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이가 아프다. 내가 지켜줄께
도담이는 동네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마을(성미산 마을)은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많고, 대부분 소외된 자들의 모임입니다. 그 중 으뜸은, 육아 공동체이죠. 아주 아주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 사회적 약자 중 약자죠.
덕분에 도담이의 친구는 제 친구의 아이들입니다. 육아 공동체의 친구가 '시절 인연'이란 표현을 한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 비슷한 정보가 필요하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우리들. 모이면 왜 그리 수다가 길어질까요. 참 좋은 시절의 인연입니다.
김도담은 어린이집 가장 어린반 '씨앗반'의 원생으로 총3명이 한 반이다. 그 중 한 아이(IW)는 도담이의 친구이고, 엄마는 저의 친구입니다. 다른 한 아이(JW)의 엄마와는 인사를 시작하게 됐고, 그 집의 식구들과 점차 인사를 나누고 있죠.
금요일날 뜩악한 깨톡을 받았습니다. IW가 구내염에 걸렸다는 겁니다. 아 망했다 싶었어요. 다행히 잠복기라고 표현했지만, 잠복기인데 어떻게 진단을 받았을까? 구내염 피검사 하나...
토요일부터 미열이 시작됐고, 일요일은 열이 높아지며 오후에는 아이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어린이집 선생님으로 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IW의 형이 구내염에 걸렸고, IW역시 금요일 입안에 수포가 있었다고. 음. 아이가 아팠구나, 그 정도 생각했는데,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구요, IW(제 친구네 역시 맞벌이) 사정을 알고 있고, 엄마가 감기라고 하는데 아기를 안 받을 수 없었다고.
도담이의 입안에 수포가 발생했고, 월요일 밤에는 열이 39도가 계속 넘으며 구토까지 하고. 아기 울고, 자지러지고, 남편 술 취해있고, 아..
어제밤은 정말 40~50분정도 잔것 같아요. 도담이를 안고 이방 저방 옮기며, 앉았다 일어났다 흔들었다, 눕였다. 몸을 닦아주고. 등등. 잠깐 잠깐 도담이가 잠들때 마다 제 속터지는 마음으로 어린이집 선생님께 편지를 섰습니다.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많은 생각....
XXX 선생님께,
이곳이 가장 좋은 매체인것 같아 몇자 적으려고 합니다. 물론 선생님도 당연히 그러실거라 생각하지만, 직장인 엄마로 대한민국에서, 서울에서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란 말처럼 쉽지는 않네요.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싱글로 직장생활할때는 여성과 남성의 차별에 대해 별로 실감하지 못했지만 엄마가 된 이후로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네요. 어렸을때는 아빠라는 존재가 엄마보다 권위적인 존재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선생님과 통화 후, 많은 생각 끝에 메일을 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사고의 길이가 충분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깊이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 그 부분은 나중에 말씀주세요. 오늘은 오늘의 마음만 적겠습니다.
우선, 아픈 아이의 엄마가 아니라 세상에 있는 모든 엄마라고 생각해 주십사 부탁드립니다.
아파서 어쩔줄 모르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아이를 바라보는 제 모습을 보니 자식이라는게 “널 책임 진다”는게 어렵구나 싶네요.
어제 오후부터 아팠던 도담이를 두고 출근을 하자니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하루종일 아픈 아이를 앉고 있어야 하는 친정엄마한테도 못할 짓이구나 싶었구요. 근무시간 내내 손목이 아프도록 일처리를 했습니다. 퇴근시간이 되자, 정리할 틈도 없이 일을 싸 들고 집으로 출발했죠. 남편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도담이가 아파서 어떻게 하냐며.. 최대한 일찍 가겠다고. 오늘 회식이 있다고 하드라구요
집에 와 보니 세상에서 가장 작은 아이가 눈 앞에 있었고, 그 옆은 마음 아파하며 할머니가 지키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어디서 뭐 했나 싶었어요. 아이는 엄마를 보고 울음을 터뜨렸고 옆을 지켜주지 못한 엄마는 너무 미안했습니다. 세상에 어떤 부모도 이 마음이 다른 사람은 없을꺼라 생각합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많이 아프다는데.. 친구도 생기고.. 수만가지의 장단점이 머리를 스쳤지만 모두에게 최선일 수 있는 각자의 방법을 선택하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선택한 것은 12개월이 지난 도담이를 어린이집에보내기로 했죠. 다행히 선생님도 너무 좋으신 분이고, 음식 등 제가 혼자 아이를 보는 것 보다 더 높은 만족이 있는 어린이 집인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도담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발달도 느리고 몸이 약해 한달에 절반은 약을 달고 살고, 지나가는 아이의 기침소리에도 감기에 걸리는 것 같습니다.
오늘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쪽 입장도 헤아려졌다는 말씀이요. (절대 말꼬리 잡고자 함은 아닙니다) 아마 여성으로서 뽀족한 대책없는 상황에서의 선택에 대해 이해했다고 여겨집니다.
또한 아이는 언제든 아플수 있고, 단체 생활에는 더 자주 아프다는 것에 이견은 없습니다. 하지만 전염성이 있는 질병에 관해서는 부모들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상황에서 선생님의 관리 책임 또한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구내염 등의 전염성 질병은 감기의 수준과 그 차이가 명확합니다.
부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잠시 자신의 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어린이집에 책임을 잠시 이임하는 것입니다.
선생님들은 부모의 입장이나 상황을 이해하는 것 보다 아이들의 안전을 더 먼저 확보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아프면 아빠보다는 엄마가 더 많이 아이를 본 다는 사실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워킹맘의 한계가 되야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내일도 수요일도 아마 제가 휴가를 내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제 아이니까 저나 제 남편 둘중에 한명이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죠...
다음세대에 도담이는 제 마음보다 조금 마음이 가벼운 워킹맘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책임이며, 선생님께서는 선생님이 맡고 있는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그 시간동안은 보장해 주셔야 합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보람 배상
아파하는 아이를 봤을 때 누구든 원망하고 싶었습니다. 어린이집이든, 남편이든, IW든, 하지만 제 마음은 이미, 도담아 미안하다. 엄마가 항상 함께 해 주지 못해서. 엄마가 널 지켜줘야하는데...
에효;; 정말 마음이 안좋으시겠어요 ㅠㅠ
도담이가 빨리 낫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는 엄마는 어디서든 죄인이되죠. 저도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 5살부터 일을 다시 시작했는데 육아도 직장도 한가지도 시원하게 일의 맺음이 안되니 여기저기 미안하기만 하고..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ㅜ 제 존재가 그렇게 작아질 수가 없더군요.. 결국은 늘 정신없이 버티는 삶이 되는 현실이 힘들었어요. 지금 사회에선 엄마의 몫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요. 참 어렵습니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두서없이 댓글 남기네요. 엄마의 잘못도..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예요. 육아는 마라톤 같아요. 그러니 한 호흡 가다듬고 지치지 마시고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죄인이죠. 아닌척 하기 힘이 드네요. 남편은 왜 죄인이 아닌지... 왜 엄마가 아이에게 미안해 하는지. 전 싫습니다. (마음도 상황도 바뀌지는 않네요) 네!! 화이팅 하겠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함께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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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말고 튼튼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