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에 감사하기
등에 꽂히는 햇볕이 제법 봄다운 어느 토요일,
타잔의 등쌀에 단지내 놀이터로 갔습니다.
어쩐 일인지 아무도 없네요.
그래도 혼자 씩씩하게
미끄럼이며 외나무다리를 점령하고 다닙니다.
잠시후,
왠 할아버님이 손자로 보이는 아이와 함께 나타나셨습니다.
안그래도 심심하던 타잔은 신이 났지요.
얼핏 보기에도 동생같아 보이던지
이것 저것 묻기도 하고 양보하고 보살피기까지 합니다.
그러다 대답없는 아이가 답답했던지
낯선 아이의 할아버님께 마구 질문을 던져댑니다.
할아버님은 무엇이 그리 신기하신지
좀 떨어져 앉아있는 제게 자꾸만 웃음을 보이시더니
기어히 제게 입을 여십니다.
"저 아이 몇 살이우?"
"5살이예요"
"말을 참 잘하네.."
순간 온 가슴이 꽉 찬듯 뿌듯함을 느낍니다.
이젠 타잔이 이런 말을 듣기도 하는구나..
"우리 손주는 아직도 말을 못하네요.. 두돌이 다 되어 가는데..."
아.. 그래서 계속 타잔의 목소리만 들렸던가 봅니다.
돌이켜보니 타잔의 두돌도 그랬네요.
엄마, 아빠, 물, 차 정도의 몇단어밖에는 입밖으로 나오질 않았으니 말이죠.
기다리지 못하고 소아정신과까지 가는 상황에 이르렀고
참 많이 후회하고 참 많이 울었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그 일이 잊혀지려 했었나봐요.
한가지씩 배우며 커가는 타잔이
또래보다 못하는 것에만 더 신경이 쓰이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가끔씩 TV에 나오는 장애 아동이나 불치병을 앓는 아동을 볼 때
언제부터인가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과 함께 터져나오는 말이 있었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임신 5개월에 했었어야 하는 기형아 검사를 임신 6개월에 해서인지
타잔은 뱃속에서부터 기형아 확률이 좀 있었습니다.
대학병원 기형아 전문의에게 정밀 초음파를 받고서도
안심되는 말한마디 얻지 못했었습니다.
영국출장갔다가 한겨울 뱃속 타잔이 찾던 청포도를 구해
기뻐서 돌아온 타잔아빠와 부둥켜안고
장애인 복지 시설이 잘되어 있는 외국으로 이민가자며 엉엉 울었었습니다.
만 3일의 진통끝에 처음으로 모자 상봉하는 날,
말아놓은 신생아 담요를 다 펼쳐놓고
손가락 열개 발가락 열개를 세기도 했었습니다.
조기양수 파열로 촉진제를 두병이나 맞고서
예정일보다 일찍 세상에 합류한 아기타잔은
그야말로 피도 안마른 머리에
제 주먹만한 항생제 주사기까지 꽂혀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정말 얼마나 울었던지요..
임신 5개월부터는 성글지도 않은 타잔녀석때문에
나날이 눈물바다였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란 게
지난 시간을 쉽게 또 잊나 봅니다.
그렇게나 걱정하다가 정상아로 태어났을 때와
처음 말문이 트였을 때의 그 감사함을 잊고 이젠
한번 가르쳐 줬는데 못한다고,
또래 친구가 하는 걸 못한다고,
엄마 아빠 말을 안듣는다고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속을 태웁니다.
욕심이 많아져서 일까요,
타잔이 커가는 데에 신기함이 무뎌져서일까요..
오늘 놀이터에서 우연히 만난 그 할아버님덕분에
다시금 감사함을 떠올리게 됩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손가락 발가락을 세던 마음으로
그저 건강한 타잔에 감사해야 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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