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세에 대한 고찰

in #kr7 years ago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좋은 이웃 @chipochipo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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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지만 역시나 변화하는 환경에
빠질수 없는 경제적인 문제가 따라다니게 됩니다.
이미 MB 정권때부터 현재까지 논의는 되고 있는 통일세입니다.

미리미리 세금을 걷어서 통일기금을 만들어 쌓아두었다가 나중에
북의 경제발전에 쓰자는 발상은 언뜻 생각하면 그럴 듯 하지만
의외로 비효율적인것 같습니다.
세금내기 싫어서 하는 핑계는 절대로 아니구요.
이런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힘들꺼라는 생각에서 입니다.

구제척인 이유를 나열해보자면...


돈이라는게 무엇일까요?


돈은 기본적으로 가치를 교환하는 수단입니다.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죠.
실물 상품이나 서비스로 교환하지 않는 돈은 그저 종이쪼가리,
혹은 컴퓨터상의 숫자에 불과합니다.

종이쪼가리를 모아둔다고 해서,
컴퓨터상의 숫자를 많이 올려둔다고 해서
그 자체로 북조선 경제를 빠르게 발전시킬순 없습니다.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돈 자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과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도로를 닦는데 드는 시멘트, 인부의 노동력 같은 것들이죠.
돈은 그저 그런 가치를 구입하는 수단에 불과합니다.

어떤 나라의 연간 GDP(국내총생산)가 100억 불이라고 가정하면...
이 말은 이 나라가 100억 불이라는 돈을 생산한다는 뜻이 아니라,
이 나라가 생산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가
돈으로 따지면 100억불 정도 된다는 뜻입니다.

경제학자들이 통일 비용을 계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통일 비용이 100조원이라는 말은,
100조원의 돈이 있어야 통일을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건 통일 과정에 들어가는 상품과 서비스를 현재 화폐가치로 따졌을 때
약 100조원 정도 된다는 말에 더 가깝습니다.
이렇게 보니까 이 두 표현은 의미가 굉장히 달라지네요.

만일 정부가 통일세로 100조 원을 전국민들로부터
미리 걷는다고 가정해보면 국민들의 재산이 100조 원 어치 줄어들었다거나
혹은 우리나라 경제가 100조 원만큼 쭈그러들었다고 생각되겠지만,
사실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돈이 줄어들어도 우리나라가 생산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양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단지, 100조 원 만큼의 돈이 장부상 정부로 흡수되어진 것 뿐이죠.
즉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통화가 100조 원만큼 줄어든 것입니다..
100조 원만큼의 디플레이션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네요.

마찬가지로, 그 모아둔 100조 원을 풀기 시작한다고 해서
그 만큼의 없던 가치(시멘트, 인부의 노동)가 생겨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100조 원 만큼의 통화가 장부상 생겨날 뿐이고
이는 곧 100조 원만큼의 인플레이션과 마찬가지겠죠.

즉, 굳이 통일세를 걷는 수고를 하지 않고, 그냥 나중에 통일이 되었을 때
한국은행 인쇄소에서 돈을 찍어다가 뿌려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방법이던 어차피 인플레이션은 피할수 없겠네요.
사실 통념과는 다르게 통일세를 걷었다가 푸는 것 보다,
그냥 한국은행에서 돈을 찍어내서 뿌리는 것이 좀더 나을수도 있겠네요.

그 이유를 열거하자면...


. 국가 1년 예산보다 큰 수백조 규모의 통일세를 걷으면
걷을 때는 디플레이션 압력, 쓸 때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생기기 때문에
정부의 성장 및 물가조절 정책에 혼란이 오게 됩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에서 돈을 찍어서 뿌리면 디플레이션 압력은 걱정 안해도 되겠죠.



. 통일세는 조세 저항이 적은 간접세 형태로 걷게 될 텐데
(물건에 붙는 부가가치세나 소비세 등을 몇 % 올리는 식으로),
이렇게 되면 저소득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고소득층보다 커서
빈부격차가 커지는 효과가 생겨버립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에서 돈을 찍어서 뿌리면 그 인플레이션 효과는
부자던 서민이던 가지고 있는 재산만큼 영향을 주므로
사회적 저항이 훨씬 약해질껄로 예상합니다.



. 통일세를 걷고 관리하기 위해서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World Bank 같은 국제 지원기구의 경우도 자금의 약 1/3이 운영비로,
1/5가 인건비로 지출된다고 합니다.
즉 절반 정도의 돈이 지원국에 도착하기도 전에 증발해버리는 셈이죠.
(민간단체의 경우 약 15%가 비용으로 빠집니다.)
돈을 찍어서 뿌리면 이런 관리비용만큼은 절감되겠네요.



. 통일세는 돈을 내는 사람들의 심리적 저항을 가져오게 됩니다.
이미 여러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절반 이상이 통일세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죠.
이런 식이라면 통일이 된 이후에 남측 사람들은 북측 사람들에게
'우리가 너희를 먹여살리기 위해 희생했다'는 정서가 확산되고,

이러한 악감정은 독일에서 보았듯이 통일후 국민화합에 큰 걸림돌이 됩니다.
반면, 세금을 걷는 대신 한국은행에서 새로 돈을 찍어서 뿌리면,
경제학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부를 희생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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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세 논의와 비슷한 예가 바로 금융위기때의 적자재정 정책이였죠.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취했던 통화팽창정책을 생각해보면...
정부에서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람들의 소비를 자극하기 위해
돈을 찍어서, 혹은 채권을 발행해서(빚을 내서) 마구 뿌렸습니다.

'통일세'를 걷어서 미리 통일 기금을 만들어두자는 얘기는,
경제 위기때 팽창정책을 쓰기 위해 지금부터 '경제위기세'를 만들어
미래의 금융위기때 쓰기 위한 위기관리용 기금을
적립하자는 것과 같은이치입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굳이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
미리 돈을 쌓아두지 않아도, 위기가 오면
돈을 찍어서 뿌리는게 더 효율적일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통일세를 걷어서 한국은행 지하금고속에 넣어두거나
장부상으로만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달러나 석유, 시멘트, 쌀, 금 같은 현물을 사서 창고에 쟁여두었다가
나중에 통일된 이후에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가정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만일 그렇게 현물로 쟁여둔다면 분명 사둔 만큼의 가치는 하겠죠.
하지만 수백조원의 달러나 석유 ,금(이것도 결국 결제는 달러로 한다)을
사는 동안 환율은 치솟게 될 것이고,
또 그 기회비용과 보관비용으로만 천문학적인 손실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나마 대안이 있다면 통일세를 달러(혹은 달러표시 채권)로
환전해서 보관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달러라는 엄청난 크기의 통화가 일종의 현물과 같은 역할을
해주어 가치를 보전할 수 있겠죠.
그러나 이 역시 환율변화에 따른 손실은 피할수 없다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미리 걷어두었다가 나중에 풀자'는 형태의 통일세는
세금 걷는 수고만 더하고 통화정책에 혼란만 초래할 뿐,
통일한국의 경제발전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할껏 같습니다.

바람직한 통일세의 모습은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부과해서
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통일 이후 남측 GDP의 약 5%를 통일세로 매겨서
그만큼을 북조선 인프라 구축에 쓴다는 형태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이라면 굳이 통일세라는 이름을 따로 붙일 필요도 없겠죠.
그냥 일반 세율을 높이고 정부 예산편성시 통일사업에
적당히 배분하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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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우하고 갑니다 ^^

감사드리며 맞팔했습니다^^

미력하나마 풀봇합니다^^ 적극 지지합니다. 통일세가 도대체 누구머리에서 나온건지...평화의 댐 생각이 머리를 스치네요.

읽고 보니 말되네요. 한국은행이 돈 찍으면 어차피 장부에만 기록되는거고 ... 리스팀합니다. 혹시 <글로벌 경제특강>의 저자? 이름이 낯익다 싶어 제 책장을 보니 이 책이 뙇...

전 그저 최진기의 경제특강을 좋아하는 한 청년입니다^^
최근 몇년전부터 생존을 위한 경제에 관심이 많아지다보니
그게 스티밋으로 표출되는것 같습니다^^

정말 많은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감사히 봤습니다.

정독했어요. ㅎㅎ 공감가는 논리네요. 통일이 되긴 하느냐가 문제겠지만 5년전보단 확실히 가능성이 조금은 올라갔겠죠? 아들가진 엄마들이 니들은 이제 군대안가도 되겠다는 말은 20년전에도 나왔고 이번 정상회담 때도 나왔다고 하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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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생각감사합니다

보팅하고 리스팀합니다. 좋은글이라 생각됩니다.

제 글을 알아봐주셔서 감사드리며 맞팔했습니다^^

알면 알수록 정말 비효율적인 방법이네요.. 최대한 경제협력으로 수십년간 왕래하면서 자연스럽게 통일되는게 좋지 않을까요?

어차피 정부에서 돈 풀면 인플레이션 될거 그냥 찍어내자는 것도 오히려 일리가 있네요. 찍어냈다가 도로 걷어서 배분하나 처음부터 그냥 찍어서 뿌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