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날한시 #24] “아름다운 새벽을” / 노천명
아름다운 새벽을
노천명
내 가슴에선 사정없이 장미가 뜯겨자고
멀쩡하니 바보가 되어 서 있읍니다.
흙바람이 모래를 끼얹고는
껄껄 웃으며 달아납니다.
이 시각에 어디메서 누가 우나 봅니다.
그 새벽들은 골짜구니 밑에 묻혀 버렸으며
연인은 이미 배암의 춤을 추는 지 오래고
나는 혀끝으로 찌를 것을 단념했읍니다.
사람들 이젠 종소리에도 깨일 수 없는
악의 꽃 속에 묻힌 밤
여기 저도 모르게 저지른 악이 있고
남이 나로 인하여 지은 죄가 있을겁니다.
성모 마리아여
임종모양 무거운 이 밤을 물리쳐 주소서
그리고 아름다운 새벽을
저마다 내가 죄인이노라 무릎 끊을
저마다 참회의 눈물 빰을 적실
아름다운 새벽을 가져다 주소서
| 창작일자: 19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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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노천명
작가설명: 1912년 9월 2일 황해도 장연 출생;1926년 진명보통학교 졸업;1930년 진명여고 졸업;1934년 이전 영문과 졸업, 재학 시 <밤의찬미>를 <신동아>에 발표, 조선중앙일보 학예부 기자;1935년 <시원>동인;1938년 조선일보 출판부 <여성>지 편집, 극예술연구회 참가;1950년 문학가동맹 참여 협의로 9.28수복 후 투옥;1951년 출감;1955년 서라벌 예대 출강, 이대 출판부 근무;1957년 6월 16일 사망;친일반민족행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