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차벽으로 막혀 있는 도로에서 집회, 시위에 참가하는 것은 범죄일까?
안녕하세요, 변호사 박기태입니다.
오늘은 스팀잇 여러분 다수들이 즐길 것 같지는 않지만, 실제 생활에 중요하고, 의미있는 판결이 하나 나와서 소개드리려 합니다.
1. 시위참가자를 처벌하는 방법
지난 해는 유독 많은 집회, 시위가 있었습니다. 대통령 탄핵까지 성공한 촛불시위부터, 이에 반대하는 '박사모'를 비롯한 보수단체의 시위들까지 많은 시위들이 있었지요. 그리고 우리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두 개의 사건, 31운동과 419의거 역시 시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집회와 시위는 이미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과 떨어질 수 없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당연한 듯이, 누군가가 시위에 참가했다가 잡혀갔다, 처벌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익숙하실 겁니다. 그런데 '집회, 시위의 자유'는 헌법상 명시된 권리인데, 대체 어떤 죄목으로 시위참가자를 처벌하는지는 잘 모르시는 분이 많습니다.
집회, 시위에서 폭력 등을 행사하여 누군가가 다치거나 뭔가 부서졌다면 당연히 폭행죄나 손괴죄로 처벌될 터이고, 불법적인 집회, 시위를 주최한 사람이라면 뭔가 처벌을 하겠지요. 그런데 단순 시위 참가자를 처벌할 수 있을까요? 있다면 어떻게 처벌할까요?
가.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로 처벌하는가?
한상균 위원장은 집시법 위반, 업무방해, 일반교통방해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 합니다)에서 처벌이 규정된 경우가 몇 가지 있습니다.
1) 먼저 금지된 집회입니다. 즉 가)헌재 결정으로 해산된 정당 목적 달성을 위한 집회, 시위 나2)집단적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시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제5조). 그리고 해당 집회를 주최하거나 선동한 자에 대해 처벌하고 있고(제22조 2항) 이런 집회임을 알면서 참가한 참가자도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촛불시위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집회는 금지된 집회라 볼 수 없습니다. 폭행 협박 손괴 방화가 명백한 집회라는 점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22조의 벌칙은 촛불시위 등의 단순참가자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2) 그리고 23조와 24조에도 벌칙이 있는데요, 시위 금지시간(일몰 이후)에 허가없이 집회를 하거나(제10조), 공공기관 100m 이내에서 집회를 하거나(제11조), 교통방해가 우려되어 금지한 집회를 강행하는 경우(제12조) 그 집회의 주최자와 질서유지인을 처벌하고, '그 사실을 알면서 참가한 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를 부과합니다.
여기서 11조는 대부분 지켜지는 부분이고 10조와 12조를 주로 어기는데, 문제는 단순 참가자가 '그 사실을 알았다'고 보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서울광장에서 집회, 시위가 벌어지고 있어서 거기 참가한 단순 참가자가, 이 집회가 불법인지 그리고 왜 불법인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결국, 일반적인 시위 참석자에 대해 집시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힘들고, 실무에서 처벌받는 사례도 거의 없습니다
나. 일반교통방해죄가 무엇일까?
1) 실제로 대부분의 시위 참석자는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됩니다.
일반교통방해죄(형법 제185조)란, '육로 등을 손괴 또는 불통케 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처벌하는 것인데요, 쉽게 말해서 도로를 막아서 통행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에 처벌하는 범죄입니다.
이게 왜 시위에? 생각이 들 수 있겠는데요, 실제로 일반교통방해죄는 대부분 시위 참석자들을 처벌할 때 사용됩니다. 즉 시위대가 시위를 하다 보면 차도를 막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면 결국 차를 다니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고, 그래서 교통을 방해하게 된다는 거죠.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시위대가 도로를 막는 것은 시위에 참가한 '한 사람'이 막는 것이 아니잖아요. 예컨대 제가 서울광장 앞 도로 한복판을 건넌다고 해서 교통이 방해되지는 않습니다. 이건 '무단횡단'이지 '교통방해'가 될 수 없죠. 그런데 집회 참가자 한 사람만 생각해보면 결국 무단횡단과 동일하지 않을까요?
2) 이래서 무려 '공모공동정범'의 논리가 들어옵니다. 두둥!
공모공동정범이란 범죄를 (암묵적으로)명령한 조폭 두목 등을 처벌하기 위해 도입된 법리인데요, 명시적으로 어떤 범죄에 가담하지 않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암묵적으로, 그리고 좀 떨어진 시기에라도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졌다면 공동정범으로 보아 처벌하는 것을 말합니다. 당연히 이 법리는 여기저기 들이대기 시작하면 이 세상에 공동정범 아니게 되는 사람이 없으니 매우 신중하게 적용해야 하고, 실무에서는 '성수대교 붕괴 사고'에 사용된 이후, '보이스 피싱'과 '시위참가자 처벌' 두 가지 경우 외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말이 좀 샜는데, 정리하면 이겁니다.
시위대 너희 한 사람만 보면 무단횡단이지, 교통방해까진 아니야.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너희들이 모여서 차가 못 다녔고, 교통이 방해되었잖아? 그러면 교통방해가 된 거지.
물론 너희들이 교통을 방해하자고 모의를 해서 교통방해를 한 건 아니야. 그렇지만 결국 너희들이 모이면 차가 못 다닐거라는거 알고 있었잖아? 그러니까 '공모공동정범'으로 교통방해죄가 인정된다 이거야.
시위대 개개인이 서로 연락을 해서 교통을 막은 것도 아니고, 심지어 참여하는 시간도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지만, 어쨌든 그래서 교통이 방해될 수 있다는 걸 알면서 참여하면,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는 것이지요.
정치권에서는 당연히 문제제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3)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은...
시위 나가 보신 분들은 모두 알겠지만, 사실 우리가 참석하는 시점에 도로는 이미 다 막혀 있잖아요? 경찰이 차벽으로 막고 있고, 공연장 같은 것도 만들어 놓기도 하고. 경찰이 막건 주최측이 막건, 솔직히 일반 참가자 입장에서 '이미 막혀 있지 않은' 도로에서 하는 시위에 참여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대부분, 처벌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혹시 시위로 처벌받으신 분이 계시다면, 일반교통방해죄 말고 다른 죄목으로 처벌받은 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저는 일반 참여자들이 다른 죄목으로 처벌받는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2. 경찰이 차벽으로 막고 있는 도로 점거는 교통방해가 아니라는 판례
그런데 이번에, 경찰이 차벽으로 막고 있는 상태의 도로를 점거하여 시위를 한 시위 참가자에 대하여,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매우 고무적인 판결입니다(2017도11408).
기아자동차 노조 간부인 권씨는 2015년 '민중 총궐기 대회'에 참석했다가 다른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도로를 점거해 교통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되었는데요, 당시 시위참가자들이 서울광장 앞의 모든 차로를 점거하자, 경찰은 차벽을 쌓았습니다. 권씨는 재판과정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아직 행진을 개시하기도 전에 경찰이 차벽을 설치해 이미 통행이 불가능했으므로 집회참가와 교통방해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구요.
여기에 대해 1심은 "차벽 등으로 도로가 통제됐다고 하더라도 이는 집회 참가자들이 신고된 행진 경로를 벗어나면서 초래된 결과에 불과하다"며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미 교통의 흐름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의 도로를 다수인이 행진해 점거하는 것은 교통방해의 추상적 위험조차 발생시키지 않는다"며 "차벽 설치 전 다른 집회 참가자들이 행한 도로 점거에 대한 책임을 권씨에게 물을 수도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이번에 대법원에서 확정되었습니다.
3. 결론: 차벽으로 막혀있는 도로에서 집회, 시위에 참가하는 것은 범죄일까?
이번 판결로 인하여, 최소한 경찰이 차벽으로 막고 있는 도로에서 집회, 시위에 단순 참석한 사람을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하는 관행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도 사무실이 법원 앞에 있어서, 거의 1년 내내 '박사모', '대사모' 등의 보수단체가 틀어놓는 앰프 소리를 직격으로 들어 왔습니다. 일하는데 지장이 있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존중해주지 않으면, 언젠가 제가 저의 정치적 견해를 표현해야 할 때 보장받지 못하겠지요. 그러니 서로 견해가 다르더라도, 조금 불편해도, 서로의 권리를 인정하고 보호해줘야 할 터입니다.
물론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집회, 시위는 확실하게 처벌해야 하겠지요. 또 집회, 시위에서 폭력을 휘두르거나 하는 등으로 문제를 발생시켰다면 확실히 처벌해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금지집회가 아닌 집회, 시위의 경우라면, 주최자나 질서유지인 등이 아닌 일반 참가자, 그것도 행진에만 참여한 참가자에게까지 처벌의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정당한 집회, 시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잘못된 시도라고 보고, 이번 판결을 환영합니다.
알찬 정보글, 감사합니다 :)
제가 더 감사드립니다 :)
예전 미국산 쇠고기 시위 때 경찰에 연행됐던 분도 교통 방해가 문제였던 건가요? 아님 일단 연행했다가 그냥 훈방된 거던가... 당시 친구가 경찰 피하고 프락치 조심해야 한다고 엄청 그랬던 것이 기억나네요
연행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할 텐데, 그 근거가 대부분은 일반교통방해였을 겁니다.
스팀잇을 통해 정말 현실에선 알고지내기 어려운분들을 다만나고 정보를 아는게 너무 좋네요 글도 못뗀 뉴비지만 자주소통했으면 좋겠습니다
팔로우할게요!!
네 감사합니다 :)
저 1년전 시청역 지하상가에있는 캔들샵에서 서너달간 아르바이트 한적 있었는데 그때가 생각나네여...
점심먹으러 광장만 가면... ㅂㄷㅂㄷ...
그래도 그곳은 광장이었으니..
ㅎㅎㅎ 그렇죠... 회사 앞은 정말ㅠㅠ
1일 1회 포스팅!
1일 1회 짱짱맨 태그 사용!
^^ 즐거운 스티밋의 시작!
감사합니다 바이러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