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주름지지 않는 삶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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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Ales Krivec on Unsplash

나 지금 왜 이러고 있지

세네 살, 혹은 그 이상으로 어린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스스로에게 흠칫 놀랄 때가 있다. 어느 순간부터 나만 말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뭐 그리 아는 게 많고, 할 말이 많길래 홀린 듯 입을 놀리는 건지 나조차도 당황스럽다. '꼰대'처럼 행동한 날은 그 여운이 꽤 가시질 않는다. 한참을 곱씹고 또 곱씹는다. 내가 왜 그랬지 하며. 며칠 전만 해도 그랬다. 나는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고, 앞에 앉은 두 친구는 이렇다 저렇다 하는 반응도 하지 못한 채 나를 그저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나를 바라보는 침묵의 눈동자. 다행히 그 눈동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차, 나 지금 왜 이러고 있지. 이렇게 꼰대가 되어가는 걸까.

우리 꼰대는 되지 말자

나이를 먹으면 꼰대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 나도 모르는 새에 꼰대가 되어 가는 것은 슬픈 일이다. 육체적인 나이와 상관없이 마음이 늙고 추해지는 것을 그 누가 반길까. 모두들 자신은 꼰대가 되지 않으리라 다짐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검색창에 '꼰대'라는 두 글자를 입력하면 '꼰대 테스트'라느니,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방법'이라느니, 꼰대를 방지하려는 대책이 줄지어 등장하지만, 이 사회의 '꼰대 절대량'은 여전한 듯 보인다. 예전에는 남 일 같아 보여, 손가락질하기 바빴던 꼰대들. 그런데 이제는 통 자신이 없다.

그래서 요즘은 친구들과 모일 때마다 서로의 꼰대질을 고발하기에 바쁘다. "아니, 얘가 전에 어린 친구들한테 말이야!" 서로의 꼰대질을 여러 사람 앞에서 무자비하게 까발리고는 신나게 비웃어준다. 이런 사람이 늙으면 진짜 무서운 꼰대가 되는 거라며 저주도 퍼붓는다. 그리고는 함께 다짐한다. "내가 꼰대질 하는 거 보면, 제발 나 좀 때려줘." "그냥 입을 막아버려." "그래 우리 서로 꼰대질 하면 정신 차리라고 서로 해줘야 해. 뒤에서 욕 안 먹게."

정말 최악은,

꼰대가 되고 싶지 않은 큰 이유 중 하나는, 사회생활 경험 곳곳에 꼰대들이 남긴 악몽 같은 기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가 경험한 '꼰대의 역사' 중에서도 가장 최악으로 치는 건, '꼰대인데도 꼰대인 줄 모르는 꼰대'다. 의외로, 자기가 권위적인 부분이 있다는 걸 아는 어른들은 대하기에 오히려 편하다. 나도 그의 꼰대스러움을 적당히 예측하고 처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신도 자신의 말이 불편할 수도 있음을 인정하고 말을 아끼는 지혜가 있다. 꼰대가 아닌 척, 탈권위의 코스프레로 많은 사람을 현혹한 후 자신의 '꼰대력'을 무한대로 펼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답이 없다. 자고로 자신의 병을 알아야 치유할 수 있는 법. 자신이 꼰대인 줄 모르니 말과 행동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다. 그뿐이랴. 꼰대가 아닌 줄 마음을 놓았다가, 꼰대에게 된통 당한 사람의 마음은 곱절로 어렵다. 어차피 꼰대를 만나야 한다면, 여러모로 보아도 차라리 앞/뒤가 같은 꼰대가 낫다.

늙지 않는 마음을 위하여

"나이 들어 주름이 안 생기려면 지금부터 관리해야 한대."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을 중학교 시절, 친구가 '아이크림'을 바르라며 그랬다. 그때야 주름이 먼 이야기였을 테니 유난이라며 콧방귀 한 번 뀌고 적당히 흘렸던 이야기였는데, 요즘 들어 그 이야기가 자꾸 귀에 맴돈다. 마음의 주름이 신경 쓰일 나이라 그런 모양이다. 얼굴 주름이야 세월의 훈장인 양 자연스럽게 스미길 바랄 수 있다지만, 마음에 주름이 생기는 건 왠지 더 서글프다. 주름진 마음으로는 다양한 사람들의 손을 잡을 수도,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없을 것 같다. 사랑스러운 어른들은 언제나 '마음은 청춘'이던 분들이 아니던가. 마음이 늘 청춘일 수 있도록, 마음에 쪼글쪼글 주름이 잡히기 전에 잘 관리해야지. 중학교 때부터 '주름'을 염려했던 친구는 아마 지금 나보다 더 피부가 좋겠지. 그 친구의 염려와 경계가 그녀를 주름으로부터 지켰을 테니까. 얼굴도, 마음도 주름이 질 수 있다는 걸 깨닫는 것, 항상 주름을 경계하며 관리하는 것이 가장 좋은 관리 중 하나가 아닐까. 오늘 하루도 스스로에게 '꼰대스러운 순간'은 없었는지 찬찬히 되물어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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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저도 꼰대가 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을 하는데도 종종 꼰대질을 발견한 날은 마음이 무척 무거워서 며칠을 곱씹어보곤 했거든요..ㅠ 피부는 못지켰지만 꼰대질은 계속 조심하며 경계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좋은 주제와 필력에 감탄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힘나는 댓글과 공감 감사해요! 저도 @zzoya님 그림 보며 늘 감탄하고 있어요. 오늘은 우리 모두 마음의 젊음을 지키는 하루 되길, 화이팅입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꼰대스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꼰대가 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 자체도 어쩌면 일종의 꼰대스러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늘 꼰대를 욕하고, 꼰대가 절대 되고 싶지 않지만, 감출 수 없는 꼰대스러움이 늘 제 속에 숨어 있다는게 참 아이러니한 것 같아요 ㅎㅎ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꼰대인데도 꼰대인 줄 모른다 .. 정말 피하고 싶은 성향의 사람이에요... 저도 찬찬히 하루를 살펴봐야겠어요, 마음은 항상 열어두는데 경험들이 쌓이면서 성향이라는게 굳어지면서 딱딱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늘 경계해야겠어요-!

그러게요. 저도 늘 굳어져가고 있는 저를 보며 놀라곤 해요. 익숙한 방식으로 사는게 편하다보니 그런거겠죠..? 늘 고민하고 경계하는 수밖에 없나봐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꼰대가 싫어서 꼰대짓을 하지 않으려는 자보다, 꼰대라고 손가락질 받기 싫어서 소위 '꼰대질'이라고 불리는 행동을 하지 않는 자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설명과 이해를 돕는 말을 하고 싶은데, 역부족이네요. 그 '꼰대'라는 말. 듣고 있자면 또 그것만큼이나 늙는 것이 서러울 수 없을 것도 같습니다.

누구나 쉽게 비난하지만 누구도 꼰대가 되는 일'에서 자유롭지는 않은 것 같아요 :-(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좋은 댓글로 더 풍성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도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좋은 글들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꼰대 되지 말기ㅠㅠ제 인생 목표 중 하나랍니다ㅜㅜ평생 노력해야하는ㅜ

그러게요 ㅜㅜ 평생 노력해야한다니.. 조금 피곤할 것도 같아요. ㅜㅜ 그래도 노력하지 않으면 한순간이겠죠..?

꼰대인사람은 본인이 꼰대인줄 몰라서ㅠㅜ 내가 싫은건 남에게도 하지말아야지 생각하지만 그것도 누군가에겐 꼰대짓일수도 있겠네요.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유연하게 생각하기가 어려워지는거 같아요.

맞아요..!! 저도 한 해, 두 해 지날 때마다 유연하고 겸손하게 사는 게 왜그렇게 힘든지.. 꼰대인 줄 모르는 처지에 놓일까봐 걱정이에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