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연습] 상. 초침. 인형.
상. 초침. 인형
영수는 시험이 싫었다. 누군가에게 시험이 좋냐고 물으면 당연히 모두들 싫다고 하겠지만 자신이 생각하기에 특히 다른 사람들 보다도 더 싫어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싫어도 잘하고싶은 마음이 더 컷다.지금은 시험공부를 위해서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머리속엔 그냥 ‘싫다' 라는 말만 맴돌고 있었다. 공부하려고 펴 놓은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우….”
영수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대로는 도저히 머릿속이 정리 되지 않았다. 방안은 고요했고 책에 집중은 하나도 되지 않으니 오히려 딴데로 집중이 되었다. 평소엔 들리지 않던 책상위 탁상 시계의 초침 소리까지 째깍째깍하고 들렸다.
“와… 미쳐버리겠구만…”
영수는 완전히 체념한 표정으로 책상에서 일어섰다. 도저히 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 왜이렇게 산만한지 자신을 탓했다.영수는 입고있던 츄리닝 차림 그대로 집을 나왔다. 바람이라도 쐬면서 동네 한바퀴 산책을 하고나면 좀 집중이 될까 해서였다.길거리에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집앞 편의점만 훤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밤에도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이제 가을이라 그런지 밤공기가 시원했다. 영수의 눈에 편의점앞 인형뽑기 기계가 눈에 보였다.
‘아.. 오랜만에 한판 해볼까…?’
중딩때 한창 인형뽑기에 빠져서 친구들이랑 동네 인형뽑기 가게들을 돌며 용돈을 탕진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도 공부보다는 게임이나 인형뽑기같은 잡기에 능했었다.옛생각에 잠기며 인형뽑기 기계로 다가갔다. 주머니에 있던 천원짜리 두장을 전부 투자하기로 했다. 돈을 넣기전에 이돈으로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먹을까 아주 잠깐 고민했지만 결국엔 인형을 뽑아보기로 한다.
“자… 어디 해볼까…”
나름 비장한 눈빛을 하고 먹잇감을 고른다. 인형뽑기는 첫째가 인형의 자리고 두번째가 놓여있는 모양이 중요했다. 영수의 눈에 먹잇감이 포작되었다. 첫번째 조건인 구멍과 그리 멀지 않은 자리에 있고 다른 인형들 위에 올라와 있었다. 누군가 뽑다가 떨어뜨린게 분명했다. 두번째 조건인 삼각의 집게가 걸어들어가기 좋은 모양으로 누워있었다. 이 두가지 조건을 만족하면 집게가 인형을 들고 오면서 떨어뜨려도 굴러서 구멍으로 떨어질 확률이 높았다.
영수는 첫번째 천원짜리를 넣고 차분히 집게를 옮겼다. 영수의 눈이 오랜만에 빛을 냈다. 몇초 안되는 시간을 굉장한 집중력을 내뿜으며 보냈다.
“으아! 미취겠네. 크하~!”
잘 걸어서 대데리고 오는거 같던 집게가 중간에 힘이 풀렸는지 인형을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이제 인형은 구멍에 좀 더 가깝고 높은 위치에 놓여지게 되었다. 영수가 다시 천원짜리를 기계에 집어넣었다. 이번엔 기필고 뽑겠다는 각오가 온몸에 기운으로 보이는것 같았다. 영수는 집게를 조작하는데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앞뒤 좌우로 30초 정도 되는 시간을 거의 다쏘써가며 정확한 위치 조정을 한 후에 내려가는 버튼을 쾅 하고 내려쳤다.
“가즈아!!!”
영수의 기합과 함께 집게가 내려갔다. 아까보다 더 제대로 잡았다. 힘없이 인형이 들어 올려지더니 구멍으로 들려나오고 있었다.
“아.. 조금만더!!!”
집게는 영수의 응원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끝까지 인형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는 툭 하고 구멍에 떨구었다. 영수의 눈이 크게 떠졌다. 마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이라도 딴것처럼 두손을 번쩍 치켜 들었다.
“아자!! 뽑았다!!!”
영수가 한일 월드컵때 히딩크가 보여줬던 골 세레머니를 하며 외쳤다. 구멍에서 꺼낸 인형은 귀여운 피카츄였다. 공부에는 집중이 안되던 머리속이 인형뽑기 한방에 시원해진 느낌이었다. 나오길 잘했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