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지리학 (2) - 혁신지의 조건, 그리고 혁신지 부동산 문제의 해법
지난 1편에서 혁신기업과 그 기업이 한 지역으로 집중되었을 때, 고용과 임금, 생산성 모두가 증대되는 효과가 있다고 이야기 했다. 그렇다면 이번 2편에서는 집중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와혁신지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3. 집중으로 인한 부동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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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한 지역에 집중하면 그만큼 생산성도 올라가고 효율도 높아지며 임금과 일자리로 해당 지역의 모든 참여자들이 혜택을 얻는다는 것은 지난 1편에서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이렇게 집중으로 얻어지는 긍정적인 효과 만큼 부정적인 효과도 발생한다. 세상 일이란게 명암이 다 있지 않은가.
1편을 꼼꼼하게 읽어본 분들은 바로 혁신 집중의 부정적 효과가 '높은 주거비용'이란 것을 쉽게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렇다. 고학력, 고임금 노동자와 모든 기업들이 입지한 혁신지는 양쪽 모두의 선호도가 높기에 주택 가격이 매우 높다.
실제로 혁신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는 너무 높은 주거 비용 때문에 고연봉을 받는 IT근로자들이 매우 높은 주거비용을 치르고 있다. 그 문제 때문에 아주 멀리서 통근을 하는 경우나 아예 트레일러에서 사는 사례가 뉴스거리가 될 정도다.
바로 이 높은 부동산 비용이 혁신이 집중된 곳의 높은 물가의 근원이다. 부동산으로 인한 높은 비용 때문에 혁신지역의 명목임금이 비혁신지역보다 높을지 몰라도 주거비용과 식료품 등의 물가를 감안한 생활 수준은 양쪽간의 격차를 좁히게 된다. 이 부동산 비용 때문에 명목임금 만큼의 생활차가 나지 않기에 양 지역간의 불평등은 감소한다.
그러나 이 경우 혁신지역의 근로자들간의 불평등이 증가한다. 한쪽에서는 혁신지역의 부동산 보유자들이 혁신과 고급 인력이 집중되는 집중의 효과를 고스란히 누리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혁신지역의 저학력 저임금 근로자들이 오르는 비용 때문에 어떤 면에선 비혁신지의 저학력 근로자보다 삶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 바로 이 문제는 지금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대도시에서 겪고 있는 문제다. 당장 이 문제 때문에 정부에서 부동산에 대해 어마어마한 규제를 때리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부동산 보유자들이 혁신 집중의 효과를 누리는 것을 막기 위해 강력한 가격 규제와 개발 규제를 가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까?
일단 먼저 혁신을 분산시키는 방향은 생각보다 큰 의미가 없다. 여기서 말하는 분산이란, 구로에 있는 게임기업들을 전주나 구미, 평창 등으로 보내버리는 것을 말한다. 1편에서 혁신의 집중이 주는 장점에 대해서 언급했듯이 혁신이 집중될 수록 생성되는 일자리도 늘어난다. 따라서 혁신을 분산시킨다는 것은 그만큼 만들어 질 수 있었던 일자리와 임금의 감소를 의미한다.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일자리와 더 높은 임금이지 일자리와 임금 줄여가며 부동산 가격을 조절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두번째 방법이 주거비용에 대한 규제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으로 주거비 상승률을 제한하고 속칭 투기꾼들이 진입하지 못하게 막고 투기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재개발과 재건축, 대단위 주택 공급을 틀어막는 것이다.
[직업의 지리학]에서는 이러한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한다. 여기에서 엔리코 모레티는 [도시의 승리]의 저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연구를 인용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주거지 재개발 정책을 '더 깐깐하고 구속적인 정책'으로 운용하는 도시들은 예외 없이 임금 수준에 비해 높은 집값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시가지 재개발에 앞장서는 도시들은 결과적으로 주거비 인하라는 목표를 실현한다. 지극히 경제이론에 부합하는 연구 결과다.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지 않으면서 구매에 제한을 가하는 부동산 정책은 오히려 부동산에 불을 붙이는 정책이 될 수 밖에 없다. 즉, 집중의 효과를 누리는 부동산 소유자들을 제약하고 부동산을 소유하지 못한 이들을 구제하겠다는 방향이 오히려 부동산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을 징벌하는 결과를 맞고 마는 것이다.
실제로 시애틀의 경우 공격적인 부동산 공급 정책으로 주거비용을 안정시켜 보스턴이나 샌프란시스코보다 안정된 주거비용을 달성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노태우 정권 시절, 신도시 건설을 통한 주택 200만호 공급이 실현되자 그 이전까지 두자릿수 상승을 기록하던 부동산 가격은 90년대 초중반 내내 지지부진한 상승률로 안정화 된다.
진정으로 부동산 소유자들을 징벌하고 싶다면 활발한 개발을 통해 공급 물량을 쏟아냄으로서 가격이 오르지 못하게 막는 것이 최선이다. 집중과 함께 이러한 개발이 병행될 때에야 혁신 집중의 긍정적인 면은 극대화 하고 부정적인 면은 최소화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서울과 강남권에 대한 규제 방향도 바로 이 점 때문에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생각한다. 기본적인 개발 없이는 수요 이상으로 공급이 줄어들기에 원래 계획과는 달리 가격 상승으로 귀결된다. 또한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로 주택을 내놓게 한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집을 가질 순 없으며 누군가는 월세든 전세든 임대료를 내며 살 수 밖에 없다. 꾸준한 공급을 통해 가격 상승을 안정화 시키는 것만이 결국 모두를 위한 해결책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내용이 나온 pg.261은 국토부 장관을 비롯한 결정권자들이 정독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4. 혁신지역은 어떻게 혁신지가 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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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혁신이 집중되는 지역은 어떻게 혁신이 집중되는 입지가 될 수 있었을까?
혁신지역의 대명사로 불리는 실리콘 밸리 얘기를 이어가보자. 일반적으로 실리콘밸리가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할때 스탠포드 대학의 중요성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엔리코 모레티는 그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것은 사후적인 결과일 뿐 운 적인 요소가 컸으며 실리콘밸리의 태동기만 하더라도 스탠포드가 그렇게 압도적으로 우위를 가진 대학은 아니었다고 이야기 한다.
실리콘밸리의 시작은 벨 연구소 출신이자 트랜지스터를 발명하고 그 기여 덕분에 1956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쇼클리가 팔로 알토 지역으로 와서 '쇼클리 반도체 회사'를 차림으로서 시작되었다. 이때 쇼클리의 명성을 듣고 이 회사로 로버트 노이스, 고든 무어, 유진 클라이너 같은 인물들이 몰려와서 일했다. 그러나 결국 쇼클리의 괴팍한 성격탓에 이들은 퇴사를 했고 유진 클라이너가 자금을 끌어와 페어차일드 반도체를 설립한다.
페어차일드 반도체는 IBM에 실리콘 트랜지스터를 납품했으며 집적회로(IC)를 개발했다. 본격적인 반도체의 시대가 이 페어차일드 반도체로 인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이 페어차일드 반도체에서 나온 로버트 노이스와 고든 무어가 차린 회사가 바로 인텔이다. 지금은 TI에 인수당한 내셔널 반도체와 AMD 또한 이 페어차일드 반도체 출신들이 차린 회사란 걸 감안할때 당시 반도체 분야의 슈퍼스타였던 쇼클리가 다른 지방도 아니고 팔로 알토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이 다른 무엇보다도 영향이 컸던 셈이다.
그래서 모레티는 쇼클리가 오렌지 농장만 즐비했던 팔로 알토가 아닌 산업기반이 더 탄탄했던 프로비던스에 회사를 차리기로 결정했으면 실리콘밸리는 지금의 샌프란시스코만이 아닌 로드아일랜드에 있었을 것이고 스탠포드 대학 대신 브라운 대학의 영향력을 이야기 했을 것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왜 쇼클리가 팔로 알토로 오게 된 것일까? 이 부분은 앞서 잠깐 거론한 [실리콘밸리 스토리]의 도움을 빌어야겠다. [실리콘밸리 스토리]에 따르면 쇼클리가 팔로 알토로 오게 된 것은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한다.
먼저 팔로 알토는 쇼클리가 3살 때부터 고등학교 입학하기까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또한 외할머니와 친척들이 살던 지역이며 쇼클리 어머니의 모교인 스탠포드가 위치한 지역이다. 그래서 팔로 알토는 사실상 쇼클리의 연고지였다.
쇼클리가 팔로 알토로 와서 창업하게 만든 데에는 당시 스탠포드 공대 학과장이자 교육처장이었고 후에 부학장이 되는 프레드 터먼의 설득도 큰 영향을 미쳤다. 재미있는 점은 프레드 터먼이 스탠포드 공대로 오게 된데에도 대단한 우연이 겹쳤다는 사실이다.
박사학위를 마친 터먼에게 MIT와 스탠포드에서 임용제안이 들어온다. 당시 터먼은 둘 중 어디를 갈지 결정하지 않고, 가족들과 여름을 보내기 위해 팔로 알토를 갔는데 그때 당시 매우 위험한 질병이었던 결핵에 걸려 각혈과 체중감소로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9개월을 요양하게 된다.
MIT와 스탠포드는 터먼의 회복을 1년 가까이 기다렸다. 당시만 하더라도 연구시설, 명성, 처우 등에서 MIT가 스탠포드보다 우월했으므로 원래라면 MIT가 우선되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터먼은 결핵에서 겨우 나은 사람이고 결핵에는 온화한 날씨가 좋다는 주치의의 말이 따라 겨울 날씨가 매우 혹독한 매사추세츠 지역 대신 온화한 팔로 알토에 위치한 스탠포드를 결정하게 된다. 이 또한 정말 기가 막힌 우연이다.
우연하게 프레드 터먼이 스탠포드 공대로 오게 되었고 그가 윌리엄 쇼클리를 '스탠포드와 산학협력으로 해서 창업하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하고 설득하였다. 그 때문에 쇼클리가 다른 곳도 아닌 팔로 알토에서 창업을 하였고 이 창업으로 인해 팔로 알토와 연고도 없던 사람들까지 팔로 알토로 모여서 창업을 함으로 지금의 실리콘밸리가 형성이 된 셈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바로 시애틀이다. 마이크로 소프트(MS)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은 원래 앨버커키에서 창업을 했는데 사업이 점점 커지다 보니 이들은 시애틀로 사업을 이전을 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시애틀이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의 고향이란 이유 때문이었다.
MS의 시애틀 이전까지만 해도 앨버커키와 시애틀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시애틀은 원래 보잉 등 항공 산업으로 유명한 도시였지만 당시인 7-80년대는 항공산업의 불황기로 시애틀은 결코 초기 조건이 앨버커키보다 낫지 못했다. 오히려 일자리가 사라지고 점점 도시가 활력을 잃어가는 와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창업자의 시애틀 이전에 대한 의욕은 가득했고 결국 MS는 앨버커키에서 시애틀로 본사를 옮기게 된다. 80년과 90년을 거쳐 MS가 크게 성장함으로 인해 시애틀은 IT 산업을 창업하기에 매력적인 도시로 변화했다.
이 이후에 시애틀로 온 기업이 바로 지금, 혁신의 거대공룡이라 불리는 아마존이다. 제프 베조스는 MS의 창업자들과 달리 시애틀과 어떠한 연고도 없었다. 그러나 MS의 존재 때문에 베조스가 창업할 당시, 시애틀은 뛰어난 프로그래머들이 많이 있는 곳이었다. 또한 초창기 아마존에 자금을 댄 벤처캐피탈리스트가 시애틀에 기반을 두고 있기도 했다. MS의 초반 진입이 불리한 입지였던 시애틀을 아주 매력적인 도시로 바꾼 것이다.
그 차이는 시애틀과 앨버커키의 이후 격차를 봐도 확인할 수 있다. 이전 전까지만 하더라도 앨버커키와 시애틀의 대졸자 비율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1990년이 되더니 두 도시간 대졸자 비율은 14%p로 벌어졌으며 2000년에는 35%p차이, 그리고 2010년에는 45%p까지 벌어진다. 대졸자 평균 임금도 1980년 4200달러 차에서 2010년 1만 4000달러로 벌어졌다.
MS의 창업자 두사람이 시애틀 출신이라는 우연한 요소가 그들의 사업을 시애틀로 옮기게 만들었고, 마침 MS가 80-90년대를 거쳐 IT 소프트웨어의 슈퍼스타가 되면서 시애틀이 가장 매력적인 도시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즉, 혁신산업 초기의 슈퍼스타가 어느 지역에 위치하고 있느냐가 그 지역이 혁신이 집중하는 지역으로 변모하게 만드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직업의 지리학]에서는 학계의 슈퍼스타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혁신산업의 발전 초기에는 학계의 슈퍼스타가 연구한 이론과 교류로 탄생하는 새로운 지식들이 중요하고 혁신 기업에게 있어도 이 슈퍼스타 연구자의 조언과 도움이 필요하다. 앞서 내가 쓴 스탠포드의 프레드 터먼과 윌리엄 쇼클리의 케이스가 그러하다. 때문에 혁신지는 산학 양쪽의 슈퍼스타가 존재할 때 그 태동이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부분이 상업 부동산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한다고 여긴다. 강연을 가거나 인터뷰를 하면 종종 받는 질문이 '앞으로 어느 지역이 뜰 거 같습니까?'이다. 예전에는 '어느 지역이 뜰지, 무엇이 유행할지 우리는 알수 없습니다.'라고 얘기했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해서 지역이 여러 조건들로 인해 뜨는 게 아니라 그 지역에 슈퍼스타나 혹은 슈퍼스타가 될 비지니스가 입점을 해서 뜨는 것이다.
이 점을 나는 내 책에서도 초기의 리스크 추구형 사업자들이 낙후된 지역에 들어가 비지니스를 하면서 사업을 일으킨다고 쓴 바 있다. 이 중에서 향후 누군가가 스타가 된다면 그 스타가 된 비지니스 때문에 사람들도, 그리고 또 다른 비지니스들도 모여들고 그로 인해 그 지역이 그야말로 뜨는 것이다.
초기는 지역의 힘보다 스타의 존재가 중요하다. 그 지역에서 누가 강력한 비지니스로 유동을 만들어내고 외부로부터 유입을 할 수 있게 만드느냐가 핵심이다. 만약 그런 스타가 들어간다면 그런 스타의 존재가 지역 전체를 좀 더 가치 있고 매력있게 만들며 그로 인해 다른 새로운 비지니스와 사람들이 유입된다. 그제서야 스노우볼링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 점에서 혁신기업의 입지와 해당 지역의 발전, 그리고 골목상권과 젠트리피케이션의 공통점이 매우 높아서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5. 대학을 낙후 지방으로 옮기면 지방이 발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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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 내용으로 돌아오자. 혁신기업의 입지에는 산학의 스타가 매우 큰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지역의 대졸자 구성이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기업의 입지란 것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대학을 옮겨버리면 되는 것일까? 예를 들어서 서울대를 강원 삼척으로 옮기고, 고대를 전남 무안, 연대를 경북 군위로 보내버리면 낙후된 지역들도 발전을 할까?
모레티는 그렇지 않다 라고 이야기 한다. 고학력자들은 저학력자들에 비해 노동이동성이 매우 높은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그 지역이 매력적이지 않다면 지역의 좋은 대학을 나와도 그 지역에 머무르기 보다는 더 좋은 조건을 갖춘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가게 된다. 지역에서 키워낸 고급 인재들이 그 지역에 머무르지 않는다면 그것이 지역의 발전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결국 가능한 시나리오는 혁신 기업이 유입되고 스노우볼링을 일으킬 때까지 그 지역에서 성장하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79년의 MS, 56년의 쇼클리 같은 인물이 지방에서 사업을 일으켜서 그 지방을 매력적인 곳으로 탈바꿈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상 운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 지방의 발전에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기업이다. 문제는 모든 기업들이 혁신의 집중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는 것을 택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이러한 생각도 든다. 낙후 지방이 더 낙후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일까? 예를 들어 경상북도 상주는 경상도의 어원이 된 도시일 만큼 과거에 경상도의 핵심 도시였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모두 알다시피 어지간해서는 거론도 하지 않을 정도로 쇠퇴했다. 경부고속도로가 상주를 거치지 않게 뚫려서 그 중심지가 옮겨간 탓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에서라도 이 전통의 지역을 다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역사적으로 도시는 각각 시기와 상황에 따라서 흥망성쇠를 치뤄왔다. 과거 비단길의 핵심 도시이자 무역과 상업의 중심지로 번성했었지만 지금은 완벽하게 몰락해버린 사마르칸트가 그 예다. 그저 상황과 환경이 바뀌었을 뿐이다.
변화한 환경과 조건에 맞게 지자체들이 대처방안을 세워야 하는데 아마 이러한 현상을 쉽게 수긍할 지자체장과 의회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괜히 멀쩡한 KTX 노선을 비틀어 끌어들이려고 난리인 것이고 수요도 없는데 역을 만들도록 압력을 넣으며 지자체의 능력으로 감당이 불가능한 대형 스포츠 이벤트 같은 것을 유치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하향에 접어든 지역은 겨우 철도역 만들고 노선 뒤튼다고 해서 살아나진 않으며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한다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교통인프라가 전체적으로 부족한 시절에야 이러한 시도들이 지역의 부흥으로 연결될 수는 있었겠으나 이미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인프라가 안정된 현재에서는 그러한 시도가 지역의 공동화를 가속화 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사실상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같은 것이라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6.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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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지리학]에 대해 2편에 걸쳐 이리도 길게 쓴 것은 그만큼 이 책이 다양한 시각에서 곱씹을 수 있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혁신 기업의 효과에 있어서는 고용과 산업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고 혁신의 집중에 관해서는 임금과 지역 불평등을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혁신의 집중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에서는 부동산 정책을 생각하게 만들며 혁신지의 조건에서는 상권의 발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북리뷰 쓰기를 미뤄서 그렇지 이 책은 작년 12월에 읽은 책이다. 그리고 나는 이 [직업의 지리학]이야말로 내가 작년에 읽은 책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다른 분들은 또 나와는 다른 시각에서 이 책을 보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책을 보는 즐거움이다.
앗 스팀잇으로 넘어오셨군요!! 앞으로도 글 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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