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봄을 준비하기 : 모험

in #kr-writing7 years ago (edited)

지난 일요일, 입춘을 맞았습니다.
겨울의 추위가 조금씩 지겨워질 때 쯤 봄이 다가오는 소식을 들으니 설레고 기쁩니다.
기분 탓인지 봄 햇살을 느끼는 듯 했지만
살을 에리는 바람이 아직 너무 추워요😭

사실 2월은 1년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달이에요.
(제 생일이 있는 달이기도 하지만ㅎㅎ)
28일밖에 없는 특별함이 어릴 때부터 이유없이 좋았어요.
4년에 한번 29일이 된다는 사실도 특별하게 다가왔죠.

새해를 시작하는 두근거림에 1월을 보내고
봄기운이 시작되는 3월부터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한
혹은 새 학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다지고 준비하는 짧은 시간인 듯한 생각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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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2월 입춘엔
모험이란 단어가 마음에 들어왔어요.

#모험이란

사실 제 인생에 모험이란 단어는 그닥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왔어요.
듣기만 해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단어랄까-
스스로를 모험심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돌아보니 그렇게 안정을 추구하며 살지도 않았네요.(뭐지)

제 인생의 비교적 최근의 모험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사회에서 정한 제도 속에 보호받으며 함께하기를 택한 것은
인생을 통틀어 가장 큰 모험을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 과정에서 주위보다는 우리 두 사람에 집중하기를 택한 것도 일종의 모험이죠.
사랑하는 사람의 모험을 지지하는 것도 제겐 모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최근 배우기 시작한 것도 모험이고
스팀잇에 글을 쓰기를 결정하고 계속 꾸준히 해보려는 것도 모험이라 할 수 있겠네요.
최근과 같은 하락장에선 투자를 결정했던게 정말 큰 모험이었음을 새삼스레 다시 느끼기도 하네요ㅎㅎ
평생을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제가 새로운 공간에서 저의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는 것도 모험입니다.

(최근 자취하는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원룸에 꾸며놓은 자신만의 공간이 부러워
집에 오는 길에 그에게 "나는 자취를 못해봐서 너무 아쉬워. 자취해보고 싶어"라고 말했더니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별거 하자는 말이야?" 하며 둘이 빵터졌었죠.
"음... 그럼 같이 원룸으로 이사갈까?"라는 제 말에
10년 넘게 자취 해왔던 그의 절규하는 모습이 재밌어 한참을 깔깔댔습니다.)

#함께하는 모험

모험의 종류를 나누는 방법은 많겠지만
개인의 모험, 두 사람의 모험, 가정의 모험
그리고 어떠한 공동체의 모험 등
우리 개인은 여러가지의 모험을 같이,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 중인 것 같습니다.

어떤 모험이든
모험하는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기쁨과 축복이 있습니다.
그 기쁨 중 하나는
같은 모험을 함께하는 이들과의 유대감입니다.

연인인 두 사람이 사랑의 모험을 함께 하며 쌓아가는 유대감
가족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며 쌓아가는 유대감
스티미언인 우리들이 스팀잇을 함께 하며 쌓아가는 유대감 :)

혼자 하는 모험이 아닙니다.
우리가 걷는 모험의 길은 누군가와 함께 걷고 있거나
누군가가 이미 거쳐간 길일지도 모르지요.

물론, 힘들게 모험 중인데 그 모험에 동참하고 지지하지 않거나
한 발짝 떨어져 방관하는 자가 있다면
그 사람은 유대감을 누리지 못하겠지만요.

#내가 결정하는 모험

함께 모험을 한다고 생각하니
거리감이 느껴지던 '모험'이란 단어도 새롭게 다가옵니다.
이번 2월엔 좀 더 용기있게 올 해의 모험을 결단해볼까.

결국.
모험을 결단할 수 있는 건 자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지하는 자, 동기를 부여해주는 자, 사랑하는 자와 함께 하지만
자기 자신을 알고
자기 자신을 믿고 집중해야
그 모험을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

모험을 결정하는 기준에, 제가 항상 중요하게 생각해왔던 것이 있습니다.
세상의 성공과 실패를 뛰어넘는 선택을 하는 것인데요.
내 나름의 과정을 거쳐 결정한 내 모험이
사람들의 시선과 세상의 기준으로 성공과 실패로 판단되는 것에
조금 불쾌한 마음이 듭니다.

결혼을 결정함에 있어
나이에 쫓겨 혹은 부모님의 바램에 쫓겨, 사회에서 정한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두 사람이 서로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최고조에 달했던 그 순간에
그리고 이를 위한 준비와 과정 속에 있었던 모든 선택을
이런 행복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라는 감정 속에 오롯이 둘이 해냈기에
'아, 나는 결혼을 참 잘했다'라고 생각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결국 모험의 기준 또한 내가 정하고 내가 만족해야 의미 있습니다.
(아 너무 이기적인가...)


최근 읽고 있는 마크 맨슨의 <신경끄기의 기술>에 나온 일화를 덧붙이려 합니다.

1983년, 젊은 기타리스트 데이브 머스테인이 한 밴드에서 쫓겨납니다.
데이브는 새 밴드를 엄청나게 성공시켜 자신을 쫓아 낸 그 밴드가 후회하게 만들기로 결정합니다.
그는 전설적인 헤비메탈 밴드 메가데스를 만듭니다.
헤비메탈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영향력 있는 음악가로 손꼽히죠.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를 쫓아낸 밴드는 메탈리카였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데이브 머스테인은 눈물을 글썽이며 여전히 자신을 실패자로 느낄 수 밖에 없음을 고백합니다.
엄청난 성취를 이뤄냈음에도, 마음 속 자신은 메탈리카에서 쫓겨난 놈이었던 것이죠.

1962년, 비틀즈에서 가장 잘생겼던 피트 베스트도 쫓겨납니다.
이유도 설명도 위로도 없이 다른 밴드를 알아보라는 말로 그를 쫓아 낸 비틀즈는 링고스타를 영입합니다.
지구상에 가장 유명한 4인이 된 비틀즈를 보며
당연히 베스트는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매일 술을 마십니다.
베스트는 비틀즈 멤버 두 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도 하고, 음악 활동 역시 완전 실패했습니다.
세계적인 슈퍼스타도, 백만장자도 되지 못했죠.

그러나 한 인터뷰에서 그는 말합니다.
"계속 비틀즈 멤버로 지냈다면 지금처럼 행복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베스트는 비틀스에서 쫓겨났기 때문에 아내가 될 여인을 만났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게 되었다 말합니다.
그 과정에서 전과는 다른 것에 가치를 두고 삶을 다른 식으로 평가하게 되었습니다.
베스트는 사랑스러운 가족, 안정적인 결혼 생활, 단순한 삶 등의
자신이 이미 누리고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가 잃은 건, 그저 사람들의 주목과 칭찬 뿐이라고 말했죠.

데이브 머스테인은 엄청난 명성과 성공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실패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타인의 성공과 자신의 성공을 비교하는 데 가치를 두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피트 베스트는 삶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행복한 노인이 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비틀즈 멤버 4명은 이 가치를 얻거나 유지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쩔쩔맸죠.ㅎㅎ

자신과 타인에 대한 잘못된 기준을 세우면,
중요하지 않은 것과 삶을 사실상 망가뜨리는 것에 신경을 쓰게 된다.
하지만 더 나은 가치를 선택하면 더 나은 것에 신경을 쏟게 된다.
중요한 것, 즉 삶에 안정감을 주고 그 결과로 행복과 즐거움, 성공을 전해주는 것에 신경을 쏟을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자기계발'이라는 건 곧 더 나은 가치를 우선하는 것이며
더 나은 것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사실 읽은 지 조금 된 구절인데, 읽을 땐 그저 재밌게 읽다가
'모험'에 대해 생각하니 문득 다시 생각났던 책의 부분이네요.

길어진 글이지만
내가 정한 기준으로 내가 결정한 모험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걸어가며
가치를 깨닫고 배우는 삶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정말 오랜만에 계속 쓰고자 했던 류의 글이 써지니 기분이 좋습니다.
이번 봄의 시작에 좋은 예감이 듭니다 :)

같이 모험하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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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씬농님!!ㅋㅋ

저는 한 번도 선택을 '모험'이라고 범위를 확장해서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사실은 이미 말도 안되는 모험을 '선택'이라는 행위로 하고 있었으면서..

세계일주를 결심한 거나, 덴마크에서 워킹홀리도 하고, 영국에서 민박도 운영해보고, 스페인에서 일도 해보고, 낯선 사람들에게 몸을 맡기는 히치하이킹도 해보고, 여행을 중단하고 여자친구 옆에 있기까지... 후회하지 않을 모험 선택을 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듯 해요. 그렇기 때문에 어렵기도 하고요.

흠 그런데 씬농님의 글을 읽으면서 결정에 대해서 달리 생각해보니까, 저는 여자친구를 같이 모험을 잘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됐어요. 저희가 서로 요즘 학업에 스팀잇에 바쁘다보니까 이전에 비해 소통이 줄어서 서로 으쌰으쌰하는 파워도 줄었거든요. 더군다나 올라네 부모님은 반대하시는데, 이럴 때일 수록 서로 잘 해야하는데 말이에요. 같은 방향의 모험을 잘 헤쳐나갈 수 있게, 여러가지에 대해서 얘기 좀 많이 해봐야겠어요.

씬농님네의 에너지를 받아서 으쌰으쌰 해보겠습니다!

모험에 대한 글을 끄적여보면서
가장 모험과 잘 어울리는 분으로 르바님이 역시 젤 먼저 떠올랐어요!ㅎㅎ
개인의 모험에 이미 능통한 분이시니
함께하는 모험 또한 꽃길만 걸으시길 😆 으쌰으쌰!!

결혼하면서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행복을 많이 느껴요. 정말 혼자가 아닌 느낌. 내 편이 생긴 느낌. 이제는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괜히 낯설게 느껴집니다. 30년 가까이 지긋지긋하게 느꼈던 감정인데 말이죠 :)

내 사람이 생기고 마음이 채워지니,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보이고, 그것을 찾기 위한 모험도 두렵지 않게 된 것 같아요. 더이상 혼자 하는 모험이 아니니까요. :-)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결론은 우리 둘 다 결혼을 잘 한 걸로... ㅋㅋㅋㅋㅋ)

송블리님 정말 공감해요-
결혼은 개인의 모험을 종결시키는 것으로 생각해왔는데
내 사람이 주는 안정과 지지로
오히려 제가 원하는 것에 더 자신있게 집중할 수 있더라고요 ㅎㅎ!
성인이 된 이후부터 꿈과 모험이란 단어와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었는데
결혼하고 나서 오히려 재밌는 꿈들을 함께 꾸느라 정신없어요 ㅎㅎ
확실히 부모님이 주시던 안정과 지지와는 또 달라요-
결혼좋아! ㅎㅎㅎ😂😂

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씬농님 유난히 오늘 생각하면서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남다른 싸이클로 성장해오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는 저에게는 매 순간이 선택과 모험입니다. 어느샌가 지치기도 하는게 사실이지요.
"결국 모험의 기준 또한 내가 정하고 내가 만족해야 의미 있습니다." 이 구절에서 진심으로 공감했습니다.
저는 그 누구도 원망을 하지 않고, 저의 모험이 잘못된 결과를 가져다 주어도 언제나 '학습'이 되어주었던건 "저의 모험"이었기 때문이죠.
스팀잇이란 모험에서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ㅋ 얼릉 성장해서 좋은 모험 파트너가 되고싶네요!

루돌프님 ㅎㅎ 저도 스팀잇이란 모험을 함께해서 영광입니다! 감사해요 :)

신농님의 주체적인 삶을 응원합니다.
모든것이 불완전하고 불안정하며 불확실한 이 세상에서
멋진 모험 되시길

감사합니다- 큰 위로와 힘을 주는 댓글이네요! :)

자신만의 길을 걷는 모험이군요^^ 때로는 동반자랑 때로는 스티미언이랑!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한길만 걷는 모험을 하다보면 분명 좋은결말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저도 모험하고는 먼 사람인거같은데 xinnong님의 모험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있으니 저의 결혼과 임신 육아 그리고 이렇게 스팀잇을 하는 모든 과정이 도전이고 모험임에 틀림없네요^^
원룸에서 이사갈까라는 말에 절규하는 남편분 이야기에서 큭큭 웃고 갑니다:)
그리고 마지막 좋은 예감이 든다고 해주셔서 괜히 저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ㅎㅎ결혼은 정말 큰 모험이 맞는 것 같아요-
게다가 육아도... ㅠㅠ 에고 전 아직 상상도 안됩니다 ㅎㅎ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순간 불행이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자신만의 행복, 자신만의 가치를 알아가는 과정, 그리고 알수 없는 결과...거기서 기쁨을 느낀다면, 정말 성공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사진으로 나마 화사한 꽃을 보니, 기분이 좋습니다. ^^ 빨리 추운겨울이 가고 봄이 왔으면 좋겠어요~~ ^^)

오! ㅎㅎ 좋은 댓글과 좋은 짤 감사드립니다 쟈니님!!

다 같이 나아가면서ㅜ키우는 거죠 그 모험에 동참해 보겠습니다... 근데 어차피 사람은 자기가 가장 우선시 되는것은 맞으므로 가치판단은 오롯이 본인 몫이라는 생각은 들어요^^

그렇죠? ㅎㅎ 동의합니다!

저는 이번에 큰 모험을 하면서 괜히 길을 잃어서 다시 돌아오지 못할까 시간 제한을 두어봤네요. 3개월동안의 모험 제발 성공적이길

응원합니다 부스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