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bin crewㅣ내가 8년 동안 잊지 못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41H 손님!

in #kr7 years ago

안녕하세요. 스티미언 여러분:)
친절한 승무원 @crew.bee 입니다.

장거리를 다녀와서
3일정도 한국에서 쉬는 중이라
오늘도 포스팅 고고!


오늘은 제가 모셨던손님과의 스토리를 감사한 마음으로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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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korean air)

8년째 비행을 하면서 많은 손님을 모셨습니다. 신입 때는 손님이 너무 어려워서 물 한잔 드릴때도 쏟을까 손이 덜덜덜... 했던 기억이 있네요:) 보딩부터 착륙까지 짧으면 1시간 길면 13시간 이상 승객에세 서비스 하면서 가끔은 생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합니다. 그 당시에는 정말 당황스럽거나 정말 감사하거나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비행기에서 내리면 오늘 내가 어디 다녀왔지? 할만큼 승무원들은 비행기에서 내리면 있었던 일들을 잘 잊어버립니다.

하지만 잊지 못할 만큼 제 기억 속 깊게 간직하고 있는 승객분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추억에 대해 공유 해보려고 합니다.


# 아가씨~울지마 내 딸같아서 마음아프네...


제가 신입일때 일입니다. 파리에서 인천으로 들어갈때 한국 단체 손님이 탑승하셨습니다. 신나게 식사 서비스를 하던 중 한식이 다 소진되었습니다. 저는 최대한 죄송해하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사실 해외여행을 다녀온 직후에는 한식이 정말 그립습니다:)

asiana.PNG

(source: asiana airlines)

저도 그 마음을 너무 잘 아는지라 죄송해 하며 "손님, 너무 죄송하지만 맛있는 안심 스테이크 한번 드셔보시겠습니까?" 대부분의 손님은 "에이~한식 먹고 싶었는데, 집에가서 먹으면 되죠 뭐" 하며 제 마음을 이해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60대 정도의 연세의 남자 손님 A께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런데 얼굴 표정이 어두어 지면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 잘 모르겠고, 비빔밥 가져와요" 사실 신입이라 좀 더 숙련된 대화를 이끌어 나가지 못했었습니다. 당황해 하며 우물 쭈물 하고 있었는데, 다른 손님께서 "아가씨~나 양식으로 바꿔줘요"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식사를 하지 않고 기다리셨다가 저에게 한식을 주신 것 입니다. 정말 감사해 하며 A 손님과 같이 탑승한 사모님께 한식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하나는 양식으로 드려도 될까요? 라고 여쭈어 봤습니다. 역시나 표정이 안좋았습니다. "둘다 한식을 먹고 싶다니까요. 구해오세요." 주변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목이 집중되자 더 당황했습니다. 옆에 계신 사모님이 "여보, 제꺼 드세요~" 라며 본인이 받은 식사를 건내주자 A손님은 치워버리라며 테이블을 탁 쳤습니다... 탁 치는 순간 테이블에 있던 한식이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바닥으로 떨어진 한식을 보고 있으니 승무원으로써 가지고 있던 자존심과 서비스 마인드까지 바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주위에서 이 상황을 보시던 다른 승객 분들에 의해서 이 상황은 종료 되었습니다. 눈물이 나오려는 순간을 꾹꾹참고 끝까지 서비스를 했습니다. 겔리(승무원들이 서비스를 준비하는 공간)로 들어와서 다른 승무원들을 보자 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다른 선배였다면 좀 더 능숙하게 손님을 응대했겠지? 내 서비스가 너무 어리숙 했나? 라는 생각에 다른 승무원들에게 미안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때! 아까 자신의 식사를 양보해 주셨던 승객분이 겔리로 들어오셨습니다. "손님, 필요하신 것 있으세요?" 라고 묻자 손님께서는.. "아가씨 걱정되서 왔지~ 우리 딸같아서.. 울지마 아가씨" 저는 눈이 퉁퉁 부은 상태로 "제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님.." 이라는 말만 계속 했었습니다. 그 손님은 나중에 이 일로 컴플레인 하면 당신에게 연락을 하라며 번호를 알려 주셨습니다.


저는 그 비행 내내 승무원으로 일하는게 참 힘들지만 보람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됬습니다. 그 손님은 제가 방긋 방긋 웃으면서 일하는게 보기 좋았는데, 손님때문에 상처받는 모습이 마음쓰여서 겔리까지 왔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다시 그 상황이 온다면 좀 더 능숙하게 대처하겠지만 그 때 그 손님처럼 저를 생각해 주시는 분을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이후로 아무리 힘든 상황이 있어도 300명 손님 중에 제 편이 꼭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늘 힘을 받으면서 일하곤 합니다 :) 제 최고의 손님은 제가 지금까지 감사하는 마음으로 비행하고 있다는걸 아실까요? 스팀잇을 통해 포스팅을 하면서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싶어요:)

스티미언 여러분♥ 업무를 하다보면 사람때문에 상처받기도 하지만 결국엔 사람때문에 힘내면서 일하는것 같아요. 오늘도 내 편들을 생각하면서 화이팅 해요:)


다음은 비행기 안전에 대해 포스팅 하려고 합니다. 기대해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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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가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인거 같아요! 번호주신분같은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ㅜ

우부님도 그런 분중 한명 추가해도 되나요?ㅎㅎㅎㅎㅎ

여포가 따로없는;; 어지간히 진상이네요.. 41H손님은 번호까지 주시다니ㅎㅎ 극과극이네요.

그래서 제가 좌석번호까지 기억 하나봐요^^
정말 극과 극인데, 저는 힘들게 했던 손님은 기억이 잘 안나고 저를 걱정해줬던 손님만
기억에 남아요 ...제가 복이 많나봐요^^

정말 무례한 승객분들도 있네요. 그래도 도움 주신 아주머니 마음이 너무 아름다우시네요.

어르신들이라 비행기 특성상 뒷쪽 손님들께 식사 초이스가 부족하다는걸 이해 못하셨던거 같아요!
하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은 이해해 주시니 늘 감사합니다:)

비행기 탈때마다 승무원 언니들 참 고생이 많다 생각이 드는데... 이런 손님이라도 한분씩 있으니 힘들어도 버텨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에고. 고생이 많습니다. 응원의 보팅과 팔로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요즘은 프리미엄 클래스만 근무를 해서, 이코노미 분위기를 잘 모르지만
한 8년전만해도...^^ 스티미언분들의 응원을 먹고 사는 크루비랍니당ㅎㅎ

그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을 만나셨다니, 큰 위로가 되셨겠네요~ 에피소드 잘 읽고 갑니다^^

수지님^^
감사합니닷~~~ 좋은 손님과 추억은 정말 의미있는 비행으로 남더라구요 ㅎㅎ

우와 멋진 승무원 분이시네요^^
조심히 팔로우 누르고 갑니다!! 취저 포스팅을 올리신다고 하셔서..
서로 자주 소통했으면 좋겠어요~ㅎㅎ
저도 미비하지만 여행기를 올리고 있는 데 여유되시면 제 블로그도 놀러오세요^^
그럼 오늘도 하늘에서 화이팅!!!!!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닷!
비행하고 돌아와서 지금 댓글 달아요~~
바로 팔로우했습니다 ^ ^ 앞으로 자주 만나요 스팀잇에서^^

와... 진짜 별에별일이 다있네요.. 메뉴 수량이 없다는데

구해와~

이런 말을 지껄이다니... 승무원분들 정말 고생 많으십니다.. 감정노동이 제일 힘든 노동 중 하나인데.. 슬프지만 따뜻한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손님이라면 기분이 상할수도 있지만, 표현방식이 다 다른것 같아요 ^ ^

승무원분들 얘기를 듣다보면 꼭 기내식 컴플레인 얘기가 빠지지 않더라구요. 먹고싶은 음식을 먹지못하는 마음은 안타깝지만 갑이라도 된듯 식사를 쳐내거나 테이블을 엎는 경우는 참....ㅠㅠ
저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인데, 원하는 디자인과 사이즈의 환자복을 입고싶다고 구해오라며 윽박지르던 환자분이 생각나네요...

안녕하세요 ^ ^
하...원하는 디자인과 사이즈라....하 ^ ^ 진짜 ^ ^
저랑 약간 비슷한 상황이신데요??!! ㅎㅎㅎ앞으로 서로 위로해주며 지내요 ㅎㅎㅎㅎㅎㅎㅎㅎ
동지를 만난 느낌입니다 ㅋㅋ

"옆에 계신 사모님이 "여보, 제꺼 드세요~" 라며 본인이 받은 식사를 건내주자 A손님은 치워버리라며 테이블을 탁 쳤습니다"

시대가 변하면 이런 사람은 없어지려나요..?

시대가 변해도 변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거 같아요.....하하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겔리까지 와주신 승객분 마음이 참 따뜻하시네요T,T 내편이 있다는 것은 언제나 참 든든한 것 같아요. 저도 크루비 님의 팬이에용! 항상 힘내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