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이틀처럼 뺏어온 지구 반대편에서 온 여행자
충분히 자고 일어났다 짐작해서 눈뜨고, 아니다 싶어 다시 뒤척이다 일어나도 세상의 서막은 열리지 않았다. 지구 반대편으로의 여행, 첫날. 밀고 당기기보다는 일방적인 나의 조율이 필요하다. 시차는 내 영역에서 조종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니까. 지금의 수면은 욕구보다 의무,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채 캐리어 속 물건들만 만지작거린다. 피로감을 일부러 축적해 다시 눕는다. 잠은 내 우려의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다. 대자연은 숨을 고르며, 내일의 서막을 기다리는데, 내 리듬은 하루를 온전히 발휘하지 못한 채 억누를 수밖에 없다. 창밖은 채 익지도 않아 낮은 조도를 유지하는데, 잠은 여기서 멈춘다. 설익은 내 하루의 시작. 더블린의 공기와 내 호흡은 차분한데, 휴대전화 안은 한창이다. 새 글이 눈치 없이 올라오고, 대화는 전진한다. 그 레이스에 동참한다. 여행 첫날의 여명은 어긋난 온도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어스름하게 떠오른다. 하루를 이틀처럼 뺏어온 지구 반대편에서 온 여행자.
시차적응할만한 나라에 가고싶군요. 시호님이 데려오신 분답게 글솜씨가 멋지십니다. 팔로우하고 가요.
감사합니다. 좋은 인연이 되었으면 하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