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FTA 비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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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5.16(화) 유럽사법재판소에서 중대한 의견이 하나 나왔다(EC의 해석 요청에 따른 의견 제시이지, 판결은 아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일단 보시라.
핵심을 말하자면 이렇다. EU-싱가포르 FTA 비준 문제에 대해 EC는 이를테면, 유럽연합 기구(EC 및 EP)의 비준만으로 FTA 발효를 시킬 수 있느냐이다. ECJ의 의견은 어떨까?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장-끌로드 융커는 ECJ의 의견을 환영했다.)
다른 부문은 혼자 해도 괜찮은데, 간접 해외투자, 그러니까 포트폴리오 투자(증권 투자의 의미다) 및 투자자-국가 소송제도와 관련해서는 유럽연합 내 각 회원국들의 비준을 받는 편이 맞다고 했다. 분명한 표현으로 말이다.
어떻게 보시는가? 즉, 저 두 가지 부문을 제외하면 EC/EP가 신속하게 FTA 협정을 타결/발표할 수 있다는 얘기이고, 저 두 가지 부문이 협정문에 들어갈 경우네는 비준 절차가 지리하게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애초에 문제가 됐던 EU-싱가포르의 경우 2014년에 타결됐는데도 아직 발효가 안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번 의견 때문에 회원국 (연방인 경우 지방까지 다) 의회 모두의 비준을 받아야 하게 생겼다.
어지간한 무역협정에 분쟁해결절차는 모두 다 제시되어 있고, 투자자-국가 소송제도도 들어가 있기 때문에, 향후 체결할 협정에서 눈여겨 봐야 할 일이다. 이 ECJ 의견의 의미가 큰 이유다. (지금 Brexit 이후 EU-영국 FTA를 말하고 있다.) 가령 2016년 10월 CETA(캐나다-EU FTA)의 경우 국가도 아니고 한 지방정부(벨기에 발롱 및 브뤼셀)가 7년이 걸렸던 전체 협정에 재를 뿌릴 뻔한 사례가 있었다.
비록 당시는 벨기에 연방정부가 어르고 달래어서 결국 올해부터 각국 비준절차에 돌입했지만(현재 라트비아가 제일 먼저 했다), 앞으로도 이런 겐세이가 법적 근거를 갖고 가능해졌다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지금 EU가 협상하는 나라가 일본과 멕시코이니, 빠른 타결을 위해서는 해당 부문을 제외하고 별도의 협정문으로 가는 편을 고려할 수도 있겠다.
영국의 경우는 과연 그게 될까? 메이 총리는 포괄적인(참조 1) 무역협상을 거론했기 때문에 결국은 EU 회원국 모두의 비준을 받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이게 영국에게 유리할지, EU에게 유리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보충 설명>
핵심 주제는 아니어서 뒤로 뺐는데, ECJ가 이런 의견을 낸 이유를 풀어쓰면 아래와 같다.
(1) 포트폴리오 투자의 경우, 회원국 정부별로 포트폴리오 투자 유보를 한 상품/서비스 분야가 많아서이다(가령 “드론”). 즉, EC가 독단적으로(!) 서명하고 EP가 비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참조 2).
(2) 투자자-국가 분쟁의 경우, 위의 풀버전을 보면 설명이 나온다. 분쟁해결절차가 어차피 fork in the road, 그러니까 소의 forum을 투자자 보호에 따른 특별한 forum(tribunal)으로 투자자(기업)가 택할 경우 해당 국가는 국내법원에서 해결할 기회를 자동적으로 빼앗기는 셈이다. 즉, 이렇게 해도 되는지 EC는 각 회원국에게 물어봐야 한다.
참조
EU Singapore ruling charts possible Brexit path: https://www.ft.com/content/f9cf18e4-3a1b-11e7-ac89-b01cc67cfeec
다만 위의 FT 기사는 “rule”이라는 표현을 써서 불필요한 오해(법적구속력 여부)를 살 수 있기 때문에, 르몽드 기사를 보는 편이 법적으로 더 정확한 이해를 할 수 있겠다. 르몽드는 “avis”라 표현하고 있다. 이 단어가 맞다.
Libre-échange : pas de « compétence exclusive » de l’UE sur les accords de nouvelle génération(2017년 5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