응하거나 처리할 수 있는 쉬운 일들은 위로 안 올라온다. 즉, 위로 올라오는 내용들은 쉽게 해결하지 못하거나 딱히 해결책이 없는 것들이 많다. 스트레스 받는다.

 그래서 위로 갈수록 할 수 있다거나 해보겠다는 인력들이 더 이뻐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동병상련! 그래서인지 자기보다 위에 있는 상사들을 알아서 모시게 되는 걸까? 힘들다는 얘기를 굳이 윗분들에게 하지 못하게 된다.

 힘들다 바쁘다는 얘기를 안하게 되는(못하는게 아닌) 시점부터가 본격적인 직장인으로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그 이전까지 스트레스랑 비교가 안될 것이다.

책임져야 한다.

 당연한 말이다. 권한이 늘어나는 만큼 책임도 같이 늘어난다.

 권한과 책임은 동전의 양면이다. 무언가를 결정한다는 것은 그 일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결재가 가장 대표적이다. 휴가결재를 말하는게 아니다.

 주니어들은 결재 받는 것을 매우 귀찮아 한다. 그러나 생각을 조금 바꿔보자. 어떤 일을 결정해야 하지만 잘못되는 경우 내가 책임을 지기에는 부담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결재를 태우면 된다. 그 문서에 사인하는 사람들이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그 문서에 사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가 있을 때 내가 책임질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만일 내 권한을 넘어서면 결재 태우시라.

 그래서 문서를 결재할 때 다 고민해야 한다. 이 결정에 대하여 내가 책임 질 수 있는가? 그러니 결재 하나 하나가 참 힘들다. 결재가 빨리 안난다고 불평하는 입장과 그 결재에 대해서 책임져야 하는 입장은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위로 올라가도 힘드니 올라가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당연히 위로 올라가면 갈 수록 좋은 점들이 더 많다. 다만, 위로 가면서 고민해야 하는 내용들이나 문제가 다르다는 점을 말해주고 싶다.

 주변에 높은 분들 있으면 어떻게 사시는지 한번 관찰해보라. 특히 당신도 그 자리까지 가고 싶어 한다면 가끔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경험 축적에 도움이 될 것이다. 


* 팀장/부장 관리자급은 노동자이면서도 사용자 성격을 갖는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눈에 들어옵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5311854001&code=9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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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회사인간' 하니까 Traffic Fighter라는 말이 생각나는 군요. 출근하느라고 막히는 길에서 사간과 싸우는 회사인간을 빗댄 말이랍니다.
회사인간 탈피는 참 아무나 하기 어려운 듯합니다. 결단하기 어려우니까요. 연재하시는 글 계속 관심있게 보겠습니다. 발전만 하소서^^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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