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자들의 개별 연구원당 연구비 상한선 요구: 보다 공평한 연구비 분배를 위하여

in #kr-science7 years ago (edited)

요즘 미국에서는 소수의 엘리트 연구자들의 연구비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해 연구원당 연구비 상한선을 둘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의 저변은 소수 엘리트들에게 연구비를 몰아주는 소위 '선택과 집중'으로 확대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수준을 떨어뜨리는 부작용만 심해진다.

생물의 진화적 특성을 이용한 '품종개량'에 비유하자면, 특정 방향성을 갖는 진화에도 선택압의 존재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심한 선택압은 개체군의 대부분을 도태시키고 극소수만을 살아남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전체 집단의 생태를 망가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과거 지질시대 대멸종처럼 아예 과학기술계 전체를 완전히 망가뜨려 놓고서 맨바닥에서 다시 시작할거 아닌 이상 전체 풀(pool)을 균형있게 골고루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원문:

"천여 명에 가까운 연구자들이 미국 국립 보건원으로 하여금 연구비 지원 인덱스(GSI)를 되살릴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 by Bob Grant, 2017년 8월 9일 The Scientist 기사.


2017년, 미국 국립 보건원(NIH)에서는 Grant Support Index(GSI)라는 제도를 도입하여 개별 연구원에 대한 연방정부의 연구비 상한선을 마련하려다 비판에 직면하여 이를 취소하고 신진연구 지원 프로그램을 따로 마련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꾸었는데, 이에 대해 천여 명 가까운 미국 의생명공학 연구자들이 GSI 폐지에 불만을 제기하고 이를 재고할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했다고 한다.

GSI 제도는, 이미 정상 궤도에 올라 연구비가 풍부한 연구자들에게 연구비를 몰아주지 않고 더 많은 수의 과학자들에게 연구비를 분배할 수 있도록 포인트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미국내 1퍼센트의 연구자가 전체 NIH 연구비의 11퍼센트를 받고 있으며, 10퍼센트의 연구자가 전체 연구비의 40퍼센트를 받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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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GSI 도입을 뒷받침하는 NIH 연구비 수주상태와 연구생산성 간의 연관성 조사보고서에 오류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따라서 NIH는 2017년 6월에 GSI 프로그램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서명운동을 시작한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세포생물학자 Mark Peifer 석좌교수는 이 정책의 기본 정신이 의생명과학 학계를 위해 바람직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GSI 제도를 뒤집어 엎은 것은 결국 적은 수의 권력을 가진 과학자들이 핵심 정책 결정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주며, 이는 학계 커뮤니티 및 연구사업의 효율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는 전 분야에 심각하게 사기를 꺾는 메시지를 보내게 되므로, 우리는 미국 의생명과학자들의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도구로써 개별 연구원에 대한 연구비 상한선을 둘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 마크 파이퍼, 노스 캐롤라이나대학 석좌교수

한편 NIH는, '의생명과학 연구사업 강화를 위한 차세대 연구자 육성 사업'이라는 다른 프로그램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적절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NIH 연구원장 프랜시스 콜린스는 6월에 GSI 프로그램 폐기 결정 이유를 설명하는 글을 작성하였다.

"우리는 신진 및 중견 연구자들에 대해 전보다 대담하게 집중 지원을 강화하는 방침으로 전환중이며, 동시에 우리의 연구 포트폴리오를 평가할 방법을 개발하고자 전문가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

  • 프랜시스 콜린스, NIH 연구원장

NIH가 The Scientist에 보낸 이메일 답장에서는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NIH는 신진 연구자 및 초기 중견 연구자들에 대한 NIH 지원 숫자를 늘려 이들의 경력 과정상의 안정성 제고를 위해 '차세대 연구원 실무 그룹' 위원장 산하에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차세대 정책의 개발, 실행 및 분석에 대한 자문 지원을 하고 있다. 실무 그룹은 대학원부터 전임 교수에 이르는 경력 단계를 아우르는 열 여섯 명의 실무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자료:
Katz, Yarden and Ulrich Matter. 2017. On the Biomedical Elite: Inequality and Stasis in Scientific Knowledge Production. Berkman Klein Center for Internet & Society Research Publication.


원글:
https://byuldbyul.blogspot.com/2017/08/blog-post_12.html
https://brunch.co.kr/@byuldbyul/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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솎아내기와 집중의 균형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과학계도 사실 사람이 사는 곳이라 권력과 견제가 작동해야할텐데 말이에요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권력과 견제"의 문제는 애시당초 연구비를 몇 군데에 집중시키는 데서 더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

그리고 "솎아내기"는 신진 연구자 최초 씨드머니 줘놓고 나서 몇 년 정도 진행되는 결과를 보고서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1%의 과학자가 NIH 연구기금의 11%를 가져간다는 사실이,
제 쪽 상황에 비추어 봤을 때, 도저히 이해가 안되요.
수십명 아우르는 거대 프로젝트에 본인은 인건비 0.1만 관여하고, 이런걸 여러개 동시에 진행한다는, 뭐 이런 상황인가요?
아니면 한 사람 대표 명의로 어떤 기관을 통째로 지원하는 걸까요?
어쨌든 불만 나올 만 하네요...

미국에서 대표적인 중견연구자 연구비가 NIH의 R01 그랜트인데요, 5년동안 총 백만불 정도 주는 연구비를 상위 10-15% 정도의 연구자들만 받을 수가 있어요. 그런데 몇몇 PI들이 그걸 서너개씩 따서 십 수 년 넘게 매년 갱신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프로젝트마다 연구교수 새끼쳐 놓고 거기다 포닥 쫙 갈아놓고서 다단계 공장처럼 굴림. 그런 랩들 보면 비단 NIH 연구비 말고도 NSF라든가 각종 관련 학회라든가 주정부라든가 하는데서 이것저것 더 따오기도 합니다. 게다가 그정도 규모에 연구비 안끊기게 엄청 굴리는 랩이면 HHMI (하워드 휴즈가 출자한 의과학 연구소) 돈도 따오는 경우가 많죠. ㄷㄷㄷ

지구과학쪽하고는 스케일이 다르네요 ㄷㄷㄷ

근데 미국은 지구과학 쪽도 연방정부25만불+외부매칭25만불 정도는 주는 모양이더군요.

https://water.usgs.gov/wrri/national-competitive-grants.php

Successful applicants must match each dollar of the federal grant with one dollar from non-federal sources.

이부분 말씀하시는 건가요? 이건 외부 펀드를 따오라는, 정부 펀드를 받기 위한 자격조건으로 보입니다.
이것도 참 어이없는 조건이네요.
연방정부에서는 돈을 충분히 줄 수는 없지만, 성공적인 프로젝트의 수행을 위해 이런 조건을 붙인게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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