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18] 겨울의 기차역에서 쓰는 엽서
이른 새벽에 출발하여 독일 퓌센을 둘러본 우리는 저녁이 늦기 전에 퓌센 역에 도착했다. 뮌헨 숙소로 향하는 마지막 열차 시간까지는 30분 정도가 남아있었다.
겨울의 독일은 시리다. 송곳같은 바람이 뼛속까지 뚫고 들어온다. 플랫폼 벤치에 앉아 몸 깊은 곳에서부터 퍼지는 냉기를 느낀다. 나도 모르게 쥐며느리 마냥 몸을 둥글게 말게 된다.
우리는 지쳐있었고, 부족한 여행 경비로 몇일째 딱딱한 빵 조각으로 하루를 버티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온 몸은 얼어붙어 감각을 잃은지 오래였다.
시간마저 더디게 흐른다. 영하의 추위가 시간까지 얼려버린 모양이다. 한참을 말없이 앉아있던 친구는 주섬주섬 펜과 엽서를 꺼내어든다. 퓌센역 근처에서 산 노이슈반스타인 성의 전경을 담은 엽서다. 얼어붙은 손가락에 뜨거운 입김을 훅 훅 불며 펜을 쥔 손에 힘을 더한다. 한 글자 한 글자, 엽서 위에 새겨지는 글자들이 힘겹다.
누구에게 쓰는 엽서인지는 묻지 않았다. 그저 지금 이 장면이 마치 2차세계대전의 어느 겨울날 참호속에서 사랑하는 가족에게 편지를 쓰는 모습같다는 생각만 했을 뿐이다. 문득, 나도 가족이 그리워졌다. 집에는 따듯한 온기가 가득하고, 어머니가 차려주신 버섯 된장국이 부글부글 식탁에서 끓고 있을 것이다.
멀리서 기적소리가 울려온다. 우리는 다행히도 얼어죽지 않고 열차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열차에 오르면, 우리는 얼어붙은 장갑과 겉옷을 벗고 뜨거운 온기를 안으로 안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아직도 독일을 떠올리면 가슴 속 시리도록 차가운 그 냉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친구의 또박또박 얼어붙은 손가락으로 쓴 그 엽서도 함께 떠오른다. 그는 어떤 마음을 담아, 누구에게 그 엽서를 띄웠을까.
간혹 사람은 가장 추운 계절에 가장 따듯해지기도 하기에.
크 감성적인 글이네요. 보팅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미치도록 더운 날들이 이어지다가 우기가 시작되려는지 비가 계속 오는 와중에 차 속에서 읽으니 덩달아 추워집니다 ㅎㅎ 예전 유럽 여행 중 스페인에서, 부글부글 김치찌개가 그리워 한 중국식당에서 비스무리한 음식을 시켰다가 낭패 본 기억이 납니다 ㅎㅎ
저는 프랑스에서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가 여행의 마지막 기착지였는데, 한달 내내 쌀은 쳐다도 안보다가 결국 숙소 바로 앞에 있는 일식과 한식을 함께 하는 집에 가서 비빔밥을 먹고는 입맛만 버리고 나왔어요. 비빔밥이 맛없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싶더라구요ㅎㅎㅎ
노이슈반슈타인 성에 가기 위해 퓌센 역에 갔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보잘것 없는 글을 이리 좋게 봐주시니 부끄럽고 감사합니다ㅎㅎㅎ
친구와의 추억인가 보네요.. 보는 제가 다 춥습니다.. 흑백 사진이 여백이이 있어서 좋네요..
흑백의 느낌에 빠져서 요즘은 사진을 찍을 때 JPG를 흑백으로 RAW파일과 함께 동시저장되도록 세팅해놓았습니다. 흑백사진만의 매력이 있는것 같아요^^
겨울의 독일과 사진의 조화가 크..👍
ㅎㅎㅎㅎ 감사합니다^^
한국이 고향의 아랫목이 그리워지는글입니다 한국에 있는데도요
제가 이 당시 그리던 집은 재개발로 완전히 사라져버렸어요. 굉장히 낡고 오래된 아파트인데도 가끔 그리워지곤 합니다. 20년 넘게 살았던 곳이라 추억이 정말 많거든요!:-)
요.. 글 읽는데 뭔가, 이상하게도 시원하네요^^
그리고 뭔가 흑백 효과만 줬을 뿐인데
정말 몇십년 전 클래식한 사진 분위기가 느껴져요.
겨울 기차역에서 쓰는 엽서...
그 내용이 참 궁금해지네요. ㅎㅎ
감사합니다^^ㅎㅎ 겨울의 독일은 다시 가고 싶지 않네요ㅎㅎㅎ 이 사진은 필름카메라로, 흑백필름을 써서 찍은 것들이에요~! 아날로그의 느낌이 가끔 그리울때가 있네요^^
기찻길 사진이 너무 멋잇어요!
감사합니다^^ㅎㅎㅎ 흑백 느낌이 좋아서 카메라로는 꽤 오랫동안 흑백으로만 찍고 있어요~
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감사합니다^^